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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건축] 건축계의 트렌드세터, 건축가 정기용

by KOCCA 2013. 6. 20.

 

▲ 사진1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

 

 

오늘날의 건축은 장소와 삶 사이에 접점이 없고,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 경관에 폭력(?)을 행사하는 건축,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디자인 문화의 단면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을 다녀왔습니다. 건축가 정기용은 서울대 대학원 공예과를 졸업하고, 1972년 프랑스 정보 초청 장학생으로 유학을 떠나, 파리에서 실내건축, 건축, 도시계획을 공부했는데요. 이후 1986년에 우리나라로 돌아와 '기용건축' 건축 사무소를 설립했어요.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는 멋진 말을 남기셨죠.

 

 

▲ 사진2 정기용 건축가

 

 

정기용 건축가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와 함께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해 2003년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해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설계했고, 지역 공동체 문화 조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국민훈장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서울 동숭동 무애빌딩, 진주 동명 중고등학교, 김제 지평선 중고등학교, 계원조형예술대, 영월구인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해 봉화마을 사저 등을 설계했죠. 그러나 2005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1년 3월 11일 타계하셨어요. 그의 주요 저서로는 <사람ㆍ건축ㆍ도시>, <서울 이야기>, <감응의 건축> 등이 있답니다.

 

건축가 정기용은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를 통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방향을 잃은 건축과 디자인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하는 건축계의 트렌드세터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는 인간 삶 속에 자리 잡은 건축의 참모습과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그간의 잘못된 건축과 디자인의 풍조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죠.

 

 

▲ 사진3 정기용 건축가의 전시물

 

 

이번 전시는 건축가 정기용이 건축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때부터 남긴 기록물들을 전시했어요. 전시회의 전시물을 볼 때마다, 마치 건축가 정기용이 "현재 우리가 건축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들을 진정한 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가?"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전시의 7가지 주제들, '건축의 뿌리', '거주의 의미', '성장의 공간', '추모의 풍경',' 도시와 건축', '농촌과 건축', '정기용의 도서관'은 건축가 정기용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궁극적으로, 각 주제들은 하나가 되어 건축가 정기용의 삶과 그의 건축 철학, 그리고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 세계를 보여준답니다.

 

 

▲ 사진4 정기용 건축가의 전시물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디자인과 건축, 그리고 건축 속에 담겨야 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저에게 건축 분야의 견문을 넓히는 자리였어요. 물론 건축가 정기용이 남긴 드로잉, 건축 모형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건축가 정기용, 사람자체로부터 무한한 매력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의 '마음을 담은 건축' 때문이었죠. 그가 조직한 공간들은 우리의 일상과 만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조리하고 미성숙한 건축과 디자인 문화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의 '마음을 담은 건축'은 공공 건축 분야에서 더욱 빛이 났어요. 그는 자본과 같은 거대 권력에 의해 제외된 영역에 사는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펴 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었죠.

 

▲ 사진5 정기용 건축가의 전시물

 

무조건 때려 부수고, 때려 부순 곳에 똑같은 모양의 규격화된 아파트를 짓는 우리나라 도시 건축문화에 대해 정기용은 "옛 것은 소멸시키는 망각의 도시"라며, "아파트는 인간 주거 공간의 장소가 아니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정기용에게 집은 "개인과 사적 공간과 도시의 공적 공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형태의 공간"이었던 거죠. 가차 없이 때려 부수어지는 장소가 아니라 "삶의 기억이 저장된 추억의 공간, 그래서 회상할 가치가 있는 개인의 장소이자 집단의 장소", 이것이 바로 집이라는 것이죠.

 

▲ 사진6 EBS 지식채널E 방송 캡쳐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정기용은 집은 닮은 공공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그의 대표적인 공공 건축은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에요. 그는 화려한 외관보다 공간과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주목한 공공 건축을 추구해왔어요. 그는 1996년 12년간 전북 무주군에서 어르신을 위한 30여개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주민을 위한 목욕탕, 주민이 뙤약볕을 피할 수 있게 한 무주 공설 운동장의 등나무 스탠드가 바로 그 결실이죠. 이후 2003년에 서귀포시, 순천, 정읍, 김해, 제주, 진해 등에 어린이들을 위한 기적의 도서관을 차례로 건립해요. 그가 기적의 도서관을 건립할 대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어린이'였어요. '건물을 쓸 사람이 행복한 곳" '어린이들이 행복한 도서관', 이것이 기적의 도서관의 목표죠.

 

▲ 사진7 정기용 건축가의 전시회 영상 촬영

 

 

정기용은 건축을 할 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첫째, '나는 지구를 위해서 유익한 일을 하는가?' 둘째, '삶의 질을 높여주는가?' '셋째, '건축이 풍경이 흡수되면서 아름다움이 있는가?'. 오늘 날의 모든 건축가들이 이 질문을 자신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오늘 날의 건축과 디자인 문화는 공동체의 삶을 원활하게 하고 활기 있는 삶터가 되지 않았을까요?

 

 

▲ 사진8 정기용 건축가 작업 모습

 

◎ 사진출처

- 사진 2,8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방송 캡쳐

- 사진 6 EBS 지식채널e 방송 캡쳐

- 사진 1,3,4,5,7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