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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국내 CG 기술력 증진 및 세계시장 도약을 위해 노력할 터

by KOCCA 2013. 1. 14.

 

 

이 름 : 유 희 정

 

주요 경력
2009년 ~ 현재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 대표 및 VFX 수퍼바이저
2003년 ㈜믹스필름 독립법인 설립
2002년 포스트 프로덕션 믹스(MIX) 설립

 

주요 작품
<충렬 양가장>, <온고 1942>, <COBU 3D>, <댄싱퀸>, <백사전설>, <홍문연>, <블라인드>,

<포화속으로>, <금D,;위>, <황해>, <삼국지: 용의 부활>, <추격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범죄의 재구성>, <박수칠 때 떠나라> 등 다수의 CG/VFX 제작에 참여

 

 

 

하이 테크놀로지 영상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테크놀로지 기업인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는 국내 및 해외 영화는 물론 드라마의 고난이도 VFX 작업을 비롯해 전시영상, 3D 입체 등을 전문으로 제작하고 있다. 특히, 10여년 이상 쌓아온 CG 기술의 경험과 노하우로 VFX의 질적 향상을 지향해 왔고, 해외 유수의 블록버스터급 프로젝트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파이프라인과 CG 소프트웨어 관리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물리적 한계를 최소화하는 작업 환경을 구현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향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의 유희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가 좋아서 일하다 CG에 관심이 생겼다!
“5년 정도 영화 스크립터를 비롯해 연출부, 조감독 등을 거쳤어요. CG는 그 이후부터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광고 작업에서부터 CG를 시작했는데, 미디아트에서 <구미호>의 CG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화 CG 작업을 하게 됐죠. CG 아티스트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실무를 하면서 영화 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 CG 작업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유희정 대표는 가편집을 비롯해 영화의 후반작업이 좋아서 CG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영화 CG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영구아트무비 CG 팀에 참여하면서 부터였다. “심형래 감독과 친분이 있었는데 회사에 놀러갔다가 <용가리> CG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CG 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용가리> CG 작업을 끝내고 나서 믹스필름을 만들었죠. 지금도 회사에는 영구아트무비 출신들이 많아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일 해온 셈이죠.”

 

▲ 국내 및 해외 영화는 물론 드라마의 고난이도 VFX 작업을 비롯해

전시영상, 3D 입체 등을 전문으로 제작하고 있는 유희정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 대표

 


유 대표는 영화 CG 작업을 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국대에서 시각효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을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인항 감독의 <삼국지: 용의 부활>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 작품이 저의 첫 중국 작품이거든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CG 작업을 맡기려고 하지도 않았고, 일할 때도 꽤 애를 먹었어요.”
 
설움도 많았지만 CG 작업을 잘 끝나고 나니 감독과 스태프들이 너무 고마워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중국영화의 CG 작업에 많이 참여하게 됐다. “감독님이 다음 작품도 꼭 같이 하자고 했는데 힘들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중국 영화에는 특히 전쟁장면이 많은데, 이 영화에 들어간 군중 씬이 잘 나와서 영화 관계자들도 매우 좋아했거든요.”

 
그녀는 영화 <포화속으로>,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황해>, <금의위: 14검의 비밀>에 이어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백사대전>, <초한지: 천하대전> 등에서 CG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한국 CG 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해외진출유공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 유희정 대표는 한국 CG 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해외진출유공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작품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저일 거예요.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매출액도 가장 많아서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중국 영화는 군중 씬이 많은데 3D 매트 페인팅을 이용한 배경 작업이 힘들었어요. 국내 영화로는 <포화속으로>가 시각효과상을 받아 기억에 남고, 큰 작품은 아니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도 제게는 인상 깊은 작품이에요. 이 작품에서 2K로 30장 정도를 합성한 것 같은데, 영화 인트로 CG 영상의 기획부터 촬영까지 도맡아 진행할 수 있도록 장진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우리나라 영화들은 리얼한 장면들과 현대물이 많은 반면에 중국은 공산권 문화의 영향으로 현대물 특히, 정치적인 이슈는 다룰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영화에는 고대 서사물을 다룬 이야기가 많다. “중국 영화에는 대규모의 전쟁 씬도 많고 판타지물도 많죠. CG 업체 입장에서는 판타지나 전쟁물 영화에 CG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삼국지: 용의부활>을 끝내고 나니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이 일도 소개해 주고, 이인항 감독님과도 직접 만나서 일을 할 수 있었죠.”
 

▲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목숨을 건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노장 조자룡과 그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나라의 여장부 조영의 마지막 대결을 그린 <삼국지 - 용의 부활(T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 2008>은 CG 기술로 군중 씬을 완성했다.
 
 
 
 

▲ 1950년 6.25 전쟁에 참가한 71명 학도병들의 감동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겨 화제를 모았던 <포화 속으로(71: Into The Fire), 2010>의 컴포지팅 모습
 
 
 

넥스트비쥬얼의 강점을 물었더니 유 대표는 군중 씬에 가장 자신 있다고 말했다. 또, 동물이나 매트페인팅도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백사대전>에는 말, 쥐, 박쥐인간 등 크리처들이 많이 나오고 매트페인팅도 많이 사용됐어요. 특히 <금의위>에서는 풀 3D로 도시를 만들었는데, 소스로 사용된 장면들은 중국 현지에서 촬영해서 사용한 것이었어요. 최근 작업했던 <일구사이(一九四二, Back to 1942)>는 중국의 스필버그라 불리는 펑샤오강 감독이 만들었는데, 이분은 사실적인 장면을 찍는 것으로 유명해요.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CG 컷을 사용할 때 만화적인 튀는 앵글도 사용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비행기나 폭탄이 터지는 장면이 정말 사실적으로 보이게 촬영됐어요.”
 
넥스트비쥬얼도 CG가 들어가는 주요 장면에서는 프리비주얼을 기본으로 작업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감독들이 그대로 찍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상하이탕(가제)>이란 작품을 진행 중인데요. 1940년대를 배경으로 열차 추격 씬이 나오는데, 감독님에게 영화 장면을 촬영할 때 제가 프리비주얼한 데로 꼭 촬영해야 한다고 확답을 받아 두었어요. 안 그러면 생각했던 장면들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한편, 유 대표는 <백사대전>을 진행하는 4개월 동안 6명이 직접 중국으로 컴퓨터까지 가져가서 그 곳에 머무르면서 CG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다 짜여 있지 않아서 이대로 가다가는 촬영도 안 되겠다 싶었죠. 컴퓨터를 들고 가서 배경 컨셉, 프리비주얼, 캐릭터 작업 등을 모두 그곳에서 해결했어요.”
 
 


 ▲ 중국의 전기소설 ‘양가장’을 각색한 우인태 감독의 <충렬양가장(忠烈杨家将, Saving General Yang), 2011>은

납치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일곱 아들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을 스크린에 담았다. 

 
 

좋은 장면 연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 기울여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에는 영화 CG를 전담하고 있는 VFX 사업부가 가장 크지만 올해 신설한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비롯해 춘천에 로토비주얼스튜디오, 강원창작개발센터에 CGI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유 대표는 다방면으로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영화 CG 외에도 드라마를 비롯해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외주로 진행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우리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신설하게 됐어요. 현재 극장용과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의 데모 버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투자도 받을 생각입니다.”
 
CG/VFX 작업을 10년 넘게 해온 유 대표는 앞으로도 CG 일은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이지만 새로운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토스코핑과 페인팅을 전문으로 하는 로토비주얼스튜디오에서는 해외작품들을 많이 진행했는데, 영화 CG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R&D에 대한 필요성이 정말 많이 들어요. 이제는 우리나라 업체끼리 경쟁하기 보다는 외국 CG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R&D를 통해 기술적인 노하우를 쌓아두려고 합니다.”

  
국내 CG업체들도 <트랜스포머>, <아바타>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2~3개월 작업해서 그런 비주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해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중소 규모의 CG업체들이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미리미리 준비하기란 더 어렵죠. 현재 넥스트비쥬얼의 R&D팀에는 3명의 인원이 있는데, 이들이 파이프라인도 만들고 앱도 개발해서 현지에서 감독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컨펌을 받을 때도 아이패드를 들고 가서 직접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아요.”

 

 

 

▲ 펑샤오강 감독의 신작 <일구사이(一九四二, Back to 1942), 2012>의 FX 익스플로션과 컴포지팅 장면
 
 
 

한편, 그녀는 국내 CG 산업의 고충을 말했다. 돈을 잘 벌고 관련 회사들이 잘되면 사람들도 많이 모이겠지만 국내 영화시장이 작품 흥행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대기업의 진출이나 해외업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스케줄과 비용을 맞춰 일하다 보면 사람은 필요하지만 인원을 더 늘리는 일도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잘되면 이쪽 시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겠죠. 하지만 중국 시장만 봐도 이제는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같은 해외업체들과 경쟁해야 해요. 또, 중국 CG업체들도 자체적으로 많은 돈을 들여서 CG 작업에 참여하는 등 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겁니다.”
 
현재 넥스트비쥬얼에서는 유 대표가 중국영화를 주로 담당하고 있고, 부장과 이사들이 한국영화를 맡고 있다. 영화에서 차지하는 CG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이제는 국내외 시장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에는 영화 촬영을 할 때 CG 스태프들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단편영화라도 CG가 들어가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몇 컷에 CG가 들어갔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 지에 더 관심이 많죠. 국내영화도 블록버스터급이라면 적어도 500컷 이상 CG가 들어갈 만큼 CG 비중이 커졌어요. 하지만 국내영화에서는 판타지물이 많지 않고, 중국 보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을 많이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 해외시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아직도 영화 제작사들은 CG 예산을 많이 잡지 않고 있다. 유 대표는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개봉 날짜를 고려할 때 여전히 CG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은 제도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해요. CG에 대한 관심이 있는 감독들은 CG 작업 시간을 좀 더 할애해 주지만 클라이언트들 중에는 휴일 다음에 컨펌을 하자고 해서 주말이나 연휴 때도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 중국 황제의 비밀호위 무사이자 절대무공의 집단인 ‘금의위’ 이야기를 다룬

<금의위: 14검의 비밀(錦衣衛, 14 Blades), 2010>의 클로스 시뮬레이션 모습
 
 
 


▲ 중국의 전기소설 ‘양가장’을 각색한 우인태 감독의 <충렬양가장(忠烈杨家将, Saving General Yang), 2011>은

납치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일곱 아들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을 스크린에 담았다.

 
 

열정적인 CG인들이 필요하다!
한편, 유 대표는 내년에 CG 비중이 큰 영화들이 국내에서는 많이 제작되지 않아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활동을 계획 중이다. 특히 CG 비중이 높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중국의 판타지물이 흥행대박을 내고 있기 때문에 8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시장에서 많은 일거리를 찾을 생각이다.
 
유 대표는 해외시장에서는 뉴질랜드, 캐나다 등 많은 CG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해외 업체들이 받고 있는 세제혜택을 국내 CG업체들은 충분히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국내 영화의 CG 예산은 전체 영화 예산에서 10~15%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20~25% 넘는 수준으로 잡고 있어 해외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국내에서는 CG지원 사업을 통해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사업권을 따기가 쉽지도 않고, 해외업체들과 가격경쟁을 하려면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죠.”
 
 
 

▲ 넥스티비쥬얼스튜디오가 CG/VFX 작업에 참여한 영화들

 
 

CG 비중이 높아진 만큼 전문적인 CG 인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CG 인력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도 열게 됐다는 유 대표는 CG 하는 사람들을 뽑을 때면 학력 보다는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하는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예전에 무엇을 배웠는지 보다는 CG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뽑기가 힘들지만 열정이 있으면 전문적인 영역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열심히 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죠. 또, 시각효과를 다루는 분야는 눈이 좋아야 합니다. 영화를 많이 보고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알 수 있죠.”

 
그녀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파트를 정해서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디렉션 쪽으로 갈 것인지, 작업 쪽으로 갈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CG 작업자의 길을 갈 거라면 하나의 분야를 깊이 있게 파면 좋겠어요. 쉽게 만족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아서 자신의 수준을 꾸준히 더 높이길 바랍니다. 만약 디렉터 쪽이라면 상식도 풍부해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갖고 있어야 하죠.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이 감독이 됐다고 생각하고 다방면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를 만들 때 유희정 대표는 다음 세대의 영화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영화를 비롯해 방송, 전시영상, 애니메이션 등 모든 분야가 컨버전스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CG/VFX는 물론 다양한 영상 분야와 컨버전스 됐을 때 그 분야에서도 우뚝 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