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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모니터 뒤에 숨은 청춘이 세상에 고함, 영화 <잉투기>

by KOCCA 2013. 11. 21.

 

 

지난 14일 엄태화 감독의 영화 <잉투기>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개봉하였습니다. 독특한 제목에 독특한 포스터만큼이나 독특한 내용으로 독립영화계의 새 바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태식 역을 맡은 배우 엄태구는 엄태화 감독의 동생으로, 류승완-류승범 형제의 뒤를 이을지 주목받고 있는데요.  싸우는 청춘! <잉투기>의 매력을 분석해보았습니다.

 

 

▲사진1 영화 <잉투기> 포스터
  

 

① 잉투기,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고?

 

▲사진2 <잉투기> 스틸컷
 

잉투기라는 영화 제목은 그 자체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잉투기는 자신이 가진 상처를 안고 잉여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는데요. 잉투기란 ‘잉여들의 격투기’를 줄인 말이라고 합니다. 잉여들이 격투기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엄태화 감독은 잉투기라는 소스를 현실 속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잉투기는 디시인사이드라는 국내 유명 사이트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실제 개최되었던 격투기 대회 이름인데요. 키보드 워리어가 판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니터 뒤에 숨어 비겁하게 서로를 욕하지 말고 실제로 정정당당하게 겨뤄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제로 있었던 일을 씀으로써 정말 있을 법한 우리네 이야기를 잘 그려낸 <잉투기>가 탄생하게 되었네요.

 

 

② SNS를 뜨겁게 달궜던 볼케이노의 정체

 

영상1 영화 속, 아이돌 볼케이노의 <데칼코마니>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1세대 아이돌 영상이라며 <데칼코마니>라는 뮤직비디오가 큰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다소 촌스러운 머리에 그 시절 쓰던 빵모자, HOT나 젝스키스가 입던 화려한 재질의 긴 무대의상을 입은 채 춤을 추는 그룹의 이름은 ‘볼케이노’였지만 아무도 볼케이노가 누군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 시절 데뷔했다 잊혀진 그룹이라고 생각했지요. 사실 볼케이노는 극의 조연 중 하나인 ‘젖존슨’과 근호가 멤버로 속해 있다 망한 아이돌 그룹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데칼코마니> 영상은 정말 그 시절 뮤직비디오처럼 실감 나는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위의 동영상을 통해 한 번 즐겨보세요:)

 

 

③ 개성 강한 캐릭터. 하지만 어쩌면 당신의 모습일 수 있다.

 

▲사진3,4,5 <잉투기>의 주인공들


주인공 태식은 나이도 꽉 찰만큼 먹었지만, 하는 일 없이 게임만 하던 말 그대로 ‘잉여’입니다. 종종 인터넷 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싸움을 잘 한다던지, 용돈을 많이 받는다는 허세 가득한 말로 인신공격을 하며 싸우기도 합니다. ‘젖존슨’과 ‘현피’ 장면이 SNS에 퍼지면서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자, 정신을 차리기보다 젖존슨을 죽이겠다며 칼을 가는 캐릭터죠. 하지만 엄마의 관심을 항상 갈구하며 하고 싶은 게 있냐는 엄마의 질문엔 ‘배고파’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몰라 하루 종일 게임 밖에 할 줄 모르는 태식을 과연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요?


영자는 소녀 가장 고등학생이지만 체육관을 운영하는 삼촌의 추천으로 복싱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외의 재능에 예쁘장한 얼굴로 ‘미소녀 복서’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지만 한 사건으로 출전 정지를 받게 됩니다. 만사가 재미없는 영자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태식의 복수를 재미로 돕는 무신경한 소녀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불만을 아프리카tv에 BJ로 나오며 먹방으로 해소하지요. 어쩌면 사람들의 관심에 목마른 10대 소녀가 영자에게 감춰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식의 친한 형인 희준은 할 줄 아는 것, 해본 것이라곤 여자를 꼬시는 일 밖에 없지만, 이는 부모님이 주신 잘생긴 얼굴과 부모님의 돈 덕분이죠. 그러나 태식 때문에 체육관에 다니면서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겨, 처음으로 간절함이란 걸 알게 됩니다. 언제나 무시만 받던 희준이 관장님의 칭찬에 삶의 목표를 찾는 모습은 오히려 부럽기까지 합니다.
 


 게임 유저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이슈를 다룬다던지 ‘현피’나 'BJ라'는 개념, 실제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말싸움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엄태화 감독이 얼마나 세심하게 사회를 그려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태식이 맞는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태식을 향해 쏘아대는 ‘짖궂은’ 장난은 현실 세계와 매우 흡사합니다. 때문에 이를 보는 관람객을 불편하게 만들며 이러한 세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죠. 무자비하게 구타당하는 태식을 보며, 돕기보다는 영상을 찍기 바쁜 사람들의 모습도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잉여 인간’의 모습으로 모니터 뒤에 숨어있던 세 사람이 세상을 향해 내뱉는 고함은, 세 사람과 같았던 관람객들의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며, 그들처럼 한 발짝 나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사진 및 영상 출처
-사진1-5 <잉투기> 공식홈페이지
-영상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