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주로 이용하는 SNS에서 눈에 띄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SNS에 태그 된 미술관의 이름과 “거기 어디야? 나도 가보고 싶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진과 함께요. 최근 서울의 한남동 소재에 있는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아홉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전에 갔다 와 보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이 전시는 극장, 놀이공원이 아닌 현대미술관에서 이례적으로 SNS에 태그 된 게시물이 만 건, 미술관의 경우 6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사진 찍기도 민망했던 현대미술관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전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평가 받고 있지요.
그동안 ‘미술관’하면 난해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 하얀 벽의 공간을 떠올리지 않으셨나요? 이처럼 예술은 어렵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현대미술관의 전시들은 이러한 통념을 부수고 있는데요.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와 기획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난해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문턱을 낮춘 현대미술관, 이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예술작품의 종류는 정말 다양해졌다는 것, 모두들 공감할 텐데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머릿속에 예술은 벽에 걸려있는 종이로 된 그림이나 조용한 미술관 안에 놓여 있는 조각 등이 입니다. 그나마 쉬운 사진전을 가도 머릿속엔 물음표를 갖고 감상하곤 했었는데요. 난해한 주제와 소재 대신, 대중문화의 최 정점에 있는 영화와 사진 등이 미술관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사진 1 <애니마믹 비엔날레> 전시장 모습
대구에서 열리는 <애니마믹 비엔날레>는 만화를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독특한 전시로 유명한데요.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작가의 손길을 거쳐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 작품에 몰입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징가Z가 있는 미술관이라,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 역시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지털매체를 사용한 작품의 경우 미디어아트에 국한된 전시에서만 주로 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요. 미디어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 역시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세계적인 거장의 명화 전시가 미디어아트로 꾸며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사진 2 <반 고흐 인사이드>전 내부 모습
<반 고흐 인사이드>전은 미디어아트를 명화 전시에 적극적으로 적용한 사례에 해당하는데요. 소리가 나고 움직이기도 하는 작품들로 웅장하게 채워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화를 대여하는 경우, 외교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작품 수가 한정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렇게 명화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다면 훨씬 다채로운 전시가 완성되겠지요?
▲ 사진 3 <스탠리 큐브릭 전> 전시 포스터
이 외에도 영화처럼 우리와 친근한 요소를 전시주제로 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개막한 <스탠리 큐브릭>전은 그가 남긴 다양한 영화 작품들을 모티브로 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지금 까지 110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 쯤 되면 미술관이 대중문화와 대중들 사이의 중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미술관은 작품만 관람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서는 공간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의 미술 전시 방식인 일방적으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형식에서, 작품과 관객이 오감을 통해 작품과 교류할 수 있는 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 첫 번째는 미술관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비엔날레와 같은 공공 미술관의 경우, 지역사회에게 주는 사회적 공헌 역시 무시할 수 없는데요. 단순히 작품을 미술관 안에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인데요.
▲ 사진 4 <틈새호텔>의 모습
실제 서도호 작가의 광주 비엔날레 작품 중 하나인 <틈새 호텔>은 광주광역시 폴리 프로젝트 일환으로 흡수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관광객들의 참여를 모으고 있습니다. <틈새호텔>은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하루 묵을 곳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인데요. 놀랍게도 <틈새호텔>은 움직이는 이동식 호텔입니다. 서도호작가는 일상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소중함을 우리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작품을 기획한 것이라고 합니다.
▲ 사진 5 고흐의 방을 재현한 객실
한편 외국에서는, 반 고흐 전시의 홍보 일환으로 실제 ‘고흐의 방’을 놀랍도록 재현해, 실제 에어 비앤비(세계적 호텔 정보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미술관 밖뿐만 아니라 미술관 안에서도 재미있는 일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요. 여러분,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가만히 작품 앞에 서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으셨나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술관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작품 앞에서 멍하게 서 있곤 했을 텐데요. 그러지 말고, 작품을 직접 손으로 그려본다면 어떨까요?
▲ 사진 6 국립 현대미술관의 문화가 있는 날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가 있는 날’에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바로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보며 스케치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대로, 보이는 대로 작품을 이해하고 직접 손으로 그려나가 본다면 작품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음은 물론, 또 다른 나만의 스케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어떤가요? 보기만 해도 흥미로운 전시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나요? 뿐만 아니라 공공미술관에서는 특히 아이들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문화체험, 교육 프로그램들을 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미술관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좌 포스터도 길 가다 한 번쯤 본적 있을 텐데요.
▲ 사진 7 아시아 문화전당에서 개최하는 교육 프로그램
이렇게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공간이 아닌, 교육과 휴식, 그리고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현대미술이 주로 다루었던 다소 무겁고 난해한 주제를 내려놓은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기술발전으로 인한 대중문화의 인기 때문이라 보입니다. 디지털매체를 기반으로 한 만화, 영화 등은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친근하게 다가오지요. 또한 예술은 본의 아니게 예로부터 교양 있는 일부 사람들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던 경향이 많았기 때문에, 미술관은 대중문화와는 정 반대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한때 예술계에서는 상업적 예술에 대한 거부도 있었고요.
한편으론 예술의 순수성이 상업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 된 만큼, ‘어디까지 예술인가’하는 예술에 대한 정의 역시 모호해졌는데요. 그런 만큼 미술관의 역할 또한 무궁무진 해 졌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때론 우아하고 때론 재미있게 말이지요. 가 볼수록 매력 있는 미술관!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즐겁게 미술관에서 하루를 오롯이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 사진출처
- 표지 디뮤지엄 공식 페이스북
- 사진 1 대구 아트뮤지엄 홈페이지
- 사진 2 서울 문화재단
- 사진 3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
- 사진 4 광주 비엔날레 홈페이지
- 사진 5 Air bnb
- 사진 6 국립 현대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 사진 7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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