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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배타적인 한류(Korean Waves)엔 희망이 없다

by KOCCA 2011. 7. 5.


지난달 3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와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공동주최로 ‘한류콘텐츠 글로벌진출 활성화 컨퍼런스’가 열렸다. 1부의 주제는 ‘신 한류 동향과 한류의 지속 확산 방안’으로 한(韓)·일(日)·영(英) 한류 전문가가 발표를 맡았다. 이들은 공통으로 한류의 과제를 다루었고 그들의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인과 외국인 전문가의 관점은 기자가 보기에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문화를 전파하는 쪽과 그 문화를 수용하는 쪽 사이의 시각의 차이로 보였다.



한국인이 간과하기 쉬운 내셔널리즘(Nationalism)

국사(國史)책 서사(序詞)에 나오는 ‘반만년 단일민족’의 강조는 한국인에게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과 타국과의 교류를 그리 중요치 않은 것처럼 인식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내셔널리즘 혹은 민족주의가 가져올 파급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한국대중문화 저널리스트인 후루야 마사유키는 한류의 비즈니스 사업이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10대, 30대 여성이 중심인 일본의 K-POP 팬들은 CD를 여러 장 구입할 뿐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가수를 위해 고액 공연티켓도 스스럼없이 구매한다고 한다. 그러나 티켓당 10만 원이 넘는 고가의 공연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일본 내에서 한류가 지속될 수 있을까? 과거 동방신기가 출연한 일본 버라이어티 쇼에서 한 MC는 “엔화를 벌기 위해 일본에 왔냐?”는 농담을 던져 국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말로 MC의 당시 발언은 농담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본인도 현 상황을 가볍게 여기진 않을 것이다.

둘째, 인사이트컨설턴트 회장 마이클 브린이 한국인에게 던진 말은 ‘한류’라는 의미부터 재고(再考)하게 한다. 국내언론은 한류를 한국문화의 자부심이라 표현하지만, 이것이 정말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가? 지난달 열린 SM타운 파리공연의 성공은 한국가수가 부른 노래, 퍼포먼스에 대한 열광이지만 우린 더 구체적인 진실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SM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외국인 작곡가와 안무가의 협업(collaboration)으로 완성된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다른 연예기획사도 예외가 아니다. 즉, 현재 외국 팬들의 호응은 한국문화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한국문화와 외국문화의 혼종(hybridity)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의 지나친 ‘한’류 강조를 보면 오히려 그들 인식에 역효과와 반감을 낳겠단 생각이 든다.

실제 중국·일본·프랑스의 일부 매체들은 한류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국가는 강력한 민족주의만큼이나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한류가 갑자기 자국문화를 파고든다면 그들이 과연 따뜻하게 바라볼지를 생각해보라.




국가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한류(Korean Waves)

최근 역사학계는 반(反) 내셔널리즘으로써 트랜스 내셔널 히스토리란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초 민족 혹은 초국가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문화를 국가단위로 해석하기보다 오히려 각 문화의 사람들(마이클 브린은 예술가로 표현했다.)에 주목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별 가수비중의 논란이 있지만, 아시아송페스티벌(Asia Song Festival)은 타 국간 문화교류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쟈니스(일본 연예기획사)의 한국진출도 우리에겐 흥미로운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가수가 뮤직 스테이션(일본의 대표적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그 반대로 일본가수가 한국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물론 수익성 문제도 있지만, 더 크게는 일본에 대한 감정적 이유를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블이지만 Mnet을 통해 데뷔한 야마시타 토모히사의 사례는 꽤 신선하면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타 소속사를 포함하면 SDN48도 해당한다)

지금까지 가요를 중심으로 한류를 논했던 이유는 고정민(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가 말한 3세대 한류(K-POP 중심) 이외에도 영화·드라마에 비해 부족했던 인적교류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영화·드라마는 예전부터 합작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의 진출이 다소 수월했지만, 가요계는 간혹 있었을뿐더러 그마저도 성공사 (Y2K)가 드물었다. 현재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다국적그룹 2PM, f(x), miss A의 데뷔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며 이 흐름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선 앞으로도 인적교류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하나의 트렌드가 된 각국의 아티스트들 간 공동작업도 한류의 깊이를 위해 계속 요구되는 부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중문화가 되기 위해선 이러한 교류와 확장이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