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도자기와 분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허준, 대장금, 마의가 그랬듯 이 드라마의 주인공 '정이' 또한 실존 했던 인물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도공 1,000여명을 이끌며 조선의 자기를 빚어냈던 진정한 불의 여신, 백파선(百婆仙)을 소개합니다.
◎ 차별을 딛고, 사기장으로 우뚝 서다
▲사진2 백파선의 이미지
조선시대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행사나 의식을 치를 때는 부정을 탄다는 이유로 접근조차 허용 받지 못했는데요. 도자기를 구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가 장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죠.
"1623년경 심해종전(深海宗傳)의 미망인 백파선(百婆仙)이 동족인 조선 사기장 960명을 이끌고 아리타의 히에고바에 가마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실 '백파선'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본명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명칭은 그녀의 손자가 세운 비석에 나오는 일종의 '호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석에 적힌 내용과 그 이름에서 유추해 볼 때 성격이 온화하고 자애로웠으리라 예상됩니다. 그녀가 일본으로 건너가 자기를 빚고, 남편이 죽은 후에도 사기장들을 이끌었다는 이야기에선 온화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 조선의 자기, 세계의 백자
백파선이 열심히 빚어낸 자기는 바로 조선 백자입니다. 고려는 청자, 조선은 백자!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것, 기억나시나요? 고려청자의 제조기법은 분청사기, 조선 백자로 이어져 내려왔는데요. 조선 왕실은 일찍이 백자의 생산과 관리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지금 드라마 속에선 광해군이 분원의 도제조를 맡아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죠? 실제로 역사 속에서도 왕자가 도제조를 맡는 일은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특히 영조는 16세 때 사옹원 분원의 도제조를 맡아 왕위에 오를 때까지 분원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사진3 조선백자, 왼쪽부터 백자소문대병, 백자소문대호, 백자청화초화접문호
조선의 백자는 왕실, 외국 사신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왕의 어기는 백자만을 사용했으며 <세종실록>에서 명나라 사신이 백자를 요구한 사실이 여러 번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지방가마에서 생산된 자기를 조공으로 받아 사용했으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경기도 광주에 분원을 두어 국가의 관리 하에 자기를 생산했습니다. 이렇게 광주에서 생산된 자기는 산 넘고 물 건너 경복궁으로 가게 됩니다.
▲사진4 본원의 이미지
▲사진5 광주 분원리에서 경북궁으로 도자기가 운반되는 길
우리의 자기는 중국의 것에 비해서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습니다. 높은 기술력뿐 아니라 도자기에 혼을 불어넣는 조선의 사기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랍니다.
◎ 백파선, 아리타 도자를 이끌다
17세기 초까지 백자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본은 한국을 매우 부러워했고 급기야 임진왜란을 틈타 조선의 도공들을 대거 일본으로 끌고 갑니다.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백파선도 사기장이었던 자신의 남편 김태도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게 되는데요. 이때 함께 일본으로 끌려간 또 다른 사기장이 바로 일본 도자기의 신이라 불리우는 이삼평, 아리타 도자를 탄생시킨 장본인입니다. 일본에서는 그를 일본 최초의 백자 창시자로 신격화하여 '도조'라는 칭호로 칭송하며 그를 모시는 신사도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일본의 주요 도자 생산지인 카라츠를 비롯해 사츠마, 이마리, 하기 등도 조선 사기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요.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리모쥬 등 유럽의 유명 도자의 모태가 되고 있는 도자기 생산국 일본의 근간에 바로 우리 선조들이 있는 셈이지요.
▲사진6 끌려가는 조선 사기장들
▲사진7 아리타 도자의 창시자, 이삼평
이런 이삼평은 일본에서 도석 광산을 발견합니다.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암석이 바로 도석인데요.백파선은 이삼평이 발견
한 백자 도광에서 함께 일하기 위해 아리타 현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녀는 40년 동안 그와 함께 백자 도자기를 발전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으며 조선의 사기장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끌었습니다. 백파선이 죽은 후 사람들은 그녀를
'아리타 도업의 어머니'라 칭하며 아직까지 그녀를 기리고 있습니다. 반세기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녀는 사라지고, 도자
기는 깨어졌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바쳤던 혼은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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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0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기도자문화원형>프로젝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사진출처
- MBC드라마 <불의여신 정이> 홈페이지와 문화콘텐츠닷컴 <경기도자문화원형>에서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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