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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과 포켓몬고

by KOCCA 2016. 7. 28.


▲ 사진1 동물의 숲


뛸 듯이 기뻤습니다. 다름 아닌 동물의 숲게임을 드디어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될 거라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5월 보도된 이 기사엔 무려 게임이 무료로 제공된다고도 되어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중독성은 어마어마했지만,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고집 또한 만만치 않아, 무려 8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터라 기쁘지 않았다면 진정 거짓말일 터였습니다.


부푼 기대감도 잠시. 장맛비와 무더위에 시달리다 스마트폰용 동물의 숲을 잊고 지냈더니 더 큰 놈이 찾아왔습니다. 포켓몬 고(go)였습니다. ‘피카,피카~’ 귀여운 피카츄의 목소리를 듣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곤 못배길 뉴스였죠. 아 근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미국, 심지어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선 겨우 속초와 울산 지역에서나 가능하다니요. 그래도 스멀스멀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일찌감치 수년 전부터 속초를 여름 휴가지로 정했으니, 꿩먹고 알먹고 아니겠습니까?

 


▲ 사진2 포켓몬 게임


닌텐도(任天堂株式会社)1889년 세워진 100년 기업입니다. 올해로 127년째를 맞이한 이 회사는 교세라처럼 일본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교토기업입니다. 처음엔 카드를 만드는 것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해 게임기까지 만들게 되었는데, 처음 만든 카드가 화투였다고 합니다. 창업주인 야마우치가 타계하자 회사를 물려받은 건 손자 야마우치 히로시. 1949년 경영권을 잡은 그는 눈을 해외로 돌렸습니다. 게임 산업의 큰손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마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미국 최대의 카드 업체의 사무실이 너무나 볼품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야마우치는 그 길로 돌아와 게임기 개발에 뛰어듭니다. 카드를 만드는 것만으론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수퍼 마리오(1985)는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단박에 올려놓는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를 시작으로 닌텐도 DS를 비롯해 가정용 게임기인 위(wii)까지 수많은 게임기를 판매했죠. 이와는 별도로 닌텐도만의 게임을 만들어 내놓는 데도 열을 올렸습니다.


▲ 사진3 포켓몬 극장판


모노즈쿠리로 불리는 장인정신을 강조하던 이 회사는 단연 게임의 완성도 면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지만, 변화엔 너무나 느린 단점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닌텐도의 위기를 불러온 스마트폰이 바로 그 변화의 핵이었죠. 스마트폰은 디지털카메라와 사전,게임기를 속속 흡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게임 콘텐츠를 갖고 있던 닌텐도는 스마트폰용 게임으로 자사 게임을 변환시키기보다는 게임기를 3D(3차원)으로 만들거나, 네트워킹으로 묶는 수준의 변신만을 고집했습니다. 한때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당시 전무)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던 곳이었지만, 불과 수년 만에 시류를 읽지 못한 패망기업으로 손꼽힐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동안 실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닌텐도. 과연 포켓몬 고로 부활한 것이 맞을까요? 한때 시가총액이 소니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실적 발표를 앞두고 포켓몬 고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회사의 발표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켓몬 고는 닌텐도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조심스레 말씀드려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 이유는 닌텐도가 갖고 있는 자산 때문입니다. 한우물을 파는 괴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닌텐도만의 콘텐츠가 그것입니다.

 

야마우치 히로시가 별세하면서 야마우치가의 직접 경영은 끝이 났습니다. 닌텐도의 현 회장(5)은 기미시마 타츠미(君島 達己), 지난해 이와타 회장이 세상을 뜨자 회장직을 물려받았습니다. 2002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야마우치 회장은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무수히 참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기를 고수했던 그가 세상을 뜨면서 닌텐도가 선택한 변신은 스마트폰과의 협력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 사진4 포켓몬 도감


한번 되짚어 봅시다. 포켓몬은 20년 전 만들어진 아이들용 게임입니다. 캐릭터는 151. 포켓몬 도감엔 불꽃, , 전기, , , 비행, 얼음 등 18개 카테고리로 이들 몬스터를 분류해 놓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포켓몬스터 특성상 끝이 없는 게임이기도 하죠.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대결이 이 게임의 묘미고요. 그러다보니 이 포켓몬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포켓몬 빵과 소시지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 사진5 포켓몬 식품


시간이 지나 포켓몬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구매력까지 갖춘 성인들은 유적지에서 만날 수 있는 포켓몬에 환호합니다. 어린 시절의 향수와 더불어, 실제로 포켓몬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올 초 미국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대회(GDC)에선 스타워즈에 나오는 캐릭터를 활용해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만들면 대박이 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로 미래 게임 시장의 키워드는 콘텐츠로 꼽았습니다. “왜 우리는 포켓몬 고와 같은 게 나오지 않느냐, 뽀로로를 활용해보자와 같은 말이 허탈감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콘텐츠를 그냥 기술에 얹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사고 때문이죠.

 


포켓몬 열풍이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면서 그에 따른 경제효과를 지칭하는 신조어마저 생겨났습니다. 포켓몬과 이코노믹스를 합친 포켓모노믹스가 그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포켓몬 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한 포켓몬 고 택시’(운전 중 포켓몬 고를 이용하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일본에서도 속속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전용 택시 이용은 상당히 구미가 당길만한 일입니다.) 발빠르게 닌텐도와 손잡은 맥도날드도 대표적인 포켓모노믹스의 사례입니다. 일본 맥도날드는 전국 2500개 매장에서 포켓몬고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포켓몬고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유인하자는 일종의 마케팅인 셈이죠. 속초시와 울산시도 최근의 열풍에 힘입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포켓몬고를 활용한 마케팅을 해보려고 나서고 있습니다. 속초시는 포켓몬이란 단어를 써보려 했지만 라이선스를 얻지 못해 한국 공식 게임 출시 전 열풍을 누려보려던 목표가 좌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재미입니다. 재미를 담은 스토리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것이죠. 포켓몬고가 대박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 요소를 상당부분 갖췄다는 점에서 저는 닌텐도의 미래가 패망을 운운하던 때보다 밝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칩히스와 듀크 기업교육원 컨설턴트인 댄 히스가 지은 스틱(stick)’에 오른 완벽한 스토리의 요건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폭발력이 있는 완벽한 스토리는 단순하고 예외적이어야 하며,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하며, 감성적인 스토리여야 한다


ⓒ 사진 출처

표지사진. 네이버 뉴스

사진. 1~5 닌텐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