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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패션] 의류시장에 나타난 RIY, 국내에도 등장할 수 있을까?

by KOCCA 2013. 6. 24.

 

▲ 사진1 RIY를 하는 모습

 

이제 우리는 튜닝이란 말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조율’ 이라는 뜻을 가진 이 외래어를 설마 본래 뜻으로만 알고 계시는 분은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제공된 기성품들을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로 바꾸는 행위, 우리는 이것을 튜닝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튜닝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자동차 분야를 가리키는 말이였습니다. 자동차 외부를 바꾸거나 내부 엔진 개조 등을 칭하는 행위였죠. 하지만 이제 튜닝이란건 우리 생활 전반에 퍼져있는 문화입니다. 자전거, 노트북, 필기구, 의류까지 전혀 관련없어보이는 모든 분야에서 튜닝은 우리를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의 자리에 올려놓아주죠.

 
튜닝은 한 때 우리 사회에서 리폼 열풍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나아가, 내가 수리하는 제품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바로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RIY(Repair-It-Yourself)족에 대한 설명입니다. RIY족이란 제품을 직접 수리해서 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 사진2 RIY를 한 제품


 

구체적으로 패션 분야 에서 RIY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고요? 글쎄요, 하나의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A양은 얼마 전 바지를 구매했습니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방심하고 있는 틈에 옷이 찢어져 버렸네요. A양은 고민에 빠집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수선하자니 걱정이 됩니다. 수선을 맡기면 원래대로 똑같이 돌아올까? 가격은 얼마나 나올까? 괜히 돈도 버리고 옷도 버리는건 아닐까? 결국 그녀는 스스로 수선하기로 결심합니다. 바지를 자르고 새로운 천을 붙여 그녀만의 특별한 의상을 만들기로 한 거죠.

 

RIY란 이처럼 기존의 것을 단순히 수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리를 통한 개성화작업(customising)까지 동반합니다. 망가진 제품이 원래의 제품으로, 그리고 원래의 제품에서 더 나아가 특별한 제품으로 진화하는 셈이죠. 그러나 이런 RIY자체는 새롭게 등장한 시장은 아닙니다. 리폼, 튜닝, DIY…비슷한 개념은 수도 없이 존재하죠. RIY가 뜨는 이유는 바로 제품의 출시 단계에 이 개념을 도입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RIY는 소비자들만의 전유물 이였습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똑같은 물건을 생산해냈고 거기에 질린 소비자들은 노력을 통해 개성 있는 제품을 탄생시켰죠. 그러나 최근의 추세는 조금 다릅니다. 기업들이 RIY를 적극 권장하고, RIY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죠. 

 

 

▲ 사진3 RIY를 한 제품


 

가장 대표적인 것은 Eugenia Morpurgo가 제작한 Repair It Yourself Shoes입니다. 이 신발은 제작단계에서 이미 수선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신발이라고 합니다. 밑창이 분리되고 다양한 키트(KIT)를 통해 천을 덧대는 행위가 손쉽게 가능하다고 하네요. 기본형이 단순한 만큼 구매자의 센스가 더 빛을 발할 것 같죠?

 

 국내에서도 최근 신발 리폼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RIY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신발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제작하기 힘들고 리폼된 신발은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이런 신발이 국내에 등장한다면,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요?

 

 

▲ 사진4 Woolfiller

 

위와는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Woolfiller 라는 의류 수선 키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펠트 바늘을 통해 구멍난 울 의류를 수선하는 키트입니다. 구멍난 부분에 울 필러 뭉치를 대고 펠트 바늘로 번갈아가며 찌르면 서로 얽혀서 구멍을 꼼꼼히 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울 의류같은 경우 혼자서 하기에는 상당히 수선히 힘든 편이었죠. 그러나 울 필러가 등장하면서 실을 꿰고 천을 덧대는 바느질을 할 필요가 없어져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색깔별로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이를 잘 활용한다면 재미있는 의류를 완성할 수 있겠죠.

 

국내에는 아직 이런 의류 수선 키트마저 판매가 저조하다는 사실! 각종 도매상가에서 의류 부자재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도매 목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고합니다. 때문에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스스로 수선을 시도하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국내에도 이런 키트 판매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아직 기업 차원에서 실행하는 RIY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습니다. 물론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소비자의 주문대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이트가 늘고 있긴 합니다. 의류와 관련하여 부자재만을 별도로 판매하는 곳도 많지요. 그러나 소비자가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어렵네요.

 

소비자가 더 이상 컨슈머가 아니라는 건 너무나 유명한 얘기죠. 소비자는 이제 원하는 제품을 스스로 만들 줄 아는 프로슈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요? 기업 역시 더 이상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어야 합니다.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제품이 파고들도록 만들어야죠. RIY를 적극 활용한다면 제품에 대한 흥미와 신뢰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국내 패션시장에서도 하루 빨리 RIY가 도입되기를 기대해보아야겠습니다.

 

◎ 사진출처

- 사진 1,2,3 구글 이미지 검색

- 사진 4 Woolfiller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