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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다락방

17개국에서 귀신, 간첩, 할머니를 위해 모였다

by KOCCA 2014. 11. 11.




‘귀신’, ‘간첩’, ‘할머니’ 이 세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이 연상되는가. 이들은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박찬경이 예술 감독을 맡은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가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아시아’를 화두로 삼은 ‘귀신 간첩 할머니’는 15년째 진행 중인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의 올해 전시주제이다.



▲ 사진1 미디어시티서울 키워드 중 하나인 '귀신'


 

미디어 도시 서울의 특성을 반영하고 서울시립미술관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다.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과학, 인문학, 테크놀로지의 교류와 통섭을 기반으로 제작한 미디어 작품을 많은 시민과 국내외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 사진2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정문



▲ 사진3 공중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크린, 높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헤드폰과 프로젝터 영상기(좌)

과거 무속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를 재생하는 텔레비젼(우)



▲ 사진4 1층 전시실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크린과 그 밖의 작품들



아시아는 강렬한 식민과 냉전의 경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급변을 공유해 왔지만, ‘아시아’의 이러한 역사를 본격적인 전시의 주제로 삼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번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를 통해, 현대 아시아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다.


귀신은 아시아의 잊힌 역사와 전통을,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여성과 시간’을 비유한다. 곧 ‘귀신 간첩 할머니’는 전시로 진입하는 세 개의 통로이다.



▲ 사진5 양혜규 작가의 '소리 나는 조각' 작품의 일부



▲ 사진6 양혜규 작가의 <소리 나는 돌림 타원 - 놋쇠 도금>



처음 전시관 1층에 입장하면 양혜규 작가의 <바람이 도는 궤도-놋쇠 도금>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러 선풍기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기계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모두가 주목하는 것이다. 양혜규는 이외에도 1층과 3층에 방울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소리 나는 조각’이라 명명된 최신작을 선보인다. 빛, 가시성, 투과성, 중력 등을 다뤄왔던 이전 설치 작에 비해, 이번 출품작에서는 움직임과 소리, 바람 등의 요소가 더해졌다.


그녀의 <소리 나는 돌림 타원-놋쇠 도금 #13, #14, #15>는 손으로 작품을 회전시킬 수 있다. 정지 상태와 회전 상태를 오가는 작업 원리를 유지하되, 배경 면에 칠해진 붉은색이 방울의 색과 혼합되어 보이는 시각 현상이 더해진다. 작품의 물리적 움직임과 방울이 부딪쳐 내는 소리, 일시적 형태, 착시와 색채 혼합 등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현상학적인 상호작용은 조각이 차지했던 물리적 공간을 청각적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새롭게 열어젖힌다.

 


▲ 사진7 2층 전시실에서는 여러 과거기록들을 아이패드로 볼 수 있다

 


▲ 사진8 리나 셀란더의 <레닌의 램프는 농부의 오두막에서 빛난다>



그 외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보면, 리나 셀란더는 필름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면서 미디어의 고고학이라 부를만한 주제를 탐구해 왔다. 커튼이 공간을 둘로 나누고, 한 공간에는 우라늄 함유석에 노출되었던 인화지가, 다른 공간에는 작가가 편집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영상에는 체르노빌 원전과 과거 소비에트 선전영화장면들이 섞여 있다. 리나 셀란더의 <레닌의 램프는 농부의 오두막에서 빛난다>는 연속적인 HD 비디오와 22개의 방사선 사진이 놓인 유리 케이스와 연마한 스테인리스 스틸 텍스트 명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 사진9 니나 피셔와 마로안 엘 사니의 <디스토피아를 부르는 주문>


 

이는 니나 피셔와 마로안 엘 사니의 <디스토피아를 부르는 주문>이라는 작품으로, 아카이브 사진, 만화로 구성된 42점의 레이저 인쇄물과 2채널 HD 비디오 설치, 스테레오, 드로잉으로 구성되어 있다.

 


▲ 사진10 최승훈과 박선민의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전시회 1, 2, 3층의 공간을 옮겨 다닐 때 각가지 색깔들의 비닐봉지들이 줄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최승훈과 박선민의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이라는 작품이다. 봉지 안에 있는 프로펠러가 일정한 시간마다 회전하며, 이러한 원리로 떨리는 봉지들의 작은 움직임을 보는 것과 동시에 이들을 움직이는 기계의 모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사진11 호신텅의 작품



작품 <홍콩 인터-비보스 영화제 Hong Kong Inter-vivos Film Festival>는 호신텅이 만든 가상의 영화 28편을 전시의 형태로 보여준다. 가상의 영화 스틸, 영화 포스터, 가짜 영화 시놉시스로 구성되고, 영화 예고편이 상영된다. 각각의 가상 영화들은 채워지지 않은 욕망의 충족이나 완벽함의 거부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오직 살아있는 존재만이 영화제의 관객이 될 수 있지만, 그것들은 상상, 가상의 세계 그리고 죽음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 사진12 미카일 카리키스의 <해녀>


 

<해녀>는 제주도의 바다 노동자, 노년 여성의 일과 독특한 소리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카일 카리키스의 시청각 설치는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소리와 이미지는 바다 일을 하는 노년 여성의 하루, 집단 활동, 그리고 그것이 공동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표현한다. 진주잡이 작업 중에 갑자기 몰아치는 광폭풍 소리는 해녀들이 하는 작업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고는 해녀의 숙소에서 녹음한 생동감 넘치는 전통 노동요가 이어진다.

 


▲ 사진13 정은영의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


 

작품 <코라>에서는 자오싱 아서 리우의 외로운 산행 속에 서서히 펼쳐지는 방대한 전자 음악과 현악기 소리가 특징적이다. 영상이 자연 경관의 대규모 심포니를 드러내는 한편,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른 부드러운 기도의 종소리가 잠들어 있는 정신을 일깨운다. 현재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디지털 아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자오싱 아서 리우는 사진, 비디오, 전자 이미지를 활용하며, 그의 비디오 설치 작업은 정신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을 묘사한다.

 

<인트랜짓>은 공간에 떠 있는 행성, 기묘한 풍경이 있는 행성의 표면, 마치 다른 우주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액상 물질의 클로즈업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이 필름은 영화감독들이 우주 공간의 생명체를 묘사하기 위해 ‘유기적 효과’를 실험했던 1960년대 공상과학 영화 테크닉, 그리고 영상매체를 개념미술의 형태로 탐구했던 1970년대 미국 실험영화에 대한 오마주이다. 영화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동영상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셀룰로이드 필름에서 마그네틱 테이프로,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변화하였다. 작가는 35mm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고, 1960년대 공상과학 영화의 특수 촬영 기법을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유기적 물질을 사용하거나 모델을 제작하였다.


 

▲ 사진14 전시관 3층의 모습



이 밖에도 총 42명(팀)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 2, 3층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의 웹 사이트에서는 전시의 기본 정보를 비롯해 도록, 오디오가이드, 교육자료, 포럼자료 등 비엔날레 전 과정에서 도출되는 풍부한 정보를 열람하고 다운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특별히 이번 오디오가이드 제작에 참여한 배우 박해일과 최희서의 목소리로 친근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 사진 및 기사 출처 

-표지 직접 촬영

- 사진1~14 직접 촬영

-위키트리


본 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개발실 <CT로 통하는 이야기(https://www.facebook.com/CreativeCT)>에서 발췌했으며 제3기 CT리포터가 작성한 내용입니다. ⓒ CT리포터 김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