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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한 작품을 사이에 둔 두 가지 장르, 그 사이의 간극에 관한 이야기 <영화 편>

by KOCCA 2013. 12. 5.



매일 발전하는 미디어 사이에서 우리는 다양한 장르의 2차 창작을 접합니다. 2차 창작은 원작이 있는데 다른 장르로 구현되는 작품들이죠. 이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나 장르에서 활용되는 것을 'One Source Multi Use'라고 합니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드라마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소설이 많았죠. 반면 영화는 어떨까요?


영화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현재 영화는 소설, 드라마, 연극, 웹툰 등 다양한 장르의 원작을 기반으로 두고 있죠. 분명 영화도 처음에는 소설의 원작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드라마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강한 장르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으니 다양한 시도들 역시 많았지요. 한 때 충무로에 불었던 연극 열풍 이후, 웹툰까지 그 영역을 넓힌 상태입니다.



▲사진2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영화의 경우도 가장 크게 직면하는 문제가 분량의 문제죠. 드라마는 몇 부작과 같은 연속성 있는 장르이지만 영화는 러닝타임 안에 모든 걸 해결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분량의 축소가 일어날 수밖에 없죠. 특히 그 한계가 드러나는 원작이 바로 웹툰입니다. 웹툰의 경우 만화이다보니 다소 긴 호흡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연재된다는 장르의 특성상 연재 기간의 제약이 없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가 길어지고, 그런 이야기가 과연 러닝타임 안에 다 담기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영상1 은밀하게 위대하게 예고편

 

생략과 축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리면서 자연히 관객이 기대하고 원작이 전하려는 감동, 혹은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갑니다. 최근에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같은 경우가 대표적이 예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이 작품은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기에는 조금 긴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선 이중스파이로 생활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영화에서는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예 삭제되었습니다. 이중스파이라는 스토리 상의 가장 큰 반전 중 하나를 빼먹은 영화는 조금은 허무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죠.



▲사진3 살인의 추억 포스터

 

한창 충무로에 불었던 연극 열풍에도 제작자들이 부딪히는 벽이 하나 있었죠. 이건 스토리의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시간도 비슷하다 보니 스토리 자체의 수정에 한계가 생기는 겁니다. 소설이나 웹툰과 같은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장르와 특성이 확실히 차별화 되는 반면, 연극은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이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기반에 둔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죠. 대표적으로「살인의 추억」과「웰컴투 동막골」그리고「왕의 남자」가 있습니다.


 ▲영상2 살인의 추억 예고편

 

「살인의 추억」의 원작은 연극「날 보러 와요」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화하면서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줬죠. 바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연극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진행되다 보니 애드리브도 유동성이 있습니다. 반면 영화는 모든 장면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찍다보니 그 안에 어떤 ‘상징’들로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런 상징을 이용,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입니다.


▲사진4 왕의 남자 포스터

 

「왕의 남자」같은 경우는 영화화가 되면서 꽤 재밌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을 뒤바꾼 것인데요. 원작인 연극「이」에서 주인공은 ‘공길’입니다. 공길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뛰어난 외모를 이용해 신분상승을 하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로 꽤나 야심가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시선은 장생과 연산에게로 돌아가죠. 특히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장생은 공길을 사이에 두고 연산과 묘한 대립관계를 형성합니다. 같은 처지의 공길을 보며 왕에게 괜한 자격지심도 느끼고 그와 함께 동료애를 뛰어넘는 감정을 품기도 하죠.


영상3 왕의 남자 예고편

 

이런 변화에 부합하듯 공길 역시 많은 성격의 변화를 보입니다. 연극에서는 분명 야욕에 가득 찬 인물이었습니다만, 영화에서는 매우 여린 인물로 등장합니다. 분명 성별은 남자이나 외모나 말투 모두 여성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되는 거죠. 어쨌건 이런 그의 모습이 의도치 않게 연산과 장생에게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소 여성스러운 공길의 모습은 자연스레 보호본능을 일으킴과 동시에 그를 탐하려했던 양반들을 향한 분노를 이끌어 내는 도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1차 창작물의 변화는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실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기존의 스토리가 가진 힘과 제작가의 창의력이 바탕이 되어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사진 및 영상 출처

-사진1,2 <은밀하게 위대하게> 공식 홈페이지

-사진3 <살인의 추억> 공식 홈페이지

-사진4 <왕의 남자> 공식 홈페이지

-영상1-3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