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찬 만월이 덩그러니 떠있는 포구에 남자 둘이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같은 달을 보며 이 둘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뒷모습을 보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불 것 같은 포구의 풍경 때문인지 어쩐지 쓸쓸할 것도 같습니다. 달빛이 이 밤을 비추듯 당신이 나를 부르네. 뮤지컬 <풍월주>입니다.
◎ 독특한 소재와 코드. <풍월주>가 궁금하다!
2012년 초연 당시 그야말로 ‘대학로 히트작’이었던 창작 뮤지컬 <풍월주>가 2013년, 재연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은 ‘풍월주’를 아시나요? 원래 ‘풍월주’란 신라 시대 화랑의 우두머리를 뜻합니다. 그런데 뮤지컬 <풍월주>는 바람과 달의 남자, 풍월이란 새로운 상상 속 인물들을 그려냈습니다. 여기서 풍월은 신라시대에 신분 높은 귀부인들이 찾던 남자 기생이라는 신선한 설정입니다. 이들은 말하자면 기방과도 같은 ‘운루’에서 귀부인들을 모셨죠. 신라시대라는 배경만으로 신선한데 여기에 남자 기생이라는 설정을 넣으니, <풍월주>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커지지 않나요?
▲사진1. ‘열’역의 정상윤(좌), 조풍래(우)
기본적으로 <풍월주>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쟁탈기냐구요? 아니요! <풍월주>는 한 여자의 한 남자를 향한 독한 사랑과, 두 남자의 격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단순한 우정도 아닌, 그런 사랑이야기입니다. ‘열’은 자타공인 운루 최고의 풍월입니다. 언변은 물론 춤 솜씨도 무척 뛰어나죠. 그는 운루에서 기반을 쌓고 운루를 나와,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사담’과 함께 사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담 역시 그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만을 바라고 있었죠. 그런데 열이 진성여왕의 눈에 들면서 일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겉은 강하지만 속은 상처로 가득한 진성여왕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준 열을 자신의 사람(부군)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지요. 진성여왕이 사담을 해칠까 두려워진 열은 사담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담은 이미 진성여왕을 대면한 후 였는데요. 과연 이 둘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였을까요?
◎ 작고 소소하지만 단단하고 알찬 뮤지컬 <풍월주>
창작뮤지컬이자 소극장 뮤지컬인 <풍월주>는 사실, 스케일이 큰 뮤지컬은 아닙니다. 남자 기생인 풍월들의 의상은 단정한 남색에 흰색 선으로 이루어져있어 그리 화려하진 않습니다. 진성여왕도 여왕이지만 색색의 자수와 풍성한 천들로 이루어진 옷은 아닙니다. 무대 역시 사거리처럼 네 갈래로 나눠진 경사면이 무대의 끝입니다. 모든 장면들이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소소한 소품들과 음향효과로 다른 장소임을 짐작하게 해주죠. 화려한 의상과 조명, 거대한 세트장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하고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월주>는 소극장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을 동양적인 음률이 섞인 깊은 곡이나, 현악기의 슬픈 음색에 섞인 배우들의 노래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열과 사담, 진성여왕 각자의 사랑이 담겨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자면, 누구 하나의 사랑을 탓할 수도 없이 함께 마음이 아파올 만큼 집중도도 높지요.
▲사진2 ‘사담’역의 신성민(좌), 배두훈(우)
게다가 <풍월주>는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로 선정되면서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루키’였습니다. 이런 기대감을 토대로 2012년 프리뷰는 물론 연장 공연까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되곤 했다고 합니다. 2012년 초연때는 객석점유율이 평균 90%를 넘었다고 하니 ‘2012년 대학로 히트작’이라는 명성이 괜히 생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풍월주>는 승승장구하여 다음해인 2013년 6월, 일본 아뮤즈뮤지컬씨어터에서도 공연을 했습니다. 이러한 흥행가도가 2013년 11월, <풍월주> 재연의 앞날을 더욱 기대되게 하죠.
◎ <풍월주>의 열정과 감성이 넘치는 배우들!
이번 <풍월주> 재연에는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로 선정되면서 했던 리딩공연에 참여했던 배우 정상윤과 김지현이 열과 진성여왕으로 참여하면서 뮤지컬의 탄탄함을 더 했습니다. 또한 열과 진성여왕에 새로운 얼굴을 더했는데요. 함께 캐스팅된 조풍래는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참여했었으며 전혜선은 제1회 뮤지컬어워즈 여우신인상과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졌습니다. 사담 역의 신성민은 초연 때 참여한 멤버이기도 한데요. 초연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아 이후 <김종욱 찾기>, <쓰릴 미> 등 인기 뮤지컬에 출연했습니다. 같은 사담 역에 캐스팅된 배두훈은 독특하게도 ‘보이스 오브 코리아2’ 세미파이널 진출자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예종 연기과에서 연기를 배워 온 배우이기도 합니다. 노래 잘하는 배우라니, 뮤지컬에 적합한 인재는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요?
▲사진3 ‘진성여왕’역의 김지현(좌), 전혜선(우)
이외에도 운루를 이끄는 운장 역의 임현수와 최연동, 열과 사담의 친구 궁곰 역의 김보현, 귀족 여인인 여부인과 진부인 역으로 나온 이민아, 김지선이 뮤지컬에 풍미를 더했습니다. 특히 운장은 진성여왕을 향한 또 다른 사랑을 내비쳐 더욱 안타깝게 했고, 궁곰은 익살맞은 행동들로 관객을 즐겁게 했습니다.
<풍월주>는 가슴을 저릿하게도 하고, 내가 열이었다면, 담이었다면, 진성여왕이었다면 어땠을지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뮤지컬입니다. 한번 보고 나서도 같은 역의 다른 배우는 또 어떤 열과 사담, 진성여왕과 운장을 그려낼지 무척 궁금하게도 하죠. <풍월주>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스팟 영상을 통해 과연 <풍월주>는 어떤 감성을 전달하는지 잠시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오는 2월 16일까지 공연하는 <풍월주>와 함께 2014년 새해를 시작하시는 건 어떨까요?
◎ 출처
- 메인 이미지, 사진2~3. 뮤지컬 <풍월주> 공식홈페이지
(http://program.interest.me/cj_concert/poongwallju)
-동영상1. 유튜브 CJEnMMusicals
(http://www.youtube.com/watch?v=fQhqENa2K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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