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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한국 애니의 극과 극 시도! <창> vs <치링치링 시크릿 쥬쥬>

by KOCCA 2012. 11. 26.

 

 

한국 애니의 극과 극 시도!

<창> vs <치링치링 시크릿 쥬쥬>

 

 

여러분은 요즘 어떤 한국 애니메이션을 접해보셨나요?

2012년에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도와 성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이었던 <머털도사>가 26부작 TV 시리즈로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고, 3D 작품인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반가운 소식도 많았지요.

 

 

그리고 11월에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주목할 만한, 좀 유별난 작품 두 편이 등장했답니다. 군대 이야기를 현실감 넘치게 그려낸 중편 애니메이션 <창>과, 3D로 등장한 변신소녀 TV 애니메이션 <치링치링 시크릿 쥬쥬>가 그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두 한국 애니메이션이 모든 면에서 굉장히 상반된다는 것이랍니다!

11월에 등장한 극과 극의 한국 애니 신작, <창><치링치링 시크릿 쥬쥬>(이하 쥬쥬)를 함께 소개해보겠습니다!

 

 

#1. 어른용 중편 <창> vs 어린이용 TV판 <쥬쥬>

 

 

창문(The window)을 뜻하는 제목의 <창>은 28분짜리 중편 애니메이션이며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이 만든 신작이랍니다! 작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선정되어 지원도 받은 작품이지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지난 2011년에 등장해 특유의 강렬하고 섬뜩한 현실 풍자로 주목을 받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었죠! <돼지의 왕>이 상당히 수위 높은 폭력 묘사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것과 달리 <창>은 15세 관람가를 받았지만, 그림과 내용은 역시 어른용에 가까운 작품이랍니다.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군대'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성인용에 길지 않는 분량의 작품이라 그런지, 11월 1일에 인디스페이스에서 단관 개봉되었으며, IPTV와 온라인으로도 동시 공개되었다는군요.

 

 

▲ <창> 예고편 (2012.10.10 공개)

 

그리고 <쥬쥬>는 국내 완구회사인 '영실업'의 바로 그 인형 브랜드 '쥬쥬'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벌써 30년이 넘은 스테디셀러가 된 인형이 TV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거듭난 것이지요! 다양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인형 주인공답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마법으로 멋지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네요! 이는 옷 입히기 인형을 좋아하는 어린이 시청자에게 바로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현재 부모가 된 성인층에게도 반가운 이름으로 통할 것 같네요.

이번 작품은 3부작으로 애니박스, 카툰네트워크 등 케이블 위성 방송으로 방영되고 있답니다.

 


▲ <쥬쥬> 오프닝 영상 (2012. 10.25)

 

 

 

#2. <창>의 리얼리티 vs <쥬쥬>의 판타지

 

 

<창><쥬쥬>의 차이는 단순히 어른용과 어린이용 그 이상으로 대비되는 내용에 있답니다.

우선 <창>은 웬만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을 '군대'를 배경으로 선임과 후임의 갈등과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그린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무척 많습니다.

'고문관'으로 통하는 골치 아픈 관심병사 홍영수 이병과 나름대로 노력하다가 끝내 폭발하는 분대장 정철민 병장의 갈등, 그리고 누가 무조건 잘못했다 하기엔 어려한 상황은 인물과 전개 모두 무척 리얼하게 묘사됩니다. 군대 특유의 답답함과 폐쇄성도 잘 드러나는 이야기지요. 이는 영화 같은 구도의 그림과 잘 어우러져 특유의 리얼리티와 감독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듯하네요.

 

 

 

<쥬쥬><창>의 안타까운 리얼리티와 완전히 반대에 있는, 여자아이들의 마법과 우정이 함께하는 '판타지' 작품입니다. 공주가 되고 싶은 소녀의 꿈을 몰래 도와주는 동화 나라 '플레로마'의 요정공주 쥬쥬가 인간세상에 내려와 겪는 모험 이야기이지요.

'쥬쥬'라는 귀여운 장난꾸러기 소녀가 잔소리꾼 곰돌이 '루루'와 함께 다니면서, '시크릿 다이어리'를 사용해 마법을 부리고, 추운 나라의 마녀에 맞서 동화 나라와 왕자님을 되찾고자 하며 새로운 친구 '리리'와 '로사'도 사귀게 되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구도이죠. 여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친구들과 우정을 키우게 되는 쥬쥬의 성장기와 활약이 주목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누구나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고, 어린이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전형적이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가진 작품이지요!

 

 

#3. <창>의 예술적인 감각 vs <쥬쥬>의 상업적인 완성도

 

 

사실 애니메이션 <창>도 인형 <쥬쥬>처럼 원작이 있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주제로 기획한 옴니버스 출판만화 <사이시옷> 중 한 편을 연상호 감독과 만화가인 최규석 작가가 함께 만든 것이지요. 연상호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랍니다.

<둘리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 등의 작품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최규석 작가와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이라는 특별한 조합 덕분인지, 애니메이션 <창>은 참 묘한 그림의 작품입니다. 선악의 애매함과 현실의 어둠을 담담하게 담아낸 이 특별한 예술적 감각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 만할 것입니다.

기왕이면 단관 개봉 말고도 온라인 같이 더 많은 공개의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지요?

 

 

 

한편, <쥬쥬>를 만든 회사 영실업은 이미 기아자동차와 협력해 <변신자동차 또봇>이라는 흥행작을 제작했었지요! 이번의 <쥬쥬>도 애니메이션과 연계한 여러 완구 상품을 출시하고 광고하는 것만 보아도 그 상업적 감각과 완성도가 눈에 띕니다. 마법으로 변신하며 모험을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만 해도 수익 모델이 한눈에 보일 정도이니까요.

확실한 수익 구조가 필요한 상업적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네요. 그래도 순수 국산 브랜드로 이렇게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만 합니다. 앞으로의 확장과 후속작도 기대됩니다.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두 편의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각각의 가능성과 한계를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폭넓은 홍보와 제작의 플랫폼이 마련되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요? 앞으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