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떠나자! 한국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by KOCCA 2014. 7. 28.

 

 

 

성지순례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독실한 종교 신자라면 '종교적인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온라인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시는 분이라면 '화제가 되는 게시물을 꾸준히 방문하거나 댓글을 다는 놀이'라는 뜻으로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성지순례라는 말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바로 영화, 드라마, 소설, 등등의 콘텐츠에 등장한 실제 장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즉 애니메이션에 나온 실제 장소를 찾아가 보는 여행이 많이 알려졌지요. 그래서 가끔 큰 인터넷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는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여행에 관한 게시물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런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문화는 아직은 그 대상이 외국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아마 외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런 배경 속에서 성지순례 문화가 애당초 외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먼 이국땅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의 배경을 찾기 위해 열심히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도 기자가 좋아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저렇게 찾아가 볼 수 있는 장소가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로 다녀왔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2 애니메이션산업백서>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애니메이션 사업체 중 54.5%에 해당하는 186개 업체가 서울에 있다고 합니다. 세월이 좀 지나긴 했지만 지금도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대부분 서울시 아니면 부천시라는 이야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실제 배경이 등장하는 경우 대부분은 서울시의 명소인 경우가 많습니다.


 

▲ 사진1 <내 친구 해치> 13화 '푸른 눈의 제자' 편에 나오는 N서울타워

 

▲ 사진2 실제 N서울타워

 

옛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2가 산1-3

새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산공원길 105

 

 

▲ 사진3 <내 친구 해치> 포스터

 


'N서울타워', 일명 남산타워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업체 대다수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실제 장소가 등장하면 매우 높은 비율로 남산타워입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소중한 날의 꿈>, <안녕 자두야>, <고스트메신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꿈의 보석 프리즘스톤>, <꼬마버스 타요>, <KARA the Animation> 등의 작품에서 남산타워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구체적으로 서울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몇 가지 더 있기 때문에 남산타워가 등장하는 작품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2010년 서울시와 동우A&E가 서울시의 홍보를 위해 제작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내 친구 해치>에 남산타워가 자주 등장하는데, 바로 남산타워가 주인공 해치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본편에서 해치와 그 스승인 청해치는 남산타워 꼭대기에 있는 큰 까치집에서 같이 살면서 서울에 나타난 마물(魔物)을 퇴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사진4 <내 친구 해치> 2회 '관찰일기' 편에 나오는 남산팔각정

 

▲ 사진5 실제 남산팔각정


  

▲ 사진6 <내 친구 해치> 2회 '관찰일기' 편에 나오는 남산팔각정~N서울타워 일대

  

▲ 사진7 실제 남산팔각정~N서울타워 일대

 

  

▲ 사진8 <고스트 메신저> 포스터


 

남산타워에서 북쪽으로 한참 내려오면, 서울 최고의 번화가 중 한 곳인 명동 거리에 이르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지난 5월 개봉한 <고스트메신저>에서 잠깐 등장하는 '명동예술극장'이 나옵니다. 명동극장은 오프닝 영상에서도 잠깐 볼 수 있고, 본편에서는 바리 낭자가 쇼핑하다가 상관인 마고 할미의 전화를 받고 난처해하는 곳으로 나옵니다.



▲ 사진9 <고스트 메신저> 2화 분량에서 나오는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 일대

 

▲ 사진10 실제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

 

옛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가 54

새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길 35

 

  

▲ 사진11 <꼬마버스 타요> 포스터

 

 

여기서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서울특별시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외벽이 모두 유리로 된 신청사가 구청사를 감싸듯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건물은 아이코닉스, 스튜디오 게일이 제작하고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꼬마버스 타요>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사진12 <꼬마버스 타요 시즌2> 8회 '누리의 최악의 하루!'편에 등장한 서울시청

 

옛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1가 31

새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 사진13 <변신자동차 또봇 시즌11 - 출동! 또봇> 포스터

 

 

이번엔 좀 더 먼 곳으로 가 봅시다. 광화문 근처에 있는 흥국생명빌딩 앞에는 조너선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대형 조각작품인 '망치질하는 사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이 나온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는데, 바로 2010년에 혜성같이 나타나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인 <변신자동차 또봇>입니다. 이 조각상은 1분에 한 번씩 팔을 움직여서 스스로 망치질을 하는데, 작품 속에서는 악당과 함께 무너진 조각상이 망치로 악당의 머리를 계속 때리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 사진14 <변신자동차 또봇 시즌11 - 출동! 또봇> 15회 '위기에 처한 또봇들' 편에 등장한 망치질하는 사람 조각상

 

옛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226

새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68


 

이번에는 한강 남쪽으로 가 봅시다. 남궁철 감독의 2010년 작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에서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작은 상가가 서 있는 듯이 매우 특이한 공간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장소는 가상의 장소가 아닌, 지금의 잠실나루역(舊 성내역) 근처에 실제로 있었던 곳입니다. 2005년 초 무렵 인근에 있었던 잠실시영아파트가 재건축 사업 때문에 완전히 철거되면서 잠시 남았던 건물인데, 곧 이 자리에 잠실파크리오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영영 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 신기한 장소라면서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사진조차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이렇게 애니메이션 작품 속에서나마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먼지 보기(유튜브)

 

▲ 사진15 <먼지>에 나오는 성내역 역사


▲ 사진16 실제 잠실나루역 (舊 성내역) 역사



▲ 사진17 <먼지>에 나오는 성내역 역사

 

▲ 사진18 실제 잠실나루역 역사

 


▲ 사진19 <먼지>에 나오는 잠실시영아파트단지 상가


▲ 사진20 실제 잠실시영아파트단지 상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실제 배경들 가운데는 그 자체가 명소이거나 인근에 유명 여행지가 있어 여행 삼아 다녀올 만한 곳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 여름이니 시원한 곳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여름이면 많이 찾게 되는 바닷가! 그중 동해안의 속초시에 있는 '갯배마을'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곳인데요. 이곳도 우리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2012년 개봉한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에서입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속초 갯배마을에 실제로 있는 한 횟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작품 속에서처럼 실제 장소 역시 바다와 완전히 붙어 있어 물고기가 마음만 먹으면 탈출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주인공 고등어와 올드넙치, 그리고 다른 물고기들은 횟감이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되지요.

 

 

▲ 사진21 <파닥파닥> 포스터


▲ 사진22 <파닥파닥>에 나오는 속초 갯배마을

 

▲ 사진23 실제 갯배마을

 

주소: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금강대교 인근

 

  

▲ 사진24 <로망은 없다> 포스터

 

 

바다에 갔으니 이번에는 산으로 가 볼까요?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속리산은 예로부터 명승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특히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정이품송'은 조선시대 세조가 행차할 때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려 길을 비켜 주었다는 전설로 유명한 나무입니다. 이 나무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는데 박재옥, 수경, 홍은지 감독의 2009년 작 <로망은 없다>입니다. 작품에서는 주인공 황순복, 고영숙 씨 부부가 신혼여행지로 택한 장소가 속리산으로 나옵니다. 바로 이때부터 어디 여행만 갔다 하면 가족 전부를 고생시키는 황순복 씨 특유의 징크스가 나타나게 되지요. 기자는 아주 어렸을 적에 속리산에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아래의 사진은 그때 정이품송 앞에서 찍은 것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우산을 쓰고 있는 아이가 바로 어렸을 적의 기자입니다.



▲ 사진25 <로망은 없다>에 나오는 속리산 정이품송

 

▲ 사진26 실제 정이품송

 

옛주소: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17-3

 


▲ 사진27 <소중한 날의 꿈> 포스터

 

 

이번에는 맛의 고장, 전라도로 가 봅시다. 예전부터 특이한 풍경 때문에 관광지로 잘 알려진 군산의 '해망굴'과 '철길마을'은 2011년에 개봉한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에 등장합니다. 해망굴은 작중에서 오이랑과 전학생 한수민이 처음으로 학교 밖에서 같이 만나서 거닐며 놀던 장소로 나오고, 철길마을은 이 작품의 명장면인 오이랑과 김철수의 우산 주고받기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 사진28 <소중한 날의 꿈>에 나오는 군산 해망굴


▲ 사진29실제 해망굴

 

주소: 전라북도 군산시 해망동 1000-21



▲ 사진30 <소중한 날의 꿈>에 나오는 군산 철길마을

 

▲ 사진31 실제 철길마을

 

주소: 전라북도 군산시 경암동

 

 

▲ 사진32 <엄마 까투리> 포스터

 

 

전라도를 가 봤으니 경상도로 가 보지 않을 수 없죠? 이번에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일컬어지는 안동으로 가 봅시다. 안동시는 하회마을과 간고등어로 잘 알려진 곳이죠. 이번에 가 본 곳은 '몽실 언니', '강아지 똥' 등을 쓴 아동문학가 故 권정생 선생과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그의 유작인 동명의 그림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2011년에 개봉한 안동영상미디어센터, 퍼니플럭스의 <엄마 까투리>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여기에 그가 생전에 살았던 집이 등장합니다. 작품 속에서는 막둥이를 비롯한 꺼병이 9남매가 잠깐 들어와 한바탕 신이 나게 놀고 나가는 곳으로 나오지요. 권정생 선생은 이미 2007년에 별세했지만 집은 지금도 사람이 사는 것처럼 잘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의 집'이 있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바로 앞에는, 역시 엄마 까투리에 등장한 조탑동 오층전탑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탑은 2014년 6월 현재 보수공사 중이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 사진33 <엄마 까투리>에 나오는 故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

 

▲ 사진34 실제 故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

 

옛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7

새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안길 57-12

  


 

성지순례가 무조건 장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건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장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실제 사물이 등장하고, 이런 것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도 충분히 성지순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부활호'입니다. 부활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에 공군기술학교에서 만든 한국 최초의 자체개발 동력항공기입니다. 이 부활호는 상당히 기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1955년에 공군에서 대구에 있던 한국항공대(지금의 항공대와는 전혀 다른 학교입니다.)로 옮겨진 다음 1960년 무렵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 이후 누구도 그 소재를 아는 사람이 없다가 부활호 제작 당시 제작을 총지휘했던 이원복 예비역 공군 대령이 수소문 끝에 대구 경상공업고등학교(한국항공대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학교)에 부활호의 실물이 있는 것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후 대한민국 공군의 주도하에 복원작업이 이루어져 2004년 가을에 복원을 완료했습니다.

 

이 비행기는 앞서 한번 소개한 <소중한 날의 꿈>에 등장합니다. 작품 속에서는 김철수의 삼촌이 이 비행기를 주워온 다음 고쳐서 다시 비행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당시 복원된 기체는 지금 충청북도 청주시의 공군사관학교 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사진35 <소중한 날의 꿈>에 나오는 부활호

 

▲ 사진36 실제 부활호

 

옛주소: 충청북도 청원군 남일면 쌍수리 75-1

새주소: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단재로 635 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 안

 

 

지금은 한국에서 나로과학위성, 무궁화, 아리랑 등등 여러 종류의 위성을 발사하고 운용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이 개발했던 작은 위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20여 년 전 발사된 '우리별 1호 과학위성'(KITSAT-1)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졸업생과 연구원으로 하여금 영국 서리(Surrey)대학에서 인공위성 제작 기술을 배워오게 하고, 그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 다음 1992년 8월 11일에 발사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때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분야는 큰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정말 애니메이션은 그 소재와 내용에 한계가 없는 것인가 봅니다. 심지어 이 인공위성조차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그 작품은 바로 올해 초 개봉한 장형윤 감독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입니다. 이제까지 소개한 작품 대부분에서 실제 장소나 사물 등이 실제 모습과 거의 유사하게 나오는 것에 비해, 이 작품에서 나오는 우리별 1호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대신 인공위성이 사람으로 변한 것이기 때문에, 발에 로켓 모터를 달고 있고 팔을 발사할 수 있으며 그 외 여러 가지 기계 장치들을 달고 있지요.

 

이 여주인공 '우리별 일호'(작중에서는 성이 우리별이고 이름이 일호입니다.)의 원형인 우리별 1호 인공위성은 대전에 있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별 1호가 KAIST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는 일호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러 인공위성연구센터에 잠깐 갔다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때 나오는 건물의 모습은 실제 건물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지만 대신 우리별 1호를 만든 곳에서 직접 똑같이 만든 모형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 사진37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포스터

 

▲ 사진38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에 나오는 우리별 1호 인공위성

 

▲ 사진39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전시중인 우리별 1호 모형

 


▲ 사진40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에 나오는 인공위성연구센터 간판석

 

▲ 사진41 실제 인공위성연구센터 간판석


 

▲ 사진42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에 나오는 인공위성연구센터

  

▲ 사진43 실제 인공위성연구센터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 291

 

 

그런데 인공위성연구센터는 관광지나 박물관 같은 곳이 아니라 국립대학에 소속된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일반인 출입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도 모형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모형을 직접 보고 싶다면 참고하기 바랍니다.

 

 

▲ 사진44 <미카 129> 블루레이 표지

 

 

이제 대망의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대전에 있는 사물입니다. 바로 '미카3형 증기기관차 129호'(ミカ3型 蒸氣機關車 129號), 이른바 미카 129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제작되어 이후 1980년대까지 사용되었던 증기기관차입니다. 이 기차 역시 부활호처럼 국방역사와 관계된 문화재인데요.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19일, 대전에 고립되어 있던 미 육군 제24보병사단 사단장 딘(William F. Dean)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 기관차입니다. 대전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교신이 끊어진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에서 33명의 특공대를 조직했고, 김재현 기관사와 황남호, 현재영 기관조사가 미카 129호에 이들을 태우고 대전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딘 소장은 결국 찾지 못했고, 돌아오는 길에 북한군의 공격으로 김재현 기관사가 전사하고 현재영 기관조사는 부상을 당합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미군 특공대원 33명 중 32명이 사망함으로써 작전은 완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으며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비록 작전은 실패하였으나 철마를 이끌고 사지로 뛰어든 김재현 기관사는 이후 한국 철도인의 본보기가 되었으며 철도인 최초로 서울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 사진45 김재현 기관사

 

 

바로 이날 작전에 투입된 미카 129호 기관차가 국립서울현충원, 픽셀플래닛에서 만든 <미카 129>라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합니다. 작중에서는 미군이 아닌 국군 장병들이 미카 129호에 타고 대전역으로 출격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미카 129호 증기기관차는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묘역 옆에 있는 '호국철도기념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사진46 <미카 129>에 나오는 미카3형 증기기관차 129호


▲ 사진47 실제 미카3형 증기기관차 129호



▲ 사진48 <미카 129>에 나오는 미카3형 증기기관차 129호의 조종실


▲ 사진49 실제 미카3형 증기기관차 129호의 조종실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안

 

 

자! 어떻습니까? 많은 것 같나요? 사실 많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한 작품에 여러 장소가 나오거나 같은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 여러 장소가 나오는 경우 형평성을 위해 일부러 싣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그런 장소들까지 고려한다고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실제 장소가 배경으로 나오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나마도 서울에 있는 장소가 대부분이며 서울 외의 지역이 배경으로 나온 경우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우포늪을 포함해서 위에 기록한 정도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이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국내의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보기 어려운 점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애니메이션, 특히 우리나라 상업 애니메이션의 대상 연령대가 치우쳐 있기에 선택하는 소재와 내용이 보통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에서 등장하는 실제 장소의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인구나 여러 가지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마저도 서울에 집중된 현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 CGV명동에서 <변신싸움소 바우>의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이 작품은 경상북도 청도군의 명물인 '청도 소싸움'을 소재로 제작한 일종의 파일럿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준한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콘텐츠 산업의 90%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에 우수한 콘텐츠가 있어도 이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일본 관광청은 '도쿄 오타쿠 모드'(http://otakumode.com/sp/visit_japan/)라는 웹사이트를 신설하였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성지순례 장소를 외국인들에게 알려 주는 곳입니다. 물론 일본이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에서는 선진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속에서 다양한 실제 장소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자국민들도 애니메이션에 나온 실제 장소를 활발히 방문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까지도 유치하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궁극적으로 애니메이션 작품 자체의 홍보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수 진작이나 외화벌이 같은 경제적인 효과보다, 우리가 사는 삶의 공간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한국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우리 주변의 친숙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나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최근 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억지스러운 한국색 표현 때문에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는데요. 진정으로 친숙한 소재를 잘 활용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바로 지금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경이나 사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으로써 작품 속의 이야기가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공감되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우리 삶의 공간과 기려줄 만한 사물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더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 주요 관객인 한국 사람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 출처
- 사진1,3,4,6 동우A&E
- 사진2,5,7,10,12,14,16,18,23,34,36,47,49   직접촬영
- 사진8 고스트 메신저 공식 웹사이트
- 사진9 스튜디오 애니멀
- 사진11 꼬마버스 타요 EBS 공식 홈페이지
- 사진13 변신자동차 또봇 공식 블로그
- 사진15,17,19 남궁철,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 사진20 오마이뉴스
- 사진21 <파닥파닥> 공식 웹사이트
- 사진22 이대희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사진24 <로망은 없다> 공식 웹사이트
- 사진25 한국영화아카데미
- 사진26 지인 직접촬영
- 사진27 <소중한 날의 꿈> 공식 웹사이트
- 사진28,30,35  연필로 명상하기
- 사진29,31 상상발전소 5기 김지영 기자 촬영
- 사진32 <엄마 까투리> 공식 웹사이트
- 사진33 <엄마 까투리> 스틸컷
- 사진37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공식 웹사이트
- 사진38,40,42 지금이 아니면 안돼
- 사진39,41,43 인공위성연구센터
- 사진44 추광호 감독 블로그 http://blog.daum.net/mbcchoo/56
- 사진45 전쟁기념관
- 사진46,48 국립서울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