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금산 보리암
둘째 날. 죽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한 일행은 금산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금산은 충남 금산군이 아니라 남해에 위치한 산의 이름인데요. 이른 아침부터 금산을 찾은 이유는 이곳에 이번 남해 워크숍의 세 번째 현장탐방 장소, 보리암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2 보리암 가는 길
산 중턱에 차를 세우고 걸어올라가는 길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바로 전 날 특강을 맡아 주셨던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님이셨는데요. 이번에는 해설사님과 함께 현장에서 작가분들을 인솔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특별한 견학이 되었어요.
▲사진3 금산의 기암괴석
기암절경으로 유명한 금산은 원래 보광산이라고 불렸었는데요. 원효대사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행하다 관음보살을 친견(!)한 뒤 보광사라고 이름붙인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금산과 보리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곳은 양양의 낙산사, 강화 석모도의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일컬어지죠. 또한 보리암에 올라 관음보살에게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기도의 명소라고 하네요.
▲사진4 기도 명소의 위엄
전국 3대 기도처의 영향인지 산 곳곳 바위마다 사람들이 돌탑을 쌓거나 동전을 꽂아두고 간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한 번 꽂아보려 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었으면 저기까지 올라가서 동전을 끼워넣었을까요. 모두들 뜻하신 바를 이루셨길 빌어 봅니다.
보리암은 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비탈길을 꽤 올라가야 했는데요. 산을 타는 중간중간 남해가 내려다보이는 곳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탁 트인 경치가 정말 일품이었어요.
▲사진5 금산 중턱의 풍경
산 이름이 금산으로 바뀐 데에도 일화가 있는데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직전 백일기도를 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고 합니다. 이성계는 기도가 끝난 뒤 소원이 이루어지면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르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뜻대로 왕위에 등극하게 되죠. 이후 현종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조선 건국설화의 한 귀퉁이를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장소였네요.
무더위에 땀이 뻘뻘 흘렀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보리암에 도착했습니다.
▲사진6 보리암 해수관음보살상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 해수관음 성지답게 남해를 바라보고 우뚝 선 해수관음보살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살상 옆에 자리한 삼층석탑은 수로왕의 부인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직접 가져온 돌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데요, 나침반을 올려놓으면 바늘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신기한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다음번에는 나침반을 챙겨오려고요.
▲사진7 보리암에 얽힌 이야기를 경청하는 작가님들의 모습
금산 보리암에는 그 밖에도 신비한 전설이 많이 전해내려오고 있는데요.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러 남해에 왔던 서불의 이야기가 담긴 ‘서불과차암’. 춘분, 추분 때만 볼 수 있다는 노인성(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 老人星)등 역시 명소에는 이야기가 생겨나기 마련인가봅니다. 아니면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서 명소를 탄생시킨 걸까요?
보리암에서 내려오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어요. 오전 중에 다녀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에 타면 한다, 뭘? 인터뷰!
Q3) '한국적 소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1) 김보현 작가님<창작뮤지컬 트루먼쇼>
- 세계적인 사례를 봤을 때 결국 역사성, 전통성을 통해야 성공적인 글로벌라이즈가 가능하다. 한국은 아직 시도 중인 단계지만. 향후 한국적 소재를 활용한 컨텐츠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A2) 김기란 작가님 <동양다큐>
- 한국적 소재라고 하면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이미지가 많다. 교양에 오락을 녹여 친근하게 다가가는 Show양이 생겨난 것처럼, 작가들 또한 우리 주위의 소프트한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것을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아야 한다.
A3) 박현향 작가님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코미디 세상만사> <천변살롱>
- 한국적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기존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한국을 모험하고 탐험하는 소재, 혹은 하녀와 양반 사이의 일을 다룬 조선 호러 같은 것 말이다.
A4) 김오민 작가님 <전원일기><인간극장>
- 한국의 민화, 전설, 야담을 이용해서 알맹이 있는 많은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알맹이, 어떤 교훈 또한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작품에 한국적 소재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A5) 신선희 작가님 <햇빛사냥>영화<편지>
- 한국적인 소재 개발에 대한 노력을 하는 건 좋지만 그것은 일종의 매개 역할이고, 널려 있는 소재들을 어떤 관점에서 구성하는지가 문제다. 결국 무엇을 가지고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각으로, 어떤 관점에서 쓰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독일마을
독일마을은 1960년대 광산노동자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됐던 동포들이 고국에 돌아와 만든 공동체인데요. 남해군의 지원 아래 독일마을이 만들어진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워크숍 탐방지 중에 가장 궁금했던 장소였는데요.
▲사진8 독일마을 전경
독일마을에 도착하자 굉장히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런 집들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저기 보이는 바다는 남해가 맞는 거 같은데 여긴 대체 한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 한국인이었지만요.
▲사진9 독일마을 전경
현재 이 마을에는 광부 출신, 간호사 출신을 포함하여 모두 34가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을 따라서 이곳에 정착한 독일인들도 있다고 하네요. 벽돌, 기와 등 모든 재료를 독일에서 가지고 들어와 직접 건축했다는 주택들 중 일부는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펜션마을이라는 원치 않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그럼에도 꼭 한번 묵어 보고 싶은 아름다운 집들이었어요.
곧 마을회관으로 이동한 우리는 특별히 초청에 응해주신 1세대 독일마을 주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1966년, 그리고 1973년에 간호사 일을 하러 떠났던 할머님들께서 작가님 곁에 자리해주셨는데요. 역사의 산 증인인 두 분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수적인 독일에서 외지인에게 영주권까지 쥐어주면서 시킬 만큼 궂은 일을 하러 떠났던 일.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뒤 고국으로 돌아와 독일마을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까지.
▲사진10 독일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고 오신 독일마을 1세대 주민들
수십 년이 흐른 뒤 그들이 한국으로 오길 망설였던 이유는 흩어져버린 일가친척, 그리고 몸에 익어버린 문화의 차이 때문이었는데요. 실제로 독일마을에 정착하면서도 그런 점 때문에 불편한 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감정 표현의 문제라거나 일 처리 방식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마다 스스로가 외국인 같다고 느끼셨다네요.
하지만 주민들에게 배어 있는 독일식 문화가 지금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느끼려는 관광객들이 연 100만명 가까이 독일마을을 찾고 있는데요. 특히 세계적 규모의 독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본따 10월마다 열리는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11 단체 기념사진
독일마을을 마지막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한국적 방송 소재 개발 워크숍의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났습니다. 역사와 전통, 문화공동체와 관련된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던 알찬 여행이었는데요. 열심히 기획하고 진행해 주셨던 (주)브레인파크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직원 분들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작가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글을 마지막으로 1박 2일간의 여정에 대한 기사를 마치겠습니다.
Q4) 이번 '한국적 문화자원을 활용한 소재개발 워크숍'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A1) 권양현 PD님 <부러진화살><건축학개론><마당을나온암탉><7광구> 예고편 제작
- 다양한 소재들을 많이 얻어가는 것 같다. 김만중·삼별초 등 공부해보고 싶은 것도 많이 생겼고, 역사에 픽션을 가미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A2) 김기란 작가님 <동양다큐>
- 딱딱한 강의가 아닌 직접 체험하며 정서적인 만남을 할 수 있는 경험. 흔치 않은 기회였다.
A3) 김오민 작가님 <전원일기><인간극장>
- 보리암에서 이성계의 정치나 무학대사의 꿈 해몽 등을 배웠고, 김만중의 문학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을 얻고 간다.
A4) 신선희 작가님 <햇빛사냥>영화<편지>
- 소재 개발은 당장 즉효가 나기보다는 계속 저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워크숍은 작가들에게 소중한 기회다.
A5) 김영주 작가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 방송작가들과의 교류와 만남, 그리고 유배문학관 등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평소에 구체화되지 않았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 사진출처
- 사진 1-11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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