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콜리 너마저
이별에도 종류가 있을까요? 저는 ‘설익은 이별’과 ‘농익은 이별’로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설익은 이별’은 말 그대로 아직은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남녀가 한 이별을 말합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주변의 반대가 될 수도 있겠고요, 일시적인 감성의 변화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이 생겨서 일수도 있겠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별을 한 남녀는 그 이별이 쭉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내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별 후에 그 공허함에 술이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아 한껏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설익은 이별’은 이렇게 약간은 카오스적입니다.
그렇다면 ‘농익은 이별’은 어떻게 다를까요? 제 생각에 브로콜리너마저의 <유자차>에 등장하는 남녀의 이별이야말로 그런 이별로 여겨집니다. 그럼 노래 가사를 같이 보면서 ‘농익은 이별’은 어떤 이별인지 느껴봅시다.
브로콜리너마저 <유자차>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유자차>는 가사를 1절과 2절로 나눠서 살펴보면 먼저 1절은 유자차를 끊이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이어지는 2절은 유자차를 만드는 장면이 연상되고요. 그렇게 연상되는 장면 속에 1절에서는 남자의 목소리가 그의 ‘농익은 이별’을 은근히 내비치고요, 2절에서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농익은 이별’을 내비칩니다.
▲ 사진2 브로콜리너마저 공연 포스터
남자는 1절에서 컵에 담은 유자의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붓습니다.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고요. 그리고 이별한 옛 애인을 향해 혼자 말을 읊조립니다.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여자는 2절에서 적당한 용기에 유자차를 만듭니다. 설탕 속에 유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켜켜이 묻습니다. 마치 그녀가 그 사람과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묻는 것 같이요. 그렇게 묻어놓은 기억은 언젠가 문득 힘이 들 때 꺼내어 보겠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혼자 말을 하네요.
“그때가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렇게 두 남녀는 각자 유자차를 끓이거나, 만들면서 그들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별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입니다. 이별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이죠. 이렇게 ‘농익은 이별’을 한 두 사람은 이 유자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고 합니다.
▲ 사진3 브로콜리너마저 앨범
여러분은 어떤 이별을 해보셨나요?
◎ 사진출처
사진1,2,3 브로콜리너마저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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