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한국 콘텐츠산업은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 환경요인이며, 이들과 연결된 상징 키워드는 각각 BTS, 유튜브와 넷플릭스,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사드입니다.
한국 콘텐츠산업은 지난 10년간 스케일업(scale up) 트랙을 광속 질주하며 달음박질해왔습니다. 벤처기업이 초기 스타트업을 완성한 다음 스케일업으로 성장하듯 한국 콘텐츠산업도 ‘크리에이티드 바이 코리아(created by Korea)’ 브랜드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H.O.T. 북경 공연으로 K팝의 글로벌 신호탄을 쏘아올린 2000년이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세계 최초로 콘텐츠 부문 에이전시로 출범한 2001년 즈음을 기점으로 삼는다면 2009년까지를 한국 콘텐츠산업의 스타트업(시작)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한국 콘텐츠를 알리고 정보를 소통하는 수준입니다.
이어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스케일업(성장) 시기로 ‘매직 10’에 이르는데요. 내적으로 융합형 문화산업이 성장을 가속화했고, 외적으로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로 확장하며 소비재 수출로 이어가는 경제 한류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시기에 한국의 모든 콘텐츠 기업과 종사자, 정책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를 상품화하고, 지역마다 공간마다 콘텐츠 서비스 마케팅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특히 고객 중심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 LOVE YOURSELF
한국 콘텐츠산업을 콘텐츠 C와 플랫폼 P, 네트워크 N, 기기 D, 환경요인 E 5개 영역으로 나누고, 2010년대를 환상적으로 만든 상징적인 키워드 5개를 연결하면 지난 10년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는 BTS(방탄소년단), 플랫폼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네트워크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기는 스마트폰, 환경요인은 사드입니다.
BTS는 2013년 힙합 그룹으로 데뷔했습니다. 멤버 7명은 지방 출신에 소속사도 3대 대형 기획사에 비해 시스템과 자본력에서 많이 뒤처졌습니다. 당시 이들은 마이너이자 ‘언더독(Underdog)’이었습니다. BTS가 데뷔하기 1년 전인 2012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웨스턴 브로드 마켓을 접수하며 글로벌 한류를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데뷔 1년 뒤인 2014년은 한국 가요를 대표하는 가왕 조용필이 64세 나이에 젊은 감성을 휘어잡은 19번째 앨범 ‘헬로’로 명곡 ‘바운스’를 내놓은 해입니다.
*언더독 :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
싸이로부터 세계 경영을 전수 받고, 조용필로부터 음악성과 예술 미학을 감화 받은 BTS는 2015년 ‘화양연화 pt.1’ 발매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리고 ‘DNA’가 2017년에 빌보드 핫 100에 처음 진입했습니다. 2018년 발매한 ‘LOVE YOURSELF 전 Tear’는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습니다. BTS는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최초 음악 그룹이 됐습니다. 그리고 타이틀곡 ‘FAKE LOVE’는 빌보드 핫 100 10위에 국내 최초로 진입했습니다.
미국 포브스지는 지난 10월 10일 BTS가 46억5,000만 달러(약 5조5,283억 원)의 국내총생산(GDP) 창출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 1조6,194억 달러(약 1,924조 원)의 0.2%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포브스는 “BTS 7명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같은 경제 리그에 참여하게 됐다”며 “앨범과 콘서트 티켓 판매량은 피지나 몰디브, 토고의 연간 생산량보다 더 많은 경제 가치를 창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BTS는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블랙핑크와 레드벨벳 같은 다른 걸그룹의 성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의 소프트파워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은 이제 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야심작 슈퍼M도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메인차트 연속 1위에 올라서며 한류의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K팝 전사들은 2010년대에 한국 콘텐츠산업을 꽃피운 주역이자 다가올 2020년대의 ‘전성기 10년’ 을 이끌 리더로서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 OTT 전성시대
지난 10년 간 전 세계에 영상 시대를 연 유튜브가 국내에서 포털을 추월하고 검색 부문에서까지 1위를 차지하며 슈퍼 플랫폼으로 등극했습니다. 유튜브는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 시청하는 수익모델과 유료 프리미엄 모델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주객전도)’ 현상을 주도했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처럼 유튜브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일반 사용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며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콘텐츠와 상품 연계 효과까지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의 파급력은 MCN(Multi Channel Network) 전성시대를 불러 왔습니다. 국내 대기업까지 유입시킨 플랫폼 비즈니스는 고객이 광고를 찾아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에 해당합니다. 제품을 별도 콘텐츠에 위치시키는 전통적인 PPL(Product Placement)을 넘어서 제품 자체를 콘텐츠 소재와 줄거리로 개발하는 콘텐츠 프로모션 수익모델인 셈입니다.
MCN 기업들은 단순히 유튜브에서 분배받는 광고수익에 기대지 않고, 브랜디드 콘텐츠와 PPL을 적극 활용합니다. 보통은 1인 크리에이터가 방송에서 협찬 받은 제품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상품을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CJ그룹의 다이아TV 파트너 크리에이터 쿠쿠크루는 GS SHOP과 연계해 자취박스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해외 MCN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지는데요. 미국의 스타일홀(StyleHaul)은 메이비라인(Maybeline)과 제휴를 맺고, 화장품 사용법과 화장품 강좌를 제공했습니다. 게임 MCN 머시니마는 혼다와 연계해 신규 차량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콘텐츠 출연자가 마케팅 큐레이터 역할까지 겸한다는 점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서,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심이 돼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는 형태도 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달리 구독 경제 모델의 순수 OTT인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기록한 넷플릭스는 시리아와 북한,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연간 9조 원에 달하는 콘텐츠 투자를 감행하며 올드 미디어 그룹인 디즈니, 타임워너와 경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포괄하는 슈퍼 플랫폼 시장에서 ICT 융합 서비스로 무장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TV와도 격돌하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는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시리즈물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빈지워치’라 불리는 ‘몰아보기’ 시청 문화, ‘Netflix and Chill(라면 먹고 갈래?)’로 통용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등 숱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한국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했습니다. 이어 여기에 장착할 콘텐츠 개발과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와 게임 업계, 제조사 등 IT기업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네이버는 글로벌 OTT 서비스 ‘브이라이브(V LIVE)’ 를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브이라이브는 앞으로 초고화질 8K 영상 송출과 함께 시청자의 응원과 떼창, 파도타기 등을 공연장으로 그대로 전달하는 기술을 브이라이브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 VR(가상현실) 전용 앱을 통해 실감형 콘텐츠를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게임 업계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 개발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넥슨은 PC 게임의 그래픽 수준을 갖춘 모바일 MMORPG 게임 ‘트라하’를 2019년 4월 선보였는데요. 또 ‘카트라이더 VR’ 게임 제작을 위해 카트라이더IP 제공 계약을 맺었습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도 고품질 그래픽 게임과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게임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공개한 5세대 이동통신 기술 ‘텔레프레즌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손흥민 선수가 나오는 광고처럼 실제로 한국과 영국이라는 공간적 제약을 초월해 실감 있는 영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는 공간을 초월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정적인 콘텐츠 개념에서 벗어나 공간 콘텐츠 서비스로 접근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애플이 2007년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첫 출시하면서 콘텐츠산업도 빅뱅을 맞았습니다. 애플은 세계에 스마트폰 시장을 탄생시키며, 이를 활용한 콘텐츠 시청, 이용, 소비의 문법과 문화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종전에는 남이 만든 콘텐츠만을 보던 이용자들이 직접 내 손으로 ‘반응하고 경험하고 표현하며 만드는 신세계’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은 앞으로 3년간 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220억 달러(약 26조 원)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들과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전용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LG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 계열사 5곳이 출자해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어메이즈VR’ 같은 여러 스타트업에 약 2,000만 달러(약 236억 원) 투자를 개시했습니다. 속도와 대역폭 한계로 그간 상용화하지 못했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VR 등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보급돼 다음 10년을 선도할 전망입니다.
■ 한류 전선 이상 有
한국 정부가 2016년 7월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하자 한류 전선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내 한류 스타 팬미팅과 K팝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고 ,한류 스타가 출연한 방송이 통편집됐습니다. 오랜 전통을 쌓아온 한중 국제공동 합작 영화들도 제작이 취소되거나 개봉이 연기도 됐습니다. 급기야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 유통을 막아버리는 심의 규제가 적용되고, 방한 중국 관광객도 급감해 글로벌 한류 시장의 한 축이 붕괴돼버리는 일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일본 시장마저 2018년 말 이후 한일 관계 악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한정적인 내수시장에서 벗어나야 하는 콘텐츠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2019년 게임 질병 이슈나 제작현장에 악재로 작용한 주 52시간 근무제도 등이 ‘국내판 사드 위기’로 변질돼 한국 콘텐츠산업을 위협하게 된 것도 특기할만한 환경 요인입니다.
한국 콘텐츠산업이 지난 10년간 여러 힘겨움 속에서도 ‘매직 10’을 보여준 원동력은 ‘새롭고 세련되며 공감하게 만드는 한국 콘텐츠다운 소프트파워’ 입니다. 모든 것이 험난했지만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국내 콘텐츠산업 종사자와 기업은 합병과 융합으로 꾸준히 경제 한류 전선을 확장시켜왔습니다.
이제 지난 10년을 마감하고 다음 10년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정체성을 지키며, 글로벌 브랜드를 창조하는 단계로까지 뻗어가야 합니다. 스타트업과 스케일업 시기에는 문화상품을 내놓는 문화의 산업화 자체가 과제였습니다. 앞으로 10년은 기존 서비스와 제조 산업의 콘텐츠화, 일상 경제 활동의 문화화, 매혹적인 소프트파워 스타일을 창조하는 명확한 전략 과업이 한국 콘텐츠산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펼쳐지는 미래 10년에는 한국 콘텐츠산업이 규모와 역사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 할리우드나 중남미 텔레노벨라와 같은 고유 브랜드로서 탄탄한 위상을 갖는 기적과 같은 성취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3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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