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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창작뮤지컬에 희망을

by KOCCA 2014. 8. 19.




2014년 8월 11일 월요일,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 폐막 갈라쇼를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8월 4일부터 8일 동안 진행되었던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뮤지컬 종사자들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하는 국내 유일의 순수 창작 뮤지컬 축제입니다. K-POP을 잇는 차세대 신한류의 주역인 K-Musical의 창작 및 제작 유통 환경을 지원하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통해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우리의 창작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창작뮤지컬의 국제 진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 사진1 2014 제 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국제컨퍼런스



특히 이번 행사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서울뮤지컬페스티벌과 연계하여 만화 원작 뮤지컬 피칭행사를 진행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피칭행사는 창작자와 제작자를 바로 연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투자 설명회인데요, 이번 피칭행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스토리 산업팀이 개발·지원한 작품 중에서 뮤지컬화가 가능한 7개의 작품 원작자와 관계자가 참여하는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콘텐츠 안에서 또 다른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창작뮤지컬 앞엔 많은 편견과 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 라이선스 뮤지컬이란 외국에서 이미 만들어진 뮤지컬을 우리나라가 수입하여, 우리나라 배우들이 공연하는 뮤지컬을 말합니다. 국내 뮤지컬 산업은 2001년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국내 흥행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감동을 맛본 관객들은 그 작품의 잔상과 여운을 충족시킬 또 다른 감동을 원했고, 이후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물밀 듯이 한국 뮤지컬 시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일명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까지 전 세계에서 이름을 떨친 작품들은 모두 국내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더 나아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벽을 뚫는 남자> 등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작품도 우리나라 무대에 오르며 많은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 사진2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뮤지컬 <캣츠>



이처럼 메시지가 다양하고 볼거리가 많은 라이선스 뮤지컬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뮤지컬 = 라이선스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공식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공연티켓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 티켓’이 공개한 2013년 뮤지컬 매출순위에서 이 추세는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요. 1위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노트르담 드 파리>, <엘리자벳>, <아이다>, <맘마미아(내한)>, <시카고>, <몬테크리스토> 등 20위권 안에 든 작품 중 라이선스(내한 포함)는 17 작품으로 무려 85%에 이릅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 물론 해외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온 라이선스 뮤지컬을 한국 제작팀이 새롭게 창작하여 공연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키는 경우도 많으며 해외 팀에게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이선스 뮤지컬로 인해 순수 우리 콘텐츠인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빼앗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지금 많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2014년 7월 29일 오후 8시로 예정됐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을 바로 직전에 두고 제작사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 프로듀서가 취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는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출연료와 임금 지급이 지연돼 정상적인 공연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창작 뮤지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뮤지컬계 침체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올해 들어 예정됐다가 취소된 뮤지컬만 10편 이상이며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일부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2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또한, 메이저 제작사 중 하나인 뮤지컬해븐은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2014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행사 중 국제콘퍼런스의 마지막 순서로 열린 '송승환의 100분 토론'에서 이러한 뮤지컬계의 현 상황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사회를 본 송승환 PMC프로덕션 회장은 ‘10년 사이에 뮤지컬 작품 수는 8배 늘었는데 관객 수는 3배밖에 늘지 않았다’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급과잉을 꼽았습니다.


또한, 현재 한국뮤지컬협회 설도윤 회장의 말에 따르면, 브로드웨이에서는 뮤지컬 한 편을 올리기까지 평균 5~7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는 1년 남짓한 시간 안에 기획부터 공연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외국 뮤지컬보다 질적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고 양적 팽창 역시 쉽지 않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콘텐츠는 흥행에 한번 실패하면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훨씬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창작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흥행이 검증된 외국 라이선스 작품을 들여오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뮤지컬이 상업예술이지만, 상업 이전에 ‘예술’인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단기간의 이익이나 규모의 뮤지컬이 아니라 내실의 뮤지컬을 지원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선스 뮤지컬로 편향된 뮤지컬 시장을 바꿔 놓을 혁신적인 흐름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뮤지컬 수입국이 아닌 뮤지컬 수출국으로서의 도약을 꿈꾸는 것도 좋은 방향전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조금씩 실현되고 있습니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에 발생했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위장된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네 남매와 보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심리추리스릴러 작품으로 창작뮤지컬지원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입니다. 그리고 이는 뮤지컬 <엘리자벳>, <미스 사이공> 등 대형 뮤지컬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토호극단이 처음으로 소극장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블랙메리포핀스>의 경우 일본의 3대 거장 연출 중 하나로 꼽히는 스즈키 유미 연출의 지휘 아래 무대에 오르며 일본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역시 일본 수출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 사진3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블랙메리포핀스>와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의 경우 소재가 한국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세계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창작팀만의 특별한 창의성을 잘 살린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뮤지컬 <명성황후>나 <영웅> 등 한국적인 소재를 차용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등 세계무대를 두드렸으나 성과를 보지 못했던 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봤기에 가능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뮤지컬평론가인 이유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글로벌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중국의 예를 들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작 뮤지컬의 개념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충무아트홀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자 10억 원의 순이익을 남긴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적극적으로 라이선스처럼 마케팅을 해서 성공한 사례라고 언급하며, '한국인 창작진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으면 창작뮤지컬로 볼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한국인 프로듀서가 참여했으면 그것도 한국 뮤지컬이라며 창작뮤지컬에 대한 정의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 사진4 안중근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



<살짜기 옵서예>, <명성황후>, <영웅>, <서편제>, <해를 품은 달> 등 그동안 무대에 오른 대형 창작 뮤지컬들은 대부분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에 기반을 두고 탄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창작 뮤지컬은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공식이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최근 세계적으로 알려진 원작 콘텐츠를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작품을 보며 이제 더는 창작 뮤지컬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과 라이선스 뮤지컬이 더 볼만하다는 사고를 버려야 할 때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을이 다가오며 우리 뮤지컬 시장의 흐름도 바뀝니다. 바로 다양한 소재의 창작뮤지컬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8년 동안 준비해온 뮤지컬 <보이첵>이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세상 전부인 순수한 남자 보이첵이 생체 실험으로 서서히 황폐해지던 중 사랑하는 아내의 부정을 알고 분노와 처절함에 휩싸여 결국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내용으로,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을 통해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써온 윤호진 연출가가 지난 8년간 준비한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보이첵>. 원작 희곡이 연극이나 오페라로 선보여진 적은 많지만, 대형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사진5 8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로 하반기 창작뮤지컬 기대작인 뮤지컬 <보이첵> 제작발표회 현장



<보이첵>에 이어 원작 작품을 뮤지컬로 탄생시킨 <더데빌>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인극 락 뮤지컬 <더데빌>은 <헤드윅>,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 대표 락 뮤지컬을 연출한 이지나 연출가에 의해 탄생한 작품으로 매혹적인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20세기 뉴욕증권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과 유혹'에 관한 스토리로 악마와 거래를 한 존 파우스트, 존의 여인 그레첸, 그리고 존을 파멸로 몰아가는 X의 이야기 <더데빌>을 기대해봅니다.

 

 

▲ 사진6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뮤지컬 <더데빌> 프로필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화화, 중국과 일본 뮤지컬 시장 수출에 성공한 <김종욱찾기>의 연출 장유정 연출가의 또 다른 두 작품인 <그날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하반기에 다시 대학로에 찾아옵니다. 한국판 <맘마미아>로 불리는 <그날들>은 故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로 2013년 서울공연 객석 점유율 96%를 달성,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초연 공연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관객 14만 명을 돌파한 자랑스러운 창작 뮤지컬입니다. 올해 역시 더 매력적인 뮤지컬로 많은 사랑을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2005년 초연 공연 이후 현재까지 9년 동안 롱런하며 대학로를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역시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새로운 시즌으로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카톨릭 무료 병원의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 다음날 생방송 TV 인터뷰를 앞둔 하반신 마비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그의 실종을 둘러싸고 하나둘 밝혀지는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 추리극 형식입니다. 


이야기를 풀면서 극이 시작되지만, ‘최병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사연 많은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한바탕 웃음과 함께 아련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이번에도 따뜻한 감동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하반기에는 13년간 대만, 일본을 비롯한 135개 지역 85만 명 관객들과 함께한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진한 감동의 여운을 전하기 위해 한층 가까워진 무대와 객석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 사진7 뮤지컬 <김종욱찾기>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포스터


 

지금까지 우리 뮤지컬 시장 문제점도 간단히 짚어보고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문화 콘텐츠가 제대로 성장해야 우리 문화가 더 깊어지고 다양한 세계를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안에서 독자적이고 활발한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나와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랍니다. 더 활성화되고 체계적인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과 함께 우리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함께라면 우리 대학로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를 잇는 또 하나의 뮤지컬의 메카로 탄생하리라 믿습니다! 함께 고쳐 나가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더 발전하기 위한 도약으로 여기고 모두의 관심을 통해 개선해나가길, 조금 더 높은 층위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뮤지컬 파이팅!



ⓒ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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