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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만화 중심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할 터

by KOCCA 2012. 9. 29.

이 름 : 오 태 엽

주요 경력
현재 대원씨아이 콘텐츠기획본부장
1994년 대원씨아이 입사
소년챔프, 영챔프 편집기자
주니어챔프, 팡팡 편집장
OSMU사업부장
콘텐츠기획본부장



 

만화잡지(3종, 온라인 1종 포함), 애니메이션 정보지(1종) 및 단행본(연간 1,500권 이상)을 발행하고 있는 대원씨아이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만화출판사이다. 최근 앱스토어 시장에 런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열혈강호> 출시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오태엽 콘텐츠기획본부장과 만나 대원씨아이의 전자책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디지털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대원씨아이는 한국 만화산업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만화의 창작은 물론 만화시장을 넓히는데 앞장서 왔죠.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만화를 통해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대한민국 만화계를 리딩해 오면서 만들어온 다양한 만화들을 기존 종이책 세계에서 해외로, 디지털 디바이스나 다른 미디어로, 다른 콘텐츠산업으로 넓혀가는 역할을 대원씨아이가 맡고 있습니다.”


오태엽 본부장은 대원씨아이가 지난 1999년부터 계열사를 통해 디지털 사업을 전개해 왔는데, 만화와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른 분야를 같이 다루게 되면서 만화에 대한 집중이 어려워 2007년부터 회사 내에서 직접 전자책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사업부서를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외부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어플을 만드는 것은 외부와 제휴해서 할 수도 있지만 플랫폼 대응 전략을 짜고 개발하는 등 핵심적인 일들은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 본부장은 소년챔프, 영챔프 기자와 주니어챔프, 팡팡 편집장 역할을 거쳐 현재 콘텐츠기획본부에서 해외수출, 저작권 및 디지털 사업의 OSMU 등 다양한 만화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차원에서 디지털 사업을 두 가지 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독자가 디지털로 만화 서비스를 받고자 할 때 적절한 시기에 디지털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사업 모델인데, 다양한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는 독자들이 만화를 종이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디지털 방식으로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플랫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가 다른 콘텐츠에 비해 값싸 보여 지기도 하지만 만화책이 전자책 중에서는 고객들을 만나는데 가장 유용한 장르라며 특히 휴대기기에 적합한 매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KT와 SKT 같은 이통사, 교보문고와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 그리고 리디북스 같은 새로운 전자책 서비스 사업자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만화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 최근 출시한 <열혈강호> 앱이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다양한 플랫폼에 적합한

만화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원씨아이의 오태섭 콘텐츠기획본부장

 

앱스토어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열혈강호>
오 본부장은 최근에 종이책이 예전보다 덜 팔리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강해지고 있다며, 종이책이 줄어든 만큼 전자책이 늘어났다고 할 수 없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베스트셀러는 전자책으로도 잘 팔린다.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만화나 장르소설 같은 종류도 가볍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전자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업계에서는 만화가 제일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화 판매에 대한 매출이 줄어들면 한국만화를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이 낮아지게 됩니다. 출판사가 돈을 벌지 못하면 작가에게 주는 인세가 줄거나 만화책 제작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모바일기기 같은 새로운 환경이 생겼다고 해서 전자책이 무조건 잘 팔리는 것도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TV 등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습니다. 그 다음이 책을 읽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이죠.”

 

최근 대원씨아이가 애플 앱스토어 시장에 출시한 <열혈강호>는 아이패드 매출 1위로, 도서매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앱 개발에 6개월 이상 많은 자본이 투입됐는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만화는 특히, 해상도가 중요합니다. 일반 텍스트 기반의 전자책은 용량은 1~2MB면 충분하지만 만화책은 해상도를 높이면 1권이 50~100MB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기존의 전자책 플랫폼이나 개별적인 서비스에서는 데이터베이스 용량 문제로 해상도를 높여서 서비스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해상도를 높이면 서비스는 물론 다운로드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큰 인기를 모았던 <열혈강호>를 전자책이 아닌 앱북으로 선보이게 됐다. 특히 한국 만화 최초로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어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열혈강호>는 만화도 재미있지만 외적인 볼거리도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린 만화책이고 어플도 무료여서 앱스토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책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어플을 다운로드 받아서 1권씩 또는 10권씩 패키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특히 아이패드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만화책을 손에 들고 읽는 것처럼 편안함을 제공한다. 여기에 만화를 보는데 최적화된 뷰어를 개발하고 만화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을 넣었다는 점이 <열혈강호>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만 출시됐지만 현재 안드로이드용으로도 어플을 개발 중입니다. 또, 중국어로도 번역해서 중국시장에서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 1994년 만화잡지 영챔프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2012년 현재까지 57권의 단행본을 출간하며,

20년 가까이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열혈강호(공식 디지털 코믹1~57권 전권수록)가 앱으로 출시됐다.

앱 무료(인앱 결제, 권당 1.99$, 신간 2.99$)

 

기존 인터넷 서점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한편, 대원씨아이는 영챔프, 코믹챔프, 뉴타입 등의 만화 잡지를 내는 출판사이기도 해서 영챔프의 스마트버전인 ‘영챔프S’ 같은 잡지 어플을 비롯해 어린이용 학습만화 시리즈인 <한국사 100장면> 같은 시리즈물도 어플로 개발해 전자책 서점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영챔프를 디지털로 전환한 이유는 종이잡지의 판매부진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디지털로 바꾼 다음 판매부수(다운로드 구매부수)가 늘고 있습니다. 어플을 개발하는 이유는 우리가 갖고 있는 만화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찾는 독자들을 위해서입니다.”


최근 만화 대여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만화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만화는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만화 전자책 시장의 비중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이나 교보, 예스24 같은 유통사를 통해서 서비스를 받게 되는 플랫폼 시장이 여전히 강합니다. 장사를 하려면 목이 좋은 곳에 있거나 품질이 좋아야 하죠. 만화는 생필품도 아닌데다 기존에 책과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다른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는 특히, 게임이나 영상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좋은 시장에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네이버 북스를 비롯해 리디북스,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에 콘텐츠를 제공해 왔는데, 앞으로도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오 본부장은 전자책 시장에서 만화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생각들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만화를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어떤 만화가 있고 어떤 시장에 어떤 만화를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어떤 계층이 만화를 좋아하고, 태블릿 PC에서는 또 어떤 계층이 좋아하는지 대원씨아이에서는 그 동안 만화 제작 및 디지털 사업 전개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시행착오가 많을 것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플랫폼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만화를 볼 수 있는 전자책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합시장에 백화점식으로 물건을 넣는 방식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플랫폼 시장은 우리 맘대로 물건을 넣고 뺄 수 없기 때문이죠. 또, 만화는 한 권으로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50권, 혹은 100권 등 길게 가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긴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해야 합니다.”

 

▲ 1994년 창간된 만화잡지 영챔프가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맞아 ‘영챔프S’ 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앱으로 재탄생 했다.


만화적인 특성을 디지털 기반의 전자책과 잘 접목해야
오 본부장은 만화는 한 번에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보다는 잡지든, 신문이든, 포털이든 연재를 해서 내용이 쌓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연재를 통해 사전에 인지도를 넓히고 작품을 만들면서도 퀄리티를 높여갈 수 있습니다. 특히 만화는 1주에 그릴 수 있는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원씨아이에서는 2~3년 전부터 디지털 우선 공개 만화를 시범적으로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현재 온라인, 모바일 매체를 통해 약 10여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만화가 전자책 시장에서 확대되는 것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도 많다. 특히 독자들은 DRM이 없는 파일로 만화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지만 사업자나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떤 플랫폼이든지 하나를 구입하면 대여섯 종의 기기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데, 만화는 음악처럼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보거나 두세번 보고나면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음악은 계속해서 반복해서 듣게 되죠. DRM 정책은 해결이 쉽지 않지만 기기를 바꾼다거나 기술적인 오류로 인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 생기는 독자의 불만들은 바로바로 해결주어야 합니다.”

 

▲ 다양한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만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대원씨아이 홈페이지

 

그는 아마존처럼 전자책 시장을 장악한 곳에서 전용 단말기를 쓴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자책 시장을 특정한 업체가 장악하지 못했고 다양한 단말기가 사용되고 있어서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만화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법복제를 단속하고 계도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만연되어 있는 불법복제를 해결하고, 만화에 적합한 전자책 표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만화나 잡지 같은 이미지와 정보가 많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표준들이 신속히 정해지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전자책에 사용되는 저작도구라든가, 폰트라든가, 전자책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인프라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태엽 본부장은 <앵그리버드>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석권했듯이 현재 <열혈강호>가 만화앱 부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플랫폼에 적절하게 만화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만화도 인기 있는 한두 작품이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전자책을 했더니 돈이 되더라는 모델을 보여줘야 합니다.”라며, 현재 <열혈강호>가 그런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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