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시청하고,
누구나 자신만의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시대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동영상 경쟁력이 인터넷 시장의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0여 년간 인터넷 시장의 문지기로 활약한 포털의 아성마저 무너뜨릴 태세다.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재편되면서 산업 생태계와
인재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포털, SNS, 모바일메신저 등 사업을 펼치는 인터넷기업들이 잇따라 동영상 플랫폼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체계적인 전략 수립에 나섰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동영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블로그를 동영상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블로그를 앞세워 네이버만의 동영상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지난 7월 시작한 네이버의 ‘블로썸 프로젝트’에는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 합성어)로의 플랫폼 전환을 위한 다양한 동영상 전략이 포함됐다.
네이버 전략의 핵심은 사용자들이 쉽게 편하게 동영상을 올리고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네이버는 블로그앱에서 동영상 촬영과 음성 분리, 자막 편집, 스틸 이미지 추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무비에디터’와 동영상 내 음성을 분석해 스틸 이미지나 짧은 영상을 자동 추출하는 ‘브이로그 에디터’를 선보인다. 동영상을 올릴 때 동영상별 제목, 설명, 태그를 달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개별 동영상 검색 기능도 강화한다.
네이버는 스타들의 실시간 개인방송 ‘브이 라이브’와 통합 동영상 플랫폼 ‘네이버TV’를 중심으로 자사만의 동영상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도약한 브이라이브와 달리, 네이버TV의 경우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동영상 콘텐츠 공유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가 글과 이미지 중심 블로그와 동영상을 융합하는 타개책을 마련한 이유다.
카카오는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에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는 9월 초 합병한 카카오M의 음악·영상 콘텐츠 사업부문을 연내에 별도 법인으로 떼낼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M은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 등 배우 기획사 3곳과 광고모델 캐스팅 에이전시 레디엔터테인먼트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이병헌, 유지태, 한효주(이상 BH엔터), 이상윤, 김태리(이상 제이와이드), 공유, 정유미, 서현진(이상숲엔터) 등 최정상급 배우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 재팬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픽토마TV를 통해 영상 유통에도 나선다.
카카오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해 동영상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우선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드라마, 영화 제작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뿐 아니라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픽코마TV’를 통한 영상유통도 이뤄질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동영상 콘텐츠 강화에 집중한 페이스북 역시 자체 동영상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 미국에 처음으로 선보인 동영상 플랫폼 ‘워치’를 1년 만에 전 세계로 확대했다. 워치는 별도 앱이 아닌 페이스북 내 서비스로 추가됐다. 기존 페이스북 사용자 기반을 끌어안아 창작자와 시청자들이 활발하게 소통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도 동영상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스타그램이 지난 6월 출시한 동영상 앱 ‘IGTV’는 세로형 시청 방식과 팔로워 수에 따라 업로드 가능한 동영상의 재생 시간이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MCN 기업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창립한 유튜버 ‘도티’는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대표적 UGC 크리에이터다.
수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구축에 나선 이유는 뭘까. 사람과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동영상 시청과 제작 및 공유, 인기도에 따른 창작자 보상 시스템을 앞세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특성상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를 유치하는 선순환 효과가 창출된다. 이렇게 모은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활용한 광고 사업은 동영상 플랫폼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다. 매출 답보 상태에 빠진 방송, 신문, PC 광고 시장과 달리 모바일 동영상 광고 규모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경쟁은 곧 모바일 동영상 광고 경쟁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거듭난 유튜브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로 인수할 당시만 해도 유튜브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유튜브는 이런 우려를 딛고 기업가치 1,6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 구글의 알짜 자회사가 됐다. 현재 자신의 계정에 로그인한 이후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용자만 18억명에 달한다. 전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유튜브 사용자인 셈이다. 비계정 사용자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상당수 UGC 창작자들이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지난해 19억 3000만 원의 광고수익을 기록했다.
유튜브는 국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8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1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전 연령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이었다. 10대의 경우 2위인 카카오톡 보다 사용시간이 4배 이상 길었다. 4월 유튜브의 국내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3,093만 명으로, 1인 당 월 1,077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유튜브는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앞세워 온라인 동영상 광고 시장을 장악했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광고 매출은 1,169억 원으로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의 40.7%를 차지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인터넷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으로 거듭난 것 역시 인터넷 기업들이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10~20대 사용자를 중심으로 정보 검색 시 포털 대신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을 유튜브의 빨간색 검색창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 플랫폼의 포털화는 인터넷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정보 검색과 광고, 콘텐츠 등 인터넷 시장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포털을 중심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청자를 거느린 UGC(user generated contents, 사용자제작콘텐츠)창작자들은 유명 연예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방송과 광고,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소기업 매출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창작자들도 상당하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지난해 국내 유튜버 광고 수익에 따르면 키즈 콘텐츠 채널 ‘팜팜토이즈’가 31억 6,00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19억 3,000만원, ‘도티’ 15억 9,000만원 순이었다. 대부분 유튜버가 자체 광고 유치, 방송 및 행사 출연 등으로 추가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이보다 훨씬 높다.
네이버의 실시간 스타 개인방송 ‘브이라이브’를 통해 방송 중인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UGC 창작자들이 이끈 콘텐츠 생태계 확장은 새로운 사업 기회의 창출로 이어졌다. 인기 창작자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서 알 수 있듯, 동영상 플랫폼과 창작자를 연계한 콘텐츠, 광고, 커머스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창작자 활동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과 1인 미디어 교육 및 컨설팅 사업은 개별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 다양한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적극적인 창업 시도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무르익은 창업, 투자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정책 마련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유튜버”라고 답한다고 손가락질 받던 시대는 지났다. 청소년 대상 장래희망 조사에서 창작자 관련 직업은 언제나 최상위권이다. 의사, 판사, 교사 등 전통적인 선호 직업들을 제친지 오래다. 과거 창작자에게 꽂혔던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고, 오히려 선망의 대상으로 거듭났다. BJ, 유튜버, 크리에이터 등으로 불리는 UGC 창작자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에 광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인재다. 학력과 성적,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 나만의 콘텐츠와 창의력을 가진 이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오며, 인재상의 패러다임도 바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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