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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인디음악채널 생겨야 - 헬로루키데이 박준흠 감독 인터뷰

by KOCCA 2011. 10. 7.

 

(출처 : 서울종합예술학교 홈페이지)

 

지난 9월3일, 헬로루키데이를 취재하러 갔던 '뮤즈 라이브'에서 저는 전혀 기대치 못한 인물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바로 대중음악 관련 축제와 전시, 출판, 아카이브 작업을 해온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의 박준흠 대표님 이었습니다. 헬로루키데이 공연을 총괄하고 계시던 박준흠 대표님은 광명음악밸리축제,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광주청소년음악페스티벌, 가슴네트워크축제, 인천펜타포트페스티벌 등, 다양한 페스티벌을 기획해왔으며 현재는 무크지 ‘대중음악 SOUND’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십니다.

 

장장 2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동안 박준흠 대표님은 어설픈 기자의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말씀 하나하나에서 음악애호가로서, 대중음악연구가로서 한국대중음악에 가지고 있는 애정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박준흠 대표님의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들을 들어 보시죠!!.

 

 

<인터뷰>


Q. 우선 어떻게 ‘헬로루키데이’ 공연감독직을 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 곳 올림픽홀 ‘뮤즈 라이브‘가 올해 6월 24일에 오픈을 했어요. 뮤즈 라이브는 240석 규모의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입니다. 거의 10년 전부터 대중음악계에서 대중음악전문 공연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계속해서 해왔는데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올 해 ’뮤즈 라이브‘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인디뮤지션들의 기획공연을 가지기로 되어있었고 각 공연은 입찰 사업으로 진행 되었어요. 6월24일부터 7월1일까지 ‘한국 대중음악 라이브홀’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7회의 개관기념공연과 올해 7월부터 12월 까지 매달 1회씩 열리는 ‘헬로루키데이’ 6회, 이렇게 총 13번의 공연을 가슴네트워크와 상상공장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헬로루키데이’를 최초에 기획할 당시에도 참여 하셨나요?


A. 아닙니다. 저는 ‘뮤즈 라이브’ 개관 기념으로 열린 ‘한국 대중음악 라이브홀’ 7회 공연을 기획 했고요, ‘헬로루키데이’는 EBS스페이스 공감 측에서 기획을 하였습니다. ‘헬로루키데이’는 매달 EBS스페이스 공감을 통해서 뽑히는 우수한 팀들이 방송을 통해서도 나가고 오프라인에서도 한 번 더 공연을 하자는 취지로 기획 되었습니다.

 


Q. 대중들에게 공연을 볼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제공하고자 하는 의미인가요?


A.
네. 그렇습니다. 공연기획은 우선적으로 팀을 선정해야 하는데 EBS스페이스 공감 측에서 선정된 팀에다가 추가로 몇 팀을 뽑아 함께 공연을 하는 거죠. 이번 공연 같은 경우(9월3일 치뤄진 헬로루키데이) The KOXX 같은 팀이 제가 선정한 팀인데, 그러니까 뭐 전혀 기획을 안 한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웃음)

 


Q. 예전에 박준흠 선생님께서 쓰신 기사에서 ‘현재 한국의 인디신이 한국대중음악의 현주소이다.’고 말씀하셨던 걸로 아는데 반대로 대중들은 인디신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해 보입니다. 특히 ‘한류’라 불리는 한국대중문화 수출 열풍에서 인디신의 비중은 상당히 부족해 보이는데요.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제가 당시 언급한 ‘한국대중음악’은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대중음악이 아닌 ‘창작’적인 측면에서의 대중음악을 이야기 한 거 에요. 물론 엔터테인먼트 쪽도 창작은 이루어지죠. 그렇지만 ‘한국대중음악을 대표할 만한 창작의 질을 담보하고 있느냐‘라는 측면에선 고개가 갸우뚱해 지잖아요. 사실 정확히 말하면 엔터테인먼트 쪽은 뮤지션이 주가 되는 영역은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획사가 주가 되는 신이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소녀시대의 핵심은 누구일까요? 저는 소녀시대 멤버들이라기보다는 그들을 기획하고 훈련시킨 이수만 사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뮤지션이 아닌 기획사가 주가 되는 엔터테인먼트가 한국대중음악사적 측면에서 한국대중음악을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대중음악의 창작적인 면을 대표하는 건 인디신이라고 생각해서 저러한 언급을 했던 거고요.

대중들이 주류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한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한국의 주류 대중음악신은 방송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그 신이 해외에 나가서 한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방송국은 그 속성상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하지 않고는 방송을 만들 수가 없어요. 다큐멘터리와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엔터테인먼트를 완전히 배제하고 방송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결국 이러한 환경아래서 방송국은 주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만들어 내는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수들을 주요 소스로 활용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현재 한류가 주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상품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대중음악신의)구조상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한국의 인디밴드들도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그 결과가 미미합니다. 특히 한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 쪽에선 아직까지 인디신을 다룰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인디신 또한 아직까지 방송에서 활용될만한 콘텐츠로 발전하지 못했고... 이런 문제들이 존재하는 거죠.

 

Q. ‘EBS스페이스 공감‘처럼 방송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인디신을 알릴 기회가 많아진다면 인디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주류엔터테인먼트의 방송 비중이 너무 높아 안타깝습니다.

  A. 결국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꺼낼 수밖에 없어요. 방송에서 인디를 다룰 때는 ‘지원 성격’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없는 것 보단 낫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 시피 방송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잖아요? 공중파 방송에서도 인디를 다루고는 있지만 상업적인 주류 엔터테인먼트만 다룰 수 없으니까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끼워 넣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지 인디를 메인으로 활용하진 않거든요. 그렇다고 공중파방송국이나 케이블방송국 측에 ‘한국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위해서 인디음악 혹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그들 나름의 운영의 룰이 있잖아요.

따라서 티비 포맷이 어렵다면 라디오에라도 언더그라운드 및 인디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국 혹은 채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한국을 제외한 대다수 나라의 FM라디오는 음악 전문 방송이거든요. 한국의 FM은 90년대 이후부터 AM화 되어 가고 있어요. 저는 음악전문 방송국이 생긴다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광고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FM음악전문방송국은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언더그라운드와 인디신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에요. 아마 이제까지 있었던 그 어떤 지원보다도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Q.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대중음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정부부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A.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문화부 안에 대중문화 전문 팀이 생긴 것 같던데 대중음악부분도 따로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책 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핵심적인게 문화정책이에요. 아까 이야기한 FM음악전문방송국을 만든다 던지 하는 일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결국 정부 정책에 의해서 실행될 수밖에 없는 일들이에요. 지금은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정책들을 전담하는 부서도 없고 전담자가 어느 팀에 한명, 이런 수준이에요. 지금은 영상콘텐츠진흥원의 사무관 한명이 대중음악 부문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 수준은 넘어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대중음악진흥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생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민간 쪽에 두 가지 전문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대중음악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아카이브로서의 대중음악자료원, 나머지 하나는 대중음악진흥위원회에요. 그래야 한국대중음악의 건강한 발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한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구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대중음악정책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음악 산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한류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은 이러한 전문성 부족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음악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미권에서 이야기하는 엔터테인먼트와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엔터테인먼트는 다르거든요. 저는 영미권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활약하는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같은 가수들은 거의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음반이나 공연의 퀄리티는 정말 대단한 수준이거든요. 현재 한국 주류 엔터테인먼트와는 확실히 달라요. 한국의 연습생 제도를 통해서 만들어진 기획 상품들이 일부 시장에선 통할 지라도 과연 그 쪽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성공할까는 사실 의문입니다. 한류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과 정확한 상황분석 아래 성공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저도 물론 한류가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만약 민간차원에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정책기구나 기관이 생긴다면 지금보다는 (한류의 미래에대한)판단이나 지원 측면에서 훨씬 현실성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음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공연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는데요. 특히나 외국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이 벌써 오래전부터 진행 되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공연산업 분야는 여전히 크게 성장하진 못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의 공연문화산업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우선 음반시장이 준다고 해서 앨범이 사라지진 않을 거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작품을 만들어 내려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하는 한 앨범은 음반시장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다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포맷을 디지털로 간다던지 공연에 치중한다던지 할 수는 있겠죠. 뮤지션이 앨범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가 카메라가 생겼다고 사진만 찍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과 같아요. 오히려 기술이 발달하면서 발매되는 음반의 절대 수는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에요. 주류 쪽은 작품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디지털싱글(Digital Single)내지는 이피(EP)쪽으로만 앨범을 내지만 인디신은 확실히 다릅니다.

공연산업은 한국도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어요. 제가 알기론 시장이 6~7천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큰 시장은 아니에요. 하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공연산업은 뮤지컬과 대중음악이 전체 공연산업 비중의 약 90%(돈으로 환산했을 때)정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연극이나 기타 공연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대중음악공연산업 부분의 큰 축 중에 하나는 지산락페스티발, 펜타포트락페스티발 등과 같은 대형 야외 페스티발이에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또 이러한 페스티발들은 선순환 하는 구조로 가고 있어요. 최근에 급격히 성장한 장기하, 옥상달빛 등은 이런 대형 페스티발의 도움을 받은 측면이 커요. 만약 장기하가 2008년 쌈싸페 페스티발에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장기하가 공중파에 나오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이 쌈싸페 페스티발 이었거든요. 이러한 측면에서 대형 야외 페스티발이 대중음악공연시장을 키우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또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게 대중음악축제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가 출연하거든요. 이렇게 공연산업은 일정 수준까지 계속 커질거에요. 특히 대형 페스티발 부분이 가장 크게 성장할거에요. 저는 공연시장이 향후 10년간은 성장할 것으로 봐요. 90년대부터 10여년간 급격히 성장한 일본 공연산업의 사례처럼요.

 

Q. 공연시장과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 예상되면 거대 자본이 참여하게 되고, 이러한 자본 침투는 인디신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미 대기업 자본은 들어오고 있어요. CJ E&M의 MNET이 지산락페스티발을 인수한 것처럼요. 이것은 CJ E&M이 인디뮤지션이나 공연산업에 대한 산업적인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J아지트(CJ에서 운영하는 종합 문화 공간)에서 실행하는 튠업(인디뮤지션 인큐배이팅 프로그램)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히 CJ아지트를 알리고자 하는 이벤트라기보다는 매니지먼트 산업과 비슷해요. 
 

Q. 그럼 이러한 자본의 투입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건가요?


A.
긍정적이고 부정적이고를 떠나서 우선 돈이 들어와야죠.(웃음) 우선은 돈이 들어와야 하고 좋고 나쁘고는 다음 문제에요. 지금 음악산업은 90년대 영화산업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어쨌든 영화산업이 커지는데 대기업 자본의 투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잖아요. 물론 그 때문에 현재 영화산업이 여러 가지 폐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몇몇 대기업이 영화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상업적인 영화에 상영이 집중되고, 그 결과 오히려 90년대 보다 다양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겼잖아요. 제가 보기엔 다양성 부족의 문제가 대기업 자본의 가장 큰 폐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시장에서 저러한 폐해가 생길 것이 두려워서 자본의 투입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쪽의 사례를 교훈삼아 정책적인 방향성을 잘 세운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분야든 다양성을 상실하면 전체적인 시장이 감소해요.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이 가장 좋은 예잖아요.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이 2000년대 와서 급락을 했는데, 급락을 한 만큼 엔터테인먼트가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에 급락한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전통적인 아티스트 시장은 2000년대 와서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잖아요. 인디음악신이 있지만 시장 점유율로 봐서 과연 몇 퍼센트나 되겠어요.

 

 

특히나 삼십대 이상의 음악애호가들은 2000년대 이후로 시장을 떠나버렸요. 결과적으로 삼십대 이상의 아티스트가 활동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버린 거에요. 90년대만 해도 이렇지 않았어요. 윤상 같은 아티스트가 그래요. 90년대만 해도 열심히 활동했는데 지금은 활동하기가 힘들어요. 유희열과 윤상의 다른 점이 뭔지 알아요? 유희열씨는 자기 방송이 있기 때문에(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영향력도 있고 아직 활동도 가능하지만 윤상씨은 그렇지 않다는 거에요. 공중파 방송, 엔터테인먼트 방송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나가수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잖아요. 나가수를 통해 다시 조명 받는 가수들과 그렇지 않은 가수들을 비교해 보세요. 이제 한국의 중년 가수들은 나가수 같은 방송에 나가거나 방송국에 줄 서지 않으면 활동할 수 없는 비참한 세상이 된 거에요.

 

 

이런 현상의 이유는 현재 한국의 음반시장에 10대 음악애호가 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임재범과 같은 가수의 음악과 음반을 소비할 수 있는 30대, 40대 음악애호가들이 영미권처럼 남아있다면 이렇지는 않을 거에요. 10대 음악애호가들은 절대 30대 이상의 가수들을 소비하지 않아요. 이 말은 단순히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줄어든다는 말이에요. 사실 90년대만 해도 SM같은 회사가 (한국 시장이 컸으므로) 해외진출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현재 추진하는 해외진출은 그들에게 있어선 일종의 자구책이에요. 국내 시장이 자꾸만 줄어드니까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해외시장에 나가려고 하는 거죠. 앞으로 중견가수들의 음악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되요. 이러기 위해서는 아까 말했던 민간 기관이나 조직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작년부터 ‘대중음악SOUND' 라는 잡지를 발행하고 계신데요, ’대중음악정보를 원하는 사람들과 대중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가이드 역할을 해 줄 서적이 필요하다.‘ 라는 취지에서 발행을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가 길게 되진 않았지만 소정의 결과를 이루셨는지요?

 


A. 네. 은근히 저희 잡지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어요.(웃음) 메일로 언제 나오냐고 문의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1, 2호는 품절이 돼서 2쇄가 찍혀 다시 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발행된 3호는 꼭 보세요. 한국대중음악 100년 역사를 커버스토리로 250페이지 정도 다루고 있는데요. 한국대중음악사가 매체에서 다루어진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대중음악 100년이 정리 된 것도 처음이에요. 한국대중음악의 역사가 벌써 100년이 되었고 한류 열풍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여태까지 한 번도 한국대중음악사가 정리된 적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대중음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제(學制)가 없기 때문이에요. 대중음악에 대한 연구는 결국 비영리사업이에요. 그래서 학교에서 이를 다룰 필요가 있어요. 물론 저처럼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연구자들은 있죠.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역사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는 불가능해요. 한국대중음악사 100년에 대한 이번 커버스토리는 잡지니까 가능했던 겁니다. 대중음악SOUND가 비록 잡지지만 한국대중음악 통사를 쓴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다만 <한국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에 추천하는 100인>과 같은 기획은 잡지니까 가능했던 기획이었죠. 이런 잡지 특유의 기획들이 일반인들도 한국대중음악사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장치가 되었던 것 같아서 그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및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 저에게 박준흠 대표님은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너무 현실적인 대답에 실망 할수도 있지만, 본인이 살아온 길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는 박준흠 대표님의 말씀이기에 보다 가슴 깊이 새겨 듣게 되었습니다. 한국대중음악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한 대표님의 통찰을 엿볼 수 있었던 이번 인터뷰가 여러 사람들의 시아를 넓혀 줬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