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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게임은 정말 나쁜가?

by KOCCA 2011. 5. 19.

다음은 5월 17일 전자신문 [콘텐츠포럼]에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게임산업팀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게임은 정말 나쁜가?


심야 시간에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찬반 논란은 뜨겁고, 일각에서는 헌법소원 움직임도 있다. 셧다운제 도입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 매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 또는 이해의 부족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나 기성세대는 게임을 직접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의 기성세대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막연한 의심만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학습시간 부족과 집중력 감소 등으로 인한 수학능력 저하 등 비교육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 걱정한다. 더구나 게임 내용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일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이 청소년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정말 나쁜가.

나쁘다면,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유해한가. 학술논문을 살펴보면, 게임의 효과에 대해서는 일상을 풍요롭게 하거나 창의력을 증진시킨다는 긍정적인 의견에서부터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혹은 중독성을 비판하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와 논쟁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이용자에게 직접 어떤 유해한 효과를 미치는지의 과학적 증거는 부족하다. 특히 연구방법론 측면에서 이런 부정적인 효과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임 효과 연구는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자극에 대한 반응(자극이론) 또는 학습효과(사회학습이론)로 인해 게임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단편적인 시각은 많이 퇴색했다. 반면에 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거나 건강이나 치료에 적용하는 등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게임의 효과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떠나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게임이 청소년들의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게임이 청소년들의 일상 문화가 되면서,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중독 현상을 보이는 일부 청소년들의 사례가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실제 게임 시간을 가지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그래서 심야시간만큼은 이런 갈등을 원천적으로 없애자는 것이 이번 셧다운제의 도입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알콜이나 약물 중독처럼 병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맞을까.

현재는 게임 중독도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고, 중독률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노력 또한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청소년층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으로 게임이용이 보편화될 경우에도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까.

설령 중독 성향을 띤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청하는 인기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몰입을 우리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따라서 기성세대로까지 게임이 대중화되면 게임 과몰입의 인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게임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놀이문화가 디지털 매체에 정착한 것일 뿐이다. 청소년들이 뛰어놀 시간적·공간적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게임이라는 디지털 놀이문화를 억압한다면, 청소년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례로 청소년의 게임이용률과 청소년범죄 발생률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연구결과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게임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의 게임세대가 부모가 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저절로 가라앉을 것이다. 게임이라는 매체를 이해하게 되면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kr/201105160029


이 기사를 보신 한 고등학교의 선생님께서 
제자의 아픈 사연과 함께 근심어린 고민과 좋은 제안을 보내주셨는데,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해야할 주제인듯 하여 강경석 팀장의 답변과 함께 편지의 전문을 올립니다.

안녕하십니까?
A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입니다. 

팀장님의 고견을 잘 보았습니다. 
게임산업에 종사하시면서 게임산업을 잘 발전시키시려는 노고에
정말 수고하신다는 말씀 밖에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게임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에는 태양빛이나 물이 우리에게 주는 위험 때문에
단지 나쁘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게임은 자연물이기 이전에 인간이 만들어낸 유용한 것이면서도
동전의 양면성 처럼 중독성으로 인한 이용자들에게 대한 폐해가 엄연히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년 전에 한 고교에서 근무할 때 저의 학급생 중 하나가 밤새도록 게임으로 인하여 사망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반 친구들과 함께 사후 문상을 갔을 때 학생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게임중독에 빠지지 말기를 간곡하게 부탁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임중독으로 밤샘게임을 하지만 않았어도 그러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 중 다수가 수업중 졸고 밤샘게임에 빠져있다고 자기들의 입으로 증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업이 게임보다 흥미가 뒤져서 그렇긴 하겠지만요. 어쩌면 교사들도 게임산업에 뛰어들어 수업을 게임처럼 흥미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죠 주변에 게임으로 인하여 경제파탄에 빠져드는 어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각자 자신에게 주어지는 유혹을 이겨내려는 절제력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을 위해 학교나 가정이나 사회에서 유기적으로 교화시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앞에 언급된 것처럼 게임산업이 인간이 만든 이기인 만큼
게임 자체에 안전장치를 보완해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자동변속기로 인하여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여 그에 대한 대처를 하듯 말입니다.
물론 자동차 메이커들은 하나같이 조작에 문제가 있었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안전장치가 겹겹이 있으므로 급발진 사고소식이 요즘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게임에도 겹겹이 안전장치를 설치함으로 안전하고 즐겁게 그리고 게임산업에도 무한한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산업이 인간을 위한 것인 만큼 인간의 안전이 기업이나 개발자의 이익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산업은 없어져야 하고 결국에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제안 1. 게임에 안전장치를 보완하자

제안 2. 게임산업전문가가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여 수업자료개발을 하도록 하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승을 바라겠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렇게 메일주셔서 고맙습니다.

게임에 안전장치를 보완하자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첫번째로 게임산업계 스스로 게임콘텐츠를 만들 때 한번 더 생각해서 만들어야 할 것이고,
(물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안전장치를 제도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가정에서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정해진 시간 만큼만 게임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조손, 편부모 가정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으로 인한 문제는 부모와 아이가 합의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게임을 수업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게임활용수업(G러닝) 연구학교를 현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경기 동두천중앙고등학교와 전국 7개 초등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였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교육적 효과가 높은 수학, 영어수업 교재용 게임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많은 자문과 조언을 얻어서
실제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게임산업과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오.

강경석 배상



게임과몰입 현상과 셧다운제도에 대한 여러분들의 고견도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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