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킬드 더 레이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 비디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디오 시장은 끝이 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시장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으로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오디오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도 오디오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며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입니다. 다시 떠오른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인공지능(AI) 스피커, 커넥티드 카, 스마트 홈 등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어 시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동영상 플랫폼의 절대 강자가 유튜브라면 아직까지 글로벌 오디오 시장을 동시에 장악한 플랫폼이 없기 때문입니다.
■ 오디오 콘텐츠는 일상의 BGM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첫 화면에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NOW)’를 선보였습니다.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24시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네이버는 현재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위주로 제공되고 있지만 향후 어학·교육·키즈 등 콘텐츠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라이브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포맷을 실험하면서 성장하는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인데요. 검색·쇼핑·뉴스 등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일상 속 배경음악(BGM)’을 목표로 하는 만큼 소비자가 찾아듣는 것이 아니라 BGM처럼 틀어놓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나우를 첫 화면에 적용해 서비스 자체의 접근성을 높이고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높이겠다는 의도인데요. 대부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수요자도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온디맨드’ 형식이라면 네이버는 지정된 제작자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유명인과 전문 방송 인력들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중견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도 모색 중입니다. 네이버 뮤직 서비스 ‘바이브’ 등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네이버는 2017년 ‘오디오클립’ 출시에 이어 지난해 ‘오디언소리’를 인수하는 등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지속 공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2018년 4분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향후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 투자하고 오디오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강세 속에서 네이버가 오디오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이버 나우 태스크포스(TF)에서 콘텐츠를 총괄하는 이진백 리더는 “최근 오디오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주된 이유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동영상 콘텐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데이터 부담이 작다는 점”이라며 “일하면서, 이동하면서, 쉬면서 그냥 틀어 놓을 수 있는, 그 시간에 맞는 온에어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백 리더의 설명처럼 오디오 콘텐츠의 최대 장점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운전하거나 움직이면서 또 다른 일을 하면서도 편안하게 오디오 북을 들을 수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스피커폰 등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확대된 것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최근 오디오 콘텐츠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떠오른 ‘팟빵’은 아직까지 국내 팟캐스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팟빵 이용자 규모도 적지 않습니다. 팟빵의 하루 순 방문자 수는 40만 명입니다.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의 월간 순 방문자 수는 도합 300만 명 수준입니다. 팟빵은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9월 미국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사인 ‘원더리’와 제휴, 미국 인기 팟캐스트 ‘닥터데스’의 한국어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 13개 방송사 손잡고 오디오 플랫폼 출시
오디오 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방송사들도 힘을 합쳤습니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이 점점 TV 시장을 위협하자 오디오 시장을 정조준 한 것입니다. 9월 25일 SBS, YTN, JTBC, 채널A 등 국내 13개 방송사가 자사의 영상 프로그램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연합 오디오 플랫폼 ‘티팟’을 출시했는데요. 티팟은 13개 방송사의 뉴스, 교양, 스포츠, 드라마, 예능, 종교 등의 TV프로그램을 ‘실시간 방송’ 및 ‘팟캐스트 다시듣기’ 형태로 제공합니다. 티팟은 SK텔레콤 ‘누구’ 등 AI스피커,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다양한 오디오플랫폼과 연계를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향후 삼성전자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자동차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 전용 앱 등에서도 서비스 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미국 에디슨연구소와 트라이튼 디지털의 공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팟캐스트 청취자는 월간 7,300만 명입니다. 2013년 이용자(3,200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2022년에는 월간 1억 3,200만 명이 팟캐스트를 들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상과 달리 젊은 세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12~24세 응답자의 91%가 지난달에 온라인 오디오를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60% 이상이 지난주에 온라인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디오 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미래 잠재 고객도 확보된 셈입니다. 구글과 아마존 등 IT 공룡들이 이 같은 시장을 놓칠 리 없을 것입니다. 구글은 지난해 초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에 오디오 북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구글은 오디오 북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며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또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과 구글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도 디지털 콘텐츠를 확충해 미디어 서비스 업체로 입지를 넓히려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낭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아마존 오더블’로 제작비를 기존 대비 30~50% 수준으로 절감했고 2014년 온라인 코미디 콘텐츠 서비스 업체 ‘루프톱 미디어’를 인수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도 지난 2월 팟캐스트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넷플릭스처럼 오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으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인데요. 스포티파이는 이를 위해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사로 유명한 김릿미디어(Gimlet Media)와 팟캐스트 서비스 전문 업체 앵커(Anchor)를 인수했습니다. 전 세계에 2억 1,700만 명의 이용자를 가진 스포티파이는 지난 6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팟캐스트 계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디오 시장은 아직 비디오 시장에 비해 관련 콘텐츠가 풍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 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증가하며 그 영역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으로는 AI 스피커처럼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신생 플랫폼 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콘텐츠 경쟁력에 힘써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글 김영은(한경비즈니스 작가)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방송트렌드&인사이트 20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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