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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대한민국 음악축제, 어디까지 가봤니?

by KOCCA 2011. 4. 14.
바야흐로 축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예로부터 흥을 줄길 줄 아는 민족이라는 말이 허투루 전해져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듯 대한민국의 달력은 축제 일정으로 빼곡하다. 지역 축제부터 시작해 게임, 영화, 만화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축제들이 하루가 멀다고 우리를 유혹하는 요즘. 유독 라인업에 따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마니악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두 얼굴의 축제가 있으니. 음악축제가 그 주인공 되시겠다.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음악은 최근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콘텐츠로 특히 축제문화로의 활성화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진행형의 음악축제는 무엇이 있는지 지금부터 짧게나마 살펴보자.




1. 병아리 떼도 쫑쫑쫑, 봄나들이 가는 봄.

[사진 =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Green Plugged Seoul 2010)]



봄은 입질(?)의 계절이다. 겨우내 체력을 충전해두며 티켓 구매까지 마친, 준비성 철저한 사람들에겐 준비운동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까운 4월엔 이름부터 봄내음 한껏 풍겨주시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Beautiful Mint Life, 4/30 ~ 5/1)>가 있다. 한숨 돌릴라 치면 그럴 새도 없이 밤새워 노는 <월드 DJ 페스티벌(World DJ Festival, 5/6~5/7)>과 친환경 컨셉의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Green Plugged Seoul, 5/14~5/15)>을 뛰어야 한다. 준비운동치곤 과할 법도 한데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엔 벌써 웃음꽃이 폈다. 물어보니 이 정도는 돼야 몸풀기에 제격이란다. 특히 학생들에게 있어 페스티벌의 존재는 중간고사 치르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고.





2. 여름엔 바다가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사진 =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2010)]



이열치열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국내의 록(Rock) 팬들에게 있어 여름은 성스러운 시기다. 록 페스티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7/22~7/24)><지산밸리 록 페스티벌(Jisan Valley Rock Festival, 7/29~7/31)>이 모두 여름에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펜타포트보다 그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 1회 때 제대로 된 신고식을 터트려준 덕에 펜타포트와 라이벌 아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덕분에 1차 라인업부터 암묵적인 경쟁(?)이 치열하다.

아무렴 어떨쏘냐. 임도 보고 뽕도 딸 수 있어 록팬들에게 이런 경쟁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그래도 여름에 바다가 없으면 허전해서 안돼! 는 사람들은 작년에 첫선을 보인 비치페스티벌, <썸머위크 앤 티(Summer Week & T, 날짜 미정)>에 주목해보도록. 작년엔 카니예 웨스트가 와서 화끈하게 놀고 가주셨단다. 올해는 과연 어떤 힙합전사가 출동할 지?




3. 가을 피크닉은 음악과 함께 하겠어요.

[사진 =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2010)]



과도한 준비운동에 연달아 혼을 빼놓을 정도로 놀았으니 방전된 배터리처럼 체력이 바닥나는 것은 당연지사. 이 때문에 가을은 휴식의 계절이다. 다만, 여기에 음악이 필수 옵션이 될 뿐. 더불어 선선한 날씨 덕에 가을은 여유롭게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 적합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을에 열리는 페스티벌들은 상대적으로 가족 단위의 관람객 비율이 상승하는 편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굵직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Jarasum International Jazz Festival, 9/30~10/3)>과 인디씬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모이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 10월 예정)>이 가을 페스티벌의 대표적인 케이스. 그런데 올해는 특이하게도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페스티벌(Time To Rock Festival, 9/24~9/25)>이 가을에 열릴 예정이란다. 록팬들을 위한 배려일까. 아무래도 록 스피릿의 종결자는 여기서 탄생할 듯.



4. 방콕은 이제 그만 안녕, 겨울에도 페스티벌은 계속된다!

[이미지 = 카운트다운 판타지(Countdown Fantasy 2010-2011) / 출처 = 민트페이퍼 ]



연말연시가 끼어 있는 겨울은 유독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다. 솔로들은 외로움에 맴맴 울고 있는 반면 커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콘서트를 찾아 데이트 하러 다니기 때문. 날이 추워 뛰놀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 판국에 공연장들은 굵직한 대중가수들의 합동공연이나 단독공연 탓에 이미 다 차버린 상태. 어쩔 수 없이 방콕여행에 돌입해야 했던 이들에게 겨울 페스티벌은 여러모로 반가운 존재다. 신인 뮤지션 발굴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헬로루키>도 그 중 하나. 현재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 중 많은 이들이 헬로루키를 거쳐 갔다. 앞으로도 헬로루키가 인디 음악 시장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리라 예상된다. 작년에 첫선을 보인 <카운트다운 판타지 (Countdown Fantasy, 12/30~12/31)>는 공연을 즐기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뜻깊은 페스티벌.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과 함께 혹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짜릿하지 않을까.

이외에도 국내에는 동두천 록 페스티벌, 부산 록 페스티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등 많은 음악축제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축제 일정들을 보고 있으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화제가 된다고 하여 곧바로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무리 취지가 좋은 축제라 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혹은 사전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실패한 축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작년만 해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우드스톡이 공중분해 되지 않았던가.

그래도 대한민국 음악축제는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역이다. 조금 더 다듬고 쌓아올리면 영국의 글래스톤베리나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처럼 세계에 내로라하는 페스티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획하는 사람들은 즐기는 사람들을, 즐기는 사람들은 공연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축제. 모두 하나 되는 그 때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미(美)가 발현되는 순간이 아닐까.


글 ⓒ 한국콘텐츠진흥원 블로그기자단 / 정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