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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더 나은 기획력과 기술력을 가진 스튜디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터

by KOCCA 2013. 1. 10.

 

이 름 : 이 전 형

주요 경력
2009년 ~ 현재 (주)포스(4th Creative Party)의 VFX 수퍼바이저 겸 대표
2008년 AZworks VFX 수퍼바이저 겸 대표
2000년 EON 디지털 필름(Digital Films) 대표
1998년 DGX와 합사(合社)
1995년 ~ 1998년 EON Design House 설립, VFX 수퍼바이저

주요 작품
<스토커>, <박쥐>, <전우치>, <괴물>, <올드보이>, <무사> 등 80여 편의 국내외

영화 CG/VFX 제작에 참여

 

2009년 9월에 설립된 영화 전문 VFX 포스트 프로덕션 포스(4th Creative Party)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 최고의 CG/VFX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베테랑 VFX 수퍼바이저로 활동 중인 포스의 이전형 대표는 1996년부터 <스토커>, <박쥐>, <전우치>, <괴물>, <올드보이>, <무사> 등 수많은 영화의 CG/VFX 제작에 참여해 왔다. 최근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는 <신들의 섬, 제주>로 차세대콘텐츠대상 부문에서 우수상에 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세계적인 VFX 프로덕션을 만들겠다는 이전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CG/VFX의 완성도 높은 영화 제작에 참여
“16년 동안 국내외 영화의 CG/VFX 제작에 참여해 오면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았고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등 세계적인 감독들과 함께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포스는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크리에이티브를 지닌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이전형 대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영상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EON이라는 CG 회사를 만들면서 영화 CG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EON을 처음 시작할 무렵부터 CGI 작업을 전담하면서 VFX 수퍼바이저로서 영화 CG 제작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때는 영상을 찍기도 하고 직접 CG 작업을 하는 등 혼자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어요.” 그는 규칙적인 틀에 갇혀 일하고 싶지 않아 규칙이 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2009년에 설립된 영화 전문 VFX 포스트 프로덕션 포스(4th Creative Party)

 

 

2008년 설립한 에이지웍스(AZworks) 시절부터는 직접 CG작업을 하기 보다는 수퍼바이저로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고 회사를 경영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에서도 VFX 수퍼바이저와 CEO 일을 맡고 있는데, EON과 AZworks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지금도 중요한 위치에서 좋은 퀄리티의 CG 아웃풋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김성수 감독의 <무사>를 비롯해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004년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2008년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 2010년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 정윤철 감독의 <알파 센타우리>, 그리고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Stoker)>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영화에서 VFX 수퍼바이저로 참여해 왔다.

 


“많은 영화에 참여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영화도 생각보다 많네요. 그 중에서도 저는 <무사>와 <올드보이>, 그리고 <알파 센타우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무사>와 <올드보이>는 기술적인 완성도와 크리에이티브적인 면에서 EON이라는 브랜드를 국내 영화산업에 알릴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알파 센타우리>는 처음 시도했던 스테레오 작업이여서 기술적인 변화와 영상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토커>는 첫 번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직접 계약해서 해낸 작품이라 앞으로도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 15년을 기다린 두 남자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Oldboy, 2003)>와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Stoker, 2013)>

 

 

▲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를 탐하는 내용을 다룬 박찬욱 감독의 <박쥐(Thirst, 2009)>

 


CG 외에도 다양한 영상 분야에 관심 있다!
특히, 그는 영화 <박쥐>에 대해서 제작 당시에 모든 기술적인 이슈는 물론 VFX 샷들의 설계, CGI 영상 디자인이 특히 잘 됐다고 말했다. “<박쥐>를 통해 기술적인 가능성에만 치우쳤던 작업에서 한 단계 발전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시기에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작업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신비의섬, 제주>라는 3D입체 홍보영상으로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는 3D 입체로 표현되는 크리처들을 비롯해 다양한 CG 효과, 컨버팅, 스테레오 컴포지션 등 기존에 한국의 3D 입체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퀄리티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포스가 갖고 있는 강점에 대해 물었더니 EON, AZworks를 거쳐 온 전통성이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EON과 AZworks 시절부터 같이 일했던 아티스트들이 지금도 포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 CG 제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를 꼽는다면 포스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포스 이전부터 국내영화 시장에서 유명한 감독들의 작품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하는 작품들의 제작에 참여하다 보니 아티스트들에게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고품질의 아웃풋을 지향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퀄리티 높은 CG 작업들은 지속적으로 자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개개인의 발전과 브랜드의 힘은 현재 포스를 이끄는 중요한 핵심 에너지인 셈입니다.”

 


최근 국내 영화 관객이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 영화시장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전형 대표는 국내 영화시장의 흥행은 분명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예전의 전성기 때와 비교할 때 최근에는 양질의 영화들이 흥행하고 있고, 관객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 분명합니다. 좋은 영화에는 양질의 CG/VFX가 들어가기 마련이죠.”

 

 

▲ ‘201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은 <신비의섬, 제주>는 3D입체 홍보영상으로 제작됐다.

 

▲ 실사 3D 촬영후 3Ality 장비인 SIP2100에서 나오는 메타데이터를 통해

CG작업을 진행한 3D 단편영화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 2010)>

 

 

CG 작업환경 개선과 해외시장에 주목
한편, 국내의 CG/VFX 스튜디오 취업시장에 대해 그는 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의 기술직에 비해 아직까지도 시장이 작다고 설명하며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미래의 시장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영화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많은 CG/VFX 스튜디오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점점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이 안정되고 해외시장으로의 개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른 장르의 기술직보다도 CG는 더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시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예전에 비해 CG작업 환경이 현저히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작업 환경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만한 제대로 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달라진 점이 없으니 더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CG 작업환경의 기준을 만들어서 스튜디오와 아티스트들이 서로서로 경쟁력을 쌓아가야 합니다.”

 


그는 CG/VFX 스튜디오들이 모여 CG협회를 만든 것처럼 앞으로는 아티스트들도 조합을 만들어야 작업환경에 대한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과거에 비해 현재 CG 제작환경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CG/VFX 작업이 다양한 이야기의 그림을 만드는 일이라며 아티스트들의 다양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말했다. 따라서, 인재를 뽑을 때는 다양한 분야에서 견문을 넓혀 온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CG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중요한 것은 옮기려고 하는 스튜디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에 우리 회사의 관련 스튜디오로 스카우트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티스트들이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그에 맞는 조건과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봅니다.”

 


그는 마음에 두고 있는 스튜디오가 아티스트들의 이직에 대해 민감하고 제재를 한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튜디오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회사의 문화와 환경들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인력을 관리하고 있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런 점들을 꼭 검토하기 바랍니다.

 

 

▲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를 추구했던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Jeon Woochi : The Taoist Wizard, 2009)>와 고려 우왕 시대를 배경으로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간첩혐의를 받고 귀양길에 오르게 된 고려의 무사들 이야기를 그린 김성수 감독의 <무사(武士, The Warriors, 2001)>

 

▲ 영화 전문 채널인 OCN에 소개된 영상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
한편, 그는 정부나 영화 관련 기관에서도 국내 CG/VFX 산업 활성화를 위해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주길 당부했다. “정부에서 CG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1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CG 업체들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을 딴다고 해도 블록버스터는 적어도 2년 정도의 제작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CG 작업도 6개월에서 1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죠. CG 업체들이 밤샘작업을 많이 한다거나 3D 업종으로 인식되는 것은 CG지원사업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탄력적으로 프로젝트에 맞는 스케줄링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요즘 그는 렌더링(Rendering)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데이터관리와 렌더팜의 새로운 솔루션(Solution) 등을 관심 있게 찾아보고 있습니다. 포스의 시장공략은 단순 혹은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단순한 부분은 아웃풋에 대한 창조성이고, 무모한 부분은 창조성에 대한 시도와 도전입니다. 특히, 국내 영화에서도 CG/VFX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 파트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CG에 대한 비중도 영화 제작비의 40%를 넘는 경우도 생기는 등 CG의 비중과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는 프리비주얼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비주얼은 제작과 연출 두 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작 쪽의 프리비주얼은 정확한 예산과 헌팅, 캐스팅에 도움을 줍니다. 상업영화에서 중요한 예산관리와 스케줄 관리, 예측은 흥행 또는 비흥행시 최대한의 이익과 최소한의 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연출은 예측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의견충돌 보다는 서로서로 의견을 공유해서 최선의 그림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 호흡기를 통해 감염, 발병 후 36시간내 사망에 이르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대한 사투를 그린

김성수 감독의 신작 <감기>의 컨셉

 

 

▲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4인의 최고 비밀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

 

 

▲ 충무로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와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남파된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 이야기를 그린 장철수 감독의 신작 <은밀하게 위대하게>

 

 

현재 포스는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청출어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성수 감독의 <감기> 등 작품들에서 후반작업을 맡고 있다. 또한 장준환 감독의 <화이>, 장철수 감독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조동오 감독의 <런닝맨> 등의 작품도 촬영 중이고, 윤종빈 감독의 <군도>, 권종관 감독의 <전령(가제)>, <변호인> 등의 작품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작품 외에도 할리우드 영화 1편과 중국영화 2편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원작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전형 대표는 앞으로 국내에서 좋은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영화에서 쌓아온 CG/VFX 기술력을 기반으로 아시아는 물론 할리우드 등 전 세계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포스는 CG/VFX 기술력과 훌륭한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디지털 스튜디오를 완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기획력과 기술력을 가진 스튜디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