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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의 현실과 한계, 향후 지향점은?

by KOCCA 2019. 1. 7.


지역방송은 이름 그대로 지역민들을 위한 방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지역 프로그램보다

중앙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더 선호한다.

지역 내 현안보다 중앙에서 벌어지는 전국적 현안들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역방송은 재원구조 개선과 질적인 역할 개선을

동시에 요구받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지역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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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변상규(호서대학교 뉴미디어학과 교수)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해 참으로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역마다 언어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특산품이 다르며, 사람의 기질마저 다르다. 그래서 지역의 정체성이 확실하고,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등 지역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만약 문화의 다양성까지 반영하여 세계지도를 다시 그린다면 우리나라의 면적이 대폭 커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역별 문화의 다양성과 달리 유독 방송 부문에서는 지역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지역방송은 기본적으로 지역 소식을 전해주고, 지역 문화를 계승 및 발전시키며, 지역 내 올바른 여론 형성의 장을 제공하여 지역 정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중앙의 정치적 통제력을 분산시키고,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Napoli, 2001). 그래서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지역성(localism)은 방송의 공익성을 구현하는 중요 목표 중 하나로 중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3대 지상파 네트워크 모두 지역방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케이블 SO(System Operator)도 지역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지역 지상파 방송은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대표적인 공익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역방송이 지역민들을 위한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지역 프로그램보다 중앙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중앙집권 역사 때문인지 지역 내 현안보다 중앙에서 벌어지는 전국적 현안들에 더 이목이 쏠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역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방송의 역할을 제한하고 경영 환경을 악화시킴으로써 중앙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를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KTX 등 교통망의 발달로 전국이 두 시간 생활권이 되어버린 최근에는 지역방송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좌) 대구KBS & (우) 대전KBS (이미지 출처 : KBS홈페이지)


그래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도모하여 운용의 효율성이라도 높이기 위해 지역방송사 간의 통합이 추진되기도 했다. 아직 명확히 실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할 경우 지역방송사의 경제적 효율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역방송의 침체는 지역방송 권역이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판단된다. 지역방송은 방송 권역이 좁을수록 본연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역민들이 가장 알고 싶고 궁금해 하는 것은 본인들의 생활권역 내에서 벌어지는 소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방송은 방송 권역 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대도시에 자리 잡고 있고, 프로그램 또한 중심도시 위주로 제작된다. 지역 내 중소도시나 농촌지역 주민들은 지역방송이 중점적으로 방송하는 중심도시에 대한 소식이나 영상보다 오히려 서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만약 중소도시마다 지역방송이 있어 그 도시의 시정·교통·교육·경제 정보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면, 지역민들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난다면 해당 방송에 대한 애착심도 높아질 수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친구가 출연한 퀴즈 프로그램을 신기한 마음으로 열심히 시청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역내 상점이 할인행사를 한다는 광고를 내거나 어느 식당의 개업광고를 보고 지역민들이 찾아가는 일상을 기대하기엔 지역방송은 여전이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역민이 일상에서 지역 방송사를 친밀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지역방송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무경영구조마저 중앙 방송사들과 유사하게 짜여있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소 도시별 규모로 방송국을 운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지역방송사들은 광역시나 도 단위의 방송 권역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지역방송에 더 큰 난제들을 안겨줄 것이다. 종편, CJ 등 다양한 유료방송 채널들의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고, 모바일 방송, OTT(Over The Top) 등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방송서비스가 시장에 진입하였다. 이로 인해 매체별 집중도가 약화되어 광고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뉴미디어들은 지역성 관련 의무나 규제가 부과되지 않으므로, 방송 권역이 무력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 방송사들은 이미 UHD 방송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한 흐름에 따라 시설 투자도 시작해야하는 지역방송사들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따라가기 버거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역방송들은 그간 방송 권역 내에서 배타적인 영업권을 이용하여 중앙 방송사 프로그램의 중계에만 주력하고 광고 결합판매와 전파료 배분에 안주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국방송학회, 2011.4). 또한 2014년 12월부터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추가 지원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일련의 지역방송 보호정책들이 이들의 자구노력을 유인하기에 충분하였는지는 의문이다. 2012~2016년까지 4년 동안 지역 지상파 방송(지역MBC, 지역민방)의 광고 매출은 총 4,556억 원에서 3,362억 원으로 연평균 7.3% 감소하였다. 이는 지역방송의 광고매출이 중앙 방송사들과 연동되기 때문인데, 동 기간 중앙 방송사(MBC, SBS)의 광고매출도 연평균 6.2% 감소하였다.


그러므로 지역방송은 재원구조 개선과 질적인 역할 개선을 동시에 요구받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법은 결코 간단치 않다. 오랜 시간 지역방송의 발전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지역방송들도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였으나 성공사례는 별로 없다. 지역방송사들은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방송 외 부문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방송 제작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다매체 시대에 지역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친밀한 지역 콘텐츠를 제작하여야 한다. 현재 지역방송의 프로그램은 중앙 방송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과 형식적으로 차이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중앙 방송사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는 익숙한 포맷을 탈피하여 지역민들이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즉, 지역방송사와 지역 시청자들의 거리감을 최대한 줄이고, 주민들의 참여를 크게 높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내용적으로도 지역민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과 장면, 지역민들의 생활에 밀착된 내용을 더 발굴하여 소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청취자와의 친밀감이 극대화되는 라디오 방송, 또는 해외의 지역방송에서 성공한 지역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역방송이 친밀성을 강화한다면 주민들은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지 않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열심히 시청해 줄 것이다.


둘째,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여야 한다. 예전부터 지역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송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고, 케이블 방송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채널들도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글로컬 시대에 부응하여 지역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프로그램의 전국 혹은 해외 유통이 쉽지 않다. 프로그램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유통망과 전문인력 확보, 홍보 활동 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프로그램 경쟁력은 필수조건이다. 지역에서 인정받은 콘텐츠여야 전국이나 해외에서 수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고품질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지역방송사가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시간당 제작비는 중앙방송 3사 대비 10%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역방송 방송직 종사자는 2012~2016년 사이 약 7% 감소하였다. 제작비와 제작 인력 부족은 결국 콘텐츠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동기간 방송프로그램 판매금액도 132억 원에서 109억 원으로 감소하였다. 그러므로 지역 지상파 사업자의 단독 혹은 공동으로 역량을 총동원하여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지역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중에서는 지역의 개성이 넘치는 고품질 작품이 나오고 있다. 비록 많지 않은 사례이지만 이러한 작품들을 마중물 삼아 지역 방송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프로그램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지역 방송사의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을 진흥하기 위해 제작비 지원을 늘리고, 중간광고 및 광고금지 품목 해제 등 지역방송 대상 광고규제 완화,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 면제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지금 밀려드는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지역방송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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