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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바이두, 제국의 성공신화는 계속되나

by KOCCA 2012. 10. 12.

 

바이두, 제국의 성공신화는 계속되나
  
 

지상파DMB 한국DMB㈜ QBS
이희대 편성제작팀장
 
 

지난 8월, 김영문 계명대학교 교수는 지난 10년간 세계 500대 웹사이트 순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교수의 연구는 전 세계의 모든 웹사이트를 접속 및 트래픽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알렉사'(alexa.com)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네이버(174위), 삼성그룹(245위), 다음(369위), 구글코리아(453위).


분석에 의하면, 2012년 현재 한국 웹사이트수는 500대 순위안에 달랑 4개 사이트에 불과했다. 2002년에는 500위안에 133개나 위치하던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에 비하면 현실은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물론 알렉사는 특정 툴바를 이용한 데이터 수집이라는 약점도 가지고 있어 이 지표만으로 전체 인터넷 경쟁력을 가늠할 수 완벽한 자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계 시장에서 국내 서비스 경쟁력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2012년 현재 순위의 결과는 어떨까?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16일 현재, 左 알렉사 사이트 상위 10위 참고)

 

세계 500대 웹사이트 중 1위는 페이스북이 차지했다. 그 뒤는 구글(2위), 유튜브(3위), 야후(4위), 바이두(5위) 순으로 집계됐다. 또 미국 웹사이트가 197개로 500대 웹사이트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다. 2위는 78개를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으며, 인도(40개)와 일본(24개)이 뒤를 이었다.


결과를 살펴보며 우리가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놀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자국의 엄청난 네티즌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까지도 노리고 있는 중국이다.


세계 500대 사이트에 78개를 올려놓으며 당당히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20위권에만도 5위 바이두(baidu.com), 9위 QQ닷컴(qq.com), 14위 타오바오닷컴(taobao.com), 17위 시나닷컴(sina.com.cn), 18위 구글 홍콩(google.com.hk)까지 5개 사이트가 위치하면서 포털, 메신저, 쇼핑몰 등 각 분야에서 자국을 넘어 세계 온라인 시장까지 넘보는 저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바이두는 검색 포털 분야에서 자국 기반의 토착 기업으로 시작해 무려 80%에 가까운 점유율로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현재 모바일 분야까지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 시장 석권을 준비를 하며 세계 1위 구글과도 맞붙을 태세다. 세계 최다 인구 보유국의 기세를 실감하게 한다.

 


'중국'이라는 시장에 대한 기사나 소식들을 살펴볼 때 마다 동시에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두 명의 신발 세일즈맨의 보고 다.


맨발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고 신발은 팔만한 아이템이 아니라 판단한 A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무궁무진한 신발 판매의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B의 이야기다.  


 흔히 '중국'이라는 나라를 두고 그 시장 분석을 논할 때도 역시 이 두 가지 관점이 공존한다.  


 13억 인구라는 무한한 시장성에 반해 그만큼의 경쟁 상대들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이 그것이다. 분명 엄청난 시장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경쟁자가 공존하는 시장, 중국.


IT기업 바이두의 성공은 바로 이러한 중국의 특성에 대한 고찰과 대응전략을 동시에 시사한 경우이기에 더욱 살펴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까지를 포함해)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며 바뀌지 않는 제국의 성공신화는 단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신민이 공감하는 명확하고 엄정한 ‘비전’이며, 또 하나는 이 비전을 함께 실현할 ‘인재’의 등용이다.

 

가히 중국 'IT 성공신화'라 일컬어질 수 있는 바이두의 창업 과정과 성공 스토리를 담은 '바이두이야기'라는 책을 살펴보면 바이두 제국의 주인공 리옌홍도 이 전철을 밟았음을 책은 소개한다.

 

그러나 역사 속 수많은 왕국과 오늘날 많은 벤처들의 흥망성쇠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앞서 말한 ‘비전’과 ‘인재’ 중 어느 하나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더욱이 이를 유지, 계승, 발전 시키기란 더욱 더 어려운 것이다.


일단 성공궤도에 들었다 해도 바로 앞만(또는 너무 먼 산)을 제시하는 비전과 인재 유출이 이어지면 금새 흥망이 뒤바뀔 수 있다.  
바이두는 이미 성공했다고 평가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중국의 인터넷 인구를 고려하면 실로 대단한 성장 가능성까지 보유하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로 인한 독주의 형태가 지속되겠지만 그 이후를 가늠해보려면 역시 위에서 말한 비전과 현 인재 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바이두는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줄곧 중국인의 생활에 맞는 인터넷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고 단순히 개인 사업의 성공이 아니라 자국의 인터넷 관련 기술 수준을 제고하고 새로운 발전상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나는 이상을 너무 원대하게 설정하지 않는다. 단지 매 단계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룬 후 다음 목표를 세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않고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또한 사업 다각화 보다는 본업인 검색 엔진만을 위주로 주력해 인터넷, 모바일로 범위를 넓히며 성장 기반을 삼고 있다. 


"목표를 정했으면 바로 행하고, 시류에 흔들리지도 동요하지도 말라!" 


냉정과 침착에 기반한 CEO의 인재 등용의 기준은 흔히 말하는 능력과 스펙보다는 인품과 열정, 경영기술 경험이라는 명확한 틀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에 기반한 기업문화는 적재적소에 인재 배치하기, 가장 우수한 최고경영진 구성하기, 아이디어 죽이기, 효율적으로 업무 전개하기, 초기의 어려움을 즐기기, 비지니스 모델을 꾸준히 혁신하기, 실패를 인정하기,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완벽을 추구하기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목전의 이익에 취하지 않고 과하게 멀리만 내다보지 않는 바이두의 ‘비전’은 가변적이지만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인재 우선의 기업 문화 또한 바이두의 ‘인재’ 경영에 대한 의지를 엿 볼 수 있다. 


 바이두의 장기 제국의 가능성은 이러한 비전과 인재관이 전제되어 있음이다. 단지 중국이라는 무한한 시장의 성장 기반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경쟁 관계에서 살아 남는 수성의 제국이 되는 것은 이러한 ‘비전’과 ‘인재’ 운영이 얼마나 초심을 잃지 않느냐로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비전’과 ‘인재관’을 갖춘다면 3년 내라도 나라를 제대로 세워 낼 수 있다는 명답안으로 중종의 알성시에 출사했던 조선조의 혁명가 조광조의 일화를 소개해본다. 


『내가 과거로 출신한 1515년 알성시(謁聖試)에서도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전하는 다음과 같이 출제하셨다.


 “공자께서 ‘만약 나를 사용하는 자가 있으면 1년이면 다스림을 기대할 수 있고, 3년이면 공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성인이 어찌 헛된 말을 했겠는가?” “내가 다스림을 원한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기강이 세워지지 않았고, 법도도 정해지지 않았다.” “여러 유생들은 지금과 같은 때를 맞아 옛날의 융성했던 정치에 이르려고 하면 어떤 것에 먼저 힘써야 하는지 모두 말하여 보라.”(‘靜庵集’ 謁聖試策)


 나는 거침없이 답안을 써 내려갔다. 먼저 공자께서 ‘1년이면 다스림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신 것은 군주의 마음을 깨우치려 한 말이었다. 즉 나라 다스리는 일이 복잡한 것 같지만, 치국의 원리가 모두 성리학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임금이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그 ‘하나’의 원리를 실천하면 “되겠구나(可)” 하는 기대를 임금과 사람들이 갖는 데 1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3년이면 공적을 이룬다’는 말씀은 군주가 깨달은 바를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그 실천하는 요체는 원리를 아는 “대신을 공경하고 그에게 정치를 위임하는” 것이다.


 임금은 국가의 중심에 서서 좋은 인재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직접 나서서 일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일은 공자의 가르침을 아는 신료에게 맡기면 된다. 신료로 하여금 “조선은 임금의 나라가 아니라 바로 내 나라요 내 후손의 나라”라는 신념을 갖게 하고, 각자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기강이 바로 서고, 법도가 자리 잡혀” 국운이 융성해지리라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신동아 2004.09.01 박현모 저) 』


이같이 명 질문에 명답으로 ‘비전’과 ‘인재관’의 중요성을 상호 교통한 중종과 조광조였지만, 바로 그 비전과 인재관의 덫에 인해 끝내 개혁과 수성을 이루지 못한 역사의 교훈은 비단 바이두, 구글, 네이버가 아니라 독주중인 모든 제국들이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다.


결국 이들 IT 제국의 영속성 여부는 기술(technology)만이 아니라 어떤 뜻(vision)을 가지고, 또 그 뜻에 맞는 좋은 사람을 잘 쓰는가(human resources)라는 단순하고도 어려운 원칙의 지속 가능성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참고 문헌]
한민옥. 2012.08.13. 세계 500대 웹사이트 한국 4개 불과. [디지털타임스]
[용어 설명] 알렉사(www.alexa.com). 툴바(tool bar)를 이용해 수집되는 전 세계의 모든 웹사이트를 접속 및 트래픽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계 최대의 랭킹 사이트.
천둥성. 2011.06.27. 바이두이야기, 리옌홍의 중국 IT 성공신화. [마더북스]
박현모. 2004.09.01. 386 정치인들, 趙光祖에게서 배우라. [신동아 통권 540호. 294~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