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연극 <유도소년>의 오늘의 출연진 소개
‘단 하나’에 미쳐본 적이 있나요? 저의 경우 초등학생 때 처음 나간 백일장 대회에서 1등을 한 후, 문예부 선생님의 눈에 띄어 처음으로 재능을 인정받았답니다. 그래서 저의 학창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글짓기’는 저를 따라오는 꼬리표 같은 존재가 되었고요. 처음에는 그 점이 부끄러우면서도 기뻤는데, 시간이 갈수록 멋진 글을 써도 아무런 감흥이 없어졌어요. 하나의 상이라도 더 받기 위해 진심을 담아내지 않은 글을 생산하고 있는 제 자신을 마주본 그 때, 엄청난 회의감이 들었지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냥 글은 좀 쓴다, 는 정도로만 스스로를 인식했어요. 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는 저는 이제와 깨달았어요. ‘아, 나는 글 쓰는 것을 정말 사랑하구나’ 하고요.
▲사진2 무대에 놓인 '박경찬'의 유도복
여기, 저와 같은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연극 <유도소년>의 주인공 ‘경찬’입니다. ‘경찬’은 유도라는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픈 것도 지는 것도 싫게 되어 자꾸만 안으로 숨게 됩니다. 과연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유도에서 다시 한 번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을까요?
▲사진3 연극 <유도소년> 출연 배우들
연극 <유도소년>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창단 10주년을 맞이해 야심차게 준비한 세 번째 작품입니다. 극단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로 시작해 현재 대한민국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젊은 극단 중 하나로써 연극 <나와 할아버지>, <올모스트 메인>,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 객석 점유율100%을 자랑하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타자를 잇는 연극 <유도 소년>이 4월 26일 토요일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초연 공연을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개막했습니다.
연극 <유도소년>은1997년 고교전국체전을 배경으로 고교 유도선수 ‘경찬’과 복싱선수 ‘민욱’ 등피 끓는 청춘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 작품을 쓴 박경찬 작가가 실제 고교시절 유도선수로 활동 하던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실화입니다. 더불어 뮤지컬 <머더 발라드>,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을 인정받은 이재준 연출이 6년 만에 극단 ‘간다’로 복귀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 연극 <유도소년>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경찬은 한때 도 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던 고등학교 유도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슬럼프가 오면서 점점 운동에 대한 회의를 느낍니다. 그렇게 경찬은 이제 유도로 대학조차 가기 힘들게 된 상황에서 신입생 후배들 때문에 엉뚱한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 사건으로 인하여 학교에서 특명을 받아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참가합니다. 전국대회에 참가한 경찬은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하는 상황에서 첫사랑 화영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화영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복싱국가대표 민욱의 등장으로 생각과 다르게 일이 커진다. 이 모든 좌충우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찬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마지막 대결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럼 이제 연극 <유도소년>이 가진 매력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사진4 관객들이 찾기 전의 연극 <유도소년>의 무대
연극 <유도 소년>만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리얼리티, 즉 사실성에 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운동선수이기에 모든 배우들이 연습 초기단계부터 각자 캐릭터를 더욱 진정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각 역할에 맞춰 유도, 복싱, 배드민턴을 실제로 배웠다고 합니다. 실제 운동선수의 운동량에 버금가는 연습량을 소화하는 등 공연 연습실이 또 다른 체육관으로 착각될 만큼 공연 준비에 만반을 기했던 배우들. 때문에 그들이 매 연습마다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했던 만큼 매력 넘치는 캐릭터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극장 안을 가득히 채우는 1990년대 음악에 있습니다. 이미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응답하라 1994>로 인해 90년대에 대한 향수가 많이 공유된 상태로, 극장에서 만나는 90년대 대중가요는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을 잘 대변해줄 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부분에서 나오는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도입 부분과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작과 맞아떨어지는 HOT의 ‘캔디’가 주목해야, 아니 주목할 수밖에 없을 장면일 것입니다.
연극 <유도소년>의 마지막 매력 포인트는 구수한 사투리에 있습니다. 전북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배우들이 찰진 사투리를 구사하며 연기를 합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요셉’이라는 인물이 사투리를 전수받는 과정을 통해 극 중 재미를 극대화시킵니다. 또 사투리뿐만이 아니더라도 관객들의 웃음을 보장하는 부분들이 많기에 신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연극 <유도소년>으로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팁을 더 드리자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상상력이 좋으신 분들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역린>에서 나온 현빈 배우의 화난 등 근육만큼이나 탄탄한 배우들의 근육질 몸매도 분명 이 연극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의 동기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진5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
저는 작년 연극 <올모스트 메인>을 푹 빠진 이후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내놓는 작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첫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사랑이나 자아 찾기에 맞춰진 것들이라, <유도소년>이라는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강인함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운동 중에서도 각자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열정 가득한 기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극 중 대사이자 연극 <유도소년>이 내세우고 있는 메시지, ‘내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랑께’가 특히 잘 와 닿았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꿈 또는 목표에 달려갈 때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지만 그것이 결코 ‘끝’은 아닐 것입니다. 저 대사처럼 결국 끝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아직은 끝이 아니에요. 조금 더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사진6 무대가 끝난 후 서로를 안는 연극 <유도소년> 배우들
저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특히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합니다. 그 순간만의 것이라는 가치에서 그 애정이 비롯되기도 하지만 극 장면이 넘어갈 때의 ‘정전’이 정말 좋습니다. 옆 사람도 안 보이는, 심지어 무릎 위 손마저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방금 본 무대의 장면을 곱씹거나, 배우들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연극 <유도소년>에서 큰 빛을 발휘했습니다. 피 끓는 청춘들의 이야기이기에 극 격양된 감정 상태가 관객들에게 어둠을 통해 전해지고, 운동으로 인해 더워진 무대의 공기가 잠시 내려앉아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둠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논리가 완벽하게 성립하는 곳이 바로 극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자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너는 무엇을 느꼈니? 또 무엇을 보았니?’
제가 제안하는 <유도소년>의 관람은 보되 느끼는 것에 더 초점을 두셔서 자신 안의 ‘유도소년’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럼 조명 속에서 반짝이는 배우들의 땀방울을 통해 포기했던 그 때를 이해하고, 지금을 위해 다시 한 번 도전해보세요. 힘차게!
ⓒ 사진 출처
-사진1,2,4 직접촬영
-사진3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 메인이미지 및 사진 5,6 스토리 P 제공
[출처]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그대는 ‘유도소년’, 연극 <유도소년> (비공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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