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한류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해가고 있습니다. 역직구와 아이돌 MD, 한류 융복합 관광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신한류가 뜨고 있습니다.
한류(韓流)는 90년대 후반 중국 언론이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이란 의미의 동음이의어 ‘한류(寒流)’를 활용한 것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일컫는 의미로 널리 사용돼왔습니다(고정민, 2005). 한류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한류는 초기의 모습에서 진화해 한국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됐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경제 분야로 불씨가 옮겨갔습니다. 확산 지역도 중국, 일본, 베트남 같은 아시아 중심에서 미국과 유럽 등 비아시아권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과 더불어 한류의 영향력은 한류 소비자의 기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인식,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실시한 2018년 한류실태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는 드라마와 음악이 아닌 음식(1위)과 패션·뷰티(2위)였습니다. 이는 해외 한류 수용자들이 한류 콘텐츠를 넘어 한국의 생활문화로 관심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이러한 생활한류는 한류콘텐츠가 확산돼 성숙단계에 접어든 아시아권 나라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소비 트렌드, 역(逆)직구
이제까지 한류 팬들은 해외 현지에 수출된 한국 상품을 이용하거나, 한국 관광을 계기로 상품을 구매해왔습니다. 그런데 전 지구적으로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최근 생활한류의 확산에도 새로운 변화가 불고 있습니다. 해외 한류팬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역(逆)직구가 유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세청이 공개한 2018년 전자상거래 수출(역직구)은 961만 건, 32.5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입니다. 2017년과 비교하면 건수는 36%, 금액은 25% 증가했습니다. 2018년 한국 전체 수출액이 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역직구는 5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인 셈입니다.
특히, 한류스타를 따라하기 위한 화장품과 의류 구매, K팝 팬들의 K팝 가수 음반과 굿즈(MD) 상품 구매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화장품과 의류는 역직구에서 최고 인기 아이템입니다. 전체에서 건수로 69%, 금액으로 56%를 차지합니다. 그 뒤를 잇는 신발과 가방을 포함하면 61%가 뷰티와 패션 품목입니다.
역직구 국가 순위는 금액 기준 중국(1위), 일본(2위), 미국(3위)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중문 통합 역직구몰 ‘글로벌11번가’에서 발표한 2018년 아이돌 관련 상품(음반 제외) 구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이돌 관련 상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는 대만(30.7%)이었다. 다음으로 일본(10.8%), 미국(10.6%), 중국(6.6%), 홍콩(6.2%) 순이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BTS의 굿즈(Goods) 단독 판매 사이트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앨범부터 의류, 신발, 문구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 뷰티한류의 무한한 가능성
뷰티한류는 인기 한류 콘텐츠 속 한류 스타에 대한 관심이 그 스타의 헤어스타일, 피부, 메이크업 등 다양한 뷰티 서비스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뷰티한류를 견인하고 있는 한국 화장품은 뛰어난 기술 수준과 제품으로 한류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한 비비크림과 쿠션팩트 모두 한국이 원조인 히트상품입니다. 랑콤이나 로레알, 맥 같은 미국과 유럽의 유명 화장품 회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한국 화장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오미영, 2019). 맑은 피부표현과 옅은 색조 등 화장을 했다는 느낌이 강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벤치마킹 컴퍼니 공동창립자 데니스 헨리히(Denise Herich)가 발표한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미국 여성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47%가 “한국 여성들처럼 광나고 예쁜 피부를 원해서”를 꼽았습니다. 또 한국 화장품에 대한 연상 단어로 ‘안티에이징, 다기능성, 트렌디, 저렴하다, 단계가 많다, 아름답다, 혁신적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중심으로 화장품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수출액은 전년대비 26.5% 증가한 63억 달러(약 7조5600억 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30%가 넘는 고성장세를 지속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에 화장품 수출이 91억 달러(약 11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뷰티한류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같은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한류스타를 기용하면서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화장품 광고모델로 이니스프리 ‘워너원’, 에뛰드하우스 ‘레드벨벳’, 라네즈 ‘박서준, 김유정’, 아이오페 ‘신민아’, 설화수 ‘송혜교’, 잇츠스킨 ‘걸스데이 혜리’, CNP(차앤박) ‘아이유’, 후 ‘이영애’, 숨 ‘이나영’, 오휘 ‘김태리’, 이자녹스 ‘김희선’, 수려한 ‘한효주’ 등 한류스타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한국 화장품 수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 천국의 맛, 음식한류
한국 음식은 생활한류의 핵심입니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을 끈 뒤, ‘별에서 온 그대’로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예능에서 한정식부터 스트리트 푸드(떡볶이, 김밥, 튀김, 만두, 컵밥 등)까지 음식 천국의 모습을 해외 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이에 힘입어 농림수산식품 수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8년에는 전년대비 1.6% 증가한 9300백만 달러(약 1100억 원)의 수출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라면은 미국과 일본, 동남아 등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필리핀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리안 스파이시 누들 챌린지(Korean spicy noodle challenge)’가 보여주듯, 매운 라면이 인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이 대히트입니다. 매운 음식을 찾기 힘든 홍콩에서도 ‘불닭볶음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너무 매워 우유를 옆에 두고 먹을 정도이지만, 중독성이 강한 맛있는 매운맛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불닭볶음면을 살 수 있습니다. 불닭볶음면 중 절대 강자는 ‘핵불닭볶음면’으로 933명 고객이 5점 만점에 4.5점을 줬다.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먹었지만 굉장히 맛다는 댓글이 다수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구매해,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매운 맛에 도전했다는 내용도 많습니다.
세계 음식문화의 트렌드가 ‘건강식’을 지향하면서 국산 농산물을 찾는 현지인과 한국 음식의 효과에 대한 보도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배 주스에 대한 소식이 흥미롭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 메일’은 호주에서 한국산 배 주스가 숙취해소에 뛰어나다는 점을 이용해 사업에 나선 한 사연을 기사화했습니다. 기사는 “한국산 배는 한국과 중국에서 수백 년 동안 숙취를 해소하는 데에 사용돼 왔다”는 배 주스 효과에 대한 전문가의 발언과 함께 “숙취해소가 잘 됐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산뜻했다” 같은 구매 고객들의 후기를 소개했습니다. 아마존과 이베이에서는 해태의 ‘갈아만든 배’가 ‘ldH’ 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ldH’는 외국인이 봤을 때, 한글 ‘배’를 알파벳 문자로 착각해 부른 것이라 합니다.
또 외국인들에게 의외로 인기가 높은 한국 음식이 있습니다. BTS 덕분에 인기를 얻은 한국식 찜닭입니다. 2018년 해밀턴 공연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 2시간 정도 음식점 ‘쌍계찜닭’에 머물면서 식사하는 모습이 브이라이브(V LIVE)로 소개되며 유명해졌습니다. ‘토론토 스타(Toronto Star)’와 ‘CBC’ 같은 매체가 이 식당을 찾아 찜닭과 허니갈릭 피자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캐나다 현지인과 한인 방문이 크게 늘었습니다. 토론토 스타 기자는 BTS가 시킨 간장찜닭과 허니갈릭 피자를 맛보고 천국의 맛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BTS 팬들이 BTS가 앉았던 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한국 여행을 선택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한류스타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며, 해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엑소(EXO)는 2018년 한국관광 홍보대사로 역사와 전통, 한국인의 일상생활, 힐링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글로벌 캠페인 광고에 참여했습니다. 광고가 노출된 3개월 동안 3억4000만 건이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서울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BTS가 서울시 홍보영상에 참여해, 해외 팬들이 서울을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3월에는 한국 대표 캐릭터 ‘어피치’가 홍보대사로 임명돼 일본에서 한국관광을 홍보하는데 활용됐습니다. 2018년 12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카카오프렌즈 매장이 문을 열면서 큰 인기를 얻자, 한국관광공사는 ‘어피치’를 한국관광홍보대사로 임명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해외 유력 매체를 통해 한국 로케이션과 한국관광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홍보 전략도 활발합니다. 2018년에 제작방영된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즌7-한국편’, 필리핀 최대 지상파 방송국 ABS-CBN의 간판 프로그램인 코믹 가족시트콤 ‘홈 스위티 홈’과 주말 예능프로그램 ‘바나나 선데이’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서울과 인천, 전주, 강원도 등 한국 관광지의 매력을 스토리가 있는 에피소드와 토크쇼, 게임, 패러디 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담아냈습니다(류설리, 2019).
무엇보다 최근에는 지자체의 한류 융복합 관광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관광공사가 강원도와 함께 2018평창패럴림픽대회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고(GO) 평창 2018 위드(with) 이동욱’을 개최했습니다. 해외 한류 팬들은 드라마 도깨비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 이동욱과 함께 KTX를 타고 강릉으로 이동해 관광도 하고 올림픽 경기도 같이 관람했습니다.부산관광공사는 부산 출신 멤버인 지민과 정국의 고향을 활용한 ‘BTS 지민 정국 투어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또 부산 영도 출신의 강다니엘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강다니엘이 선택한 영도여행코스’를 기획해 소개했습니다. 주요코스는 신선중학교(출신학교), 흰여울문화마을, 영도대교, 태종대, 이재모피자, 남포수제비, 달뜨네 등 총 7개 장소입니다.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중문화로 시작된 한류가 생활한류로 발전하면서 한국문화와 한국제품 등이 한국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생활한류는 아직까지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K팝과 한류 콘텐츠가 미국과 유럽 같은 비아시아권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처럼 생활한류도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문효진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3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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