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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노래를 읽다] 첫 번째 이야기-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by KOCCA 2013. 4. 12.

 

노래를 읽다. 첫 번째 이야기

–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이 기사는 ‘노래를 읽다’라는 큰제목으로 가요나 팝송 중 가사에 서사가 있거나 서사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노래를 뽑아 그 가사를 곱씹어 보는 형식으로 작성됩니다. 지속적으로 연재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4월, 완연한 봄이 한걸음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봄에 속한 주말이 오면 너나할 거 없이 벚꽃구경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만약 제가 벚꽃구경을 가게 되었다면 이어폰을 통해 귀 속으로 흘러나왔으면 하는 노래 한 곡이 있는데요, 바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입니다.
 

 버스커버스커 1집 앨범표지

 
  저에게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벚꽃엔딩>의 첫인상은 풍성한 감성 속에 묻어있는 달달함이었습니다. 굳이 은유해 보자면 달콤한 블루베리잼과 생크림을 얹은 와플 같다고나 할까요.
  그 달달함이 좋아 반복해 듣다보니 어느 순간 의문 하나가 생겼습니다. 그 의문은 ‘이렇게 달달한 노래의 제목에 왜 엔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였습니다. 분명 가사 곳곳에 막 연애를 시작한 남자의 달달한 사랑고백들이 산재되어 있는데, 이별을 암시하는 단어인 엔딩은 가사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먼저 가사를 보겠습니다.

 

 

벚꽃엔딩 – 버스커버스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후렴)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후렴 반복)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오. 또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좋아요.
 
(후렴 반복)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노래를 하고 있는 남자. 즉, 이 노래가사 속 주인공은 달콤한 말로 애인에게 벚꽃구경을 가자고 조르고 있습니다. 가사는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하며 그녀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너무나 나긋하게 불러 이미 가사의 시작에서부터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가사들을 봐도 “이 거리를 함께 걷자, 우리 이제 손잡고 걷자.” 등 그가 읊조리고 있는 말 어디에도 엔딩이 어울릴 법한 구절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엔딩이라는 단어가 이 노래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요? 생각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버스커버스커(왼쪽부터 브래드, 장범준, 김형태)
 

  이 노래를 하나의 서사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 봅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마도 산뜻한 봄옷을 입은 젊은 남녀가 양편에 벚꽃나무가 가지런히 심어진 가로수 길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카메라는 그 남녀를 클로즈업하지 않고 담담히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 속에는 벚꽃 잎들이 흐트러지면서 두 남녀의 아직은 수줍은 사랑을 감쌉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바로 벚꽃이 있는 풍경 속의 아름다운 엔딩인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노래의 제목이 <벚꽃엔딩>인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엔딩’이라는 단어에서 이별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이 애초의 실수였습니다. 세상에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듯이, 각기 다른 우주를 품고 살아갑니다. 그런 각기 다른 우주가 표현된 다양한 콘텐츠가 풍부한 세상 속에서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생각을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이야말로 꼭 갖춰야 할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야차산 벚꽃길
 

*사진출처
사진1,2 버스커버스커 1집 앨범
사진3 네이버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