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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도전, <시간의 나이>를 소개합니다. ver. 2

by KOCCA 2016. 3. 22.


평화로운 바로크 음악으로 아침을 시작해서, 오후에는 활기찬 일렉트로닉 팝을 듣고, 그리고 저녁엔 현대음악 콘서트를 즐기는 현대인을 위한 무용 작품!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과 프랑스 샤요국립극장(극장장 Didier Deschamps)이 공동 제작하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시간의 나이(SHIGANÉ NAÏ - 악상 체크)>가 3월 23일(수)부터 27일(일)까지 서울시 중구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립니다. 


이전 기사를 읽어보셨다면, <시간의 나이>의 스토리라인, 그리고 공연 컨셉트와 음악적 특성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게 되셨을 텐데요. 이번에는 <시간의 나이>의 안무와 무대를 담당한 안무가 조세 몽탈보, 그리고 무대 뒤 스크린에 사용될 영상을 제작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이렇게 두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문화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프랑스 파리, 이 곳에는 프랑스 문화부가 지정한 여러 국립극장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샤요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Chaillot)입니다. 샤요국립극장은 장 빌라 극장(1,250석), 피르맹 제미에 극장(420석), 그리고 모리스 베자르 극장(80석) 이렇게 총 3개의 극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용, 서커스, 비주얼 아트 등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이 무대에 오르고, "모든 예술과 다양성을 환영한다"는 샤요국립극장이지만, 유난히 이 곳은 무용 프로그램이 많이 상영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 해에 상연되는 작품 중 약 70퍼센트 이상이 무용 작품이라고 합니다. 


파리에는 무용 공연을 자주 선보이는 또 하나의 극장 le théâtre de la Ville이 있었지만, 2007년 Albanel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지침에 따라 이 극장은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에만 집중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샤요국립극장은 "현대 무용 특화 극장"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특히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스타일의 무용 작품이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샤요국립극장이 무용 작품을 고르는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데요. 샤요국립극장을 보면 "세계 무용계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네요.


▲ 사진 1. 수준 높은 현대 무용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무용계의 현 주소"라 불리우는,

프랑스 파리의 샤요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Chaillot)


3월 말, 국립극장에서 선보이는 <시간의 나이> 연출가 조세 몽탈보(José Montalvo)는 세계 현대 무용의 현 주소로 유명한 바로 이 곳, 샤요국립극장의 상임안무가입니다. 조세 몽탈보는 스페인에서 태어났는데요. 어린 시절 스페인 내전을 피해서 가족과 함께 프랑스 툴루즈(Toulouse)로 이주했다고 해요. 그리고 툴루즈 국립 무용 센터에서 처음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이 된 조세 몽탈보는 파리에 와서 미술사와 시각예술을 전공하고, 이후 파리 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게 되는데요. 198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안무가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조세 몽탈보는 또다른 안무가 도미니크 에르비외(Dominique Hervieu)와 함께 몽탈보-에르비외 컴퍼니를 설립하고, 그를 안무가로서 전세계에 인식시킨 작품 <Paradis>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새로운 작품 활동을 거듭하던 그들은 결국 그 성과를 인정받아, 영화·무용·음악·라디오·TV·연극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이룩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le prix SACD를 공동 수상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샤요국립극장의 무용감독 및 극장장으로 공동 임명되어 재직하다가, 2010년 합동작품 <Lalala Gershwin>을 끝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데요. 이후 조세 몽탈보는 현재 샤요국립극장의 상임안무가로 재직하며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 사진 2. <시간의 나이> 안무와 무대를 담당한 조세 몽탈보(José Montalvo) 상임안무가


"다문화적인 무용을 선보이는 연출가", "병치(juxtapositions)의 시인"으로 불리는 조세 몽탈보는 프랑스 관객들의 신뢰도가 매우 두터운 안무가입니다. 흔히 현대 무용은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는 힘든 장르'로 인식되고는 하는데요. 조세 몽탈보의 안무작은 약 2주 동안 연이어 공연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네요. 조세 몽탈보가 이토록 높은 관객 신뢰도를 선보이는 데에는, 몽탈보 특유의 연출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세 몽탈보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쾌한 상상력", 그리고 "환상의 세계"인데요. 조세 몽탈보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동화 작가 장 드 라 퐁텐(Jean de La Fontaine)의 우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에도 프랑스 지식인들이 자주 인용한다는 라 퐁텐의 작품은, 몽탈보에게 있어 동화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조세 몽탈보는 다양한 장르의 무용과 문화를 접목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녹여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플라멩코, 힙합 댄스, 발레, 아프리카 전통 춤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고유한 춤의 특징을 잡아내어, 전혀 새로운 춤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죠. 


조세 몽탈보의 기존 작품 세계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국립무용단과의 합작품 <시간의 나이>에서는 한국 고유한 춤의 특징이 녹아든 새로운 춤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조세 몽탈보는 이번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2014년 국립무용단의 리허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춤을 추는 한국무용단의 모습은 조세 몽탈보에게 매우 인상적이었고, 또 충격적이었다고 해요. 한국무용단을 "무용수인 동시에 음악가"라고 표현한 조세 몽탈보는, 자신의 작품에 참여할 24명의 무용수를 직접 캐스팅하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 12월부터 강도 높은 연습을 시작하고, 동시에 무대에서 사용될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오랫동안 전해져 온 한국 무용의 전통미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작품에 임하는 의지를 밝혔던 조세 몽탈보 안무가. <시간의 나이>에서 선보일 무용은 과연 어떤 색일지, 한국적인 색채는 조세 몽탈보의 섬세하고 유쾌한 연출과 만나면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지, 관계자와 관객들의 기대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세 몽탈보는 자신의 무용 작품에 영상을 접목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993년에 발표한 작품 <Double Trouble>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미셸 코스트와 함께 작업한 영상을 활용하면서, 무용계에 일명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조세 몽탈보가 연출하는 작품의 무대 세트는 사실상 "커다란 스크린이 전부"라는 말이 있는데요. 다른 소품을 배치하기 보다는 적절한 영상을 활용해서,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을 뛰어넘어 몽탈보의 상상력을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이죠. 국립무용단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이는 이번 무용 작품, <시간의 나이>에는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이 작업한 영상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작품을에서 조세 몽탈보와 협업하게 된 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어떤 인물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 사진 3.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적 명성의 항공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


공식 사이트는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을 "사진 작가, 기자, 영화감독, 그리고 생태학자"라고 표현합니다. 케냐에서 마사이 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던 당시, 베르트랑은 열기구를 조종하게 되었다는데요. 열기구에 탑승하자, 일반적인 시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되면서 항공사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베르트랑은 카메라를 통해 동물의 세계와 환경문제, 우리의 지구를 집중 조명하고, 유수의 언론 매체에서 자신의 결과물을 발표하며 명성을 쌓아갑니다. 도전을 거듭하던 베르트랑은 1994년부터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항공사진을 모은 사진집 <하늘에서 본 지구(La Terre Vue Du Ciel)>는 "신의 시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세계 24개 언어로 번역되어, 400만 부 가까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야외 전시전에는 다녀간 사람들은 약 2억 명에 이른다고 해요. 


2006년,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새로운 부분에 발을 들이는데요. TV 다큐멘터리 <하늘에서 보다(Vu Du Ciel)>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 것이죠. 이 시리즈는 90분짜리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하나의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보다>가 전세계 49개국에서 방송되며 호평을 받자, 베르트랑은 이에 용기를 얻어 장편 영화 제작을 시작하는데요. 베르트랑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로 돈을 벌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베르트랑의 뜻에 따라, 영화 <HOME>, <Planet Ocean>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동시에 TV 공중파 채널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며,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냅니다. 


▲ 사진 4. 베르트랑의 영화 <HOME>

베르트랑의 첫 영화 <HOME>은 세계 각국의 언어 버전으로 제작되었으며, 

이 중 원본인 프랑스어 버전은 유투브 천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베르트랑의 최근 작품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Human>인데요. 총 60개 국을 돌며 2,500시간 동안 2,020명을 만나서 진행한 인터뷰, 그리고 베르트랑의 특기인 항공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미국의 죄수,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인 등 다양한 인종·언어·문화·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동시에,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비추면서 인류와 지구의 감성적인 연결점을 찾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질문을 제시하는 내용의 영화라고 하는데요. 뜻깊은 영화인만큼, 반기문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UN 총회에서 <Human>의 시사회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무용작품 <시간의 나이>에는 바로 지금 설명한 영화, <Human>의 미공개 영상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공연에서 쓰일 영상을 위해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은 실제 무대와 동일한 환경으로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사전 촬영을 진행했다는데요. 여기다가, 프랑스 및 국내 영상기술팀이 함께 촬영한 크로마키 영상과 서울 곳곳의 풍경까지 더해진다고 하니, 정말 특별한 세계가 스크린에 펼쳐질 것 같지 않나요?



▲ 사진 5-6. <시간의 나이> 영상 촬영 현장


조세 몽탈보의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영상은 '무대 배경'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 나아가 아날로그적인 감성까지 불러 일으키는 독특한 설정인 것이죠. <시간의 나이>는 베르트랑의 환상적이면서도 기묘한 영상, 그리고 눈앞의 무대에서 공연하는 무용수가 어우러지며 묘한 시공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영상과 무대, 두 개의 시간과 두 곳의 공간이 공존하는 이번 무용 프로그램, 일반적인 무용 작품과는 무척 다른 모습일 것 같네요.


▲ 사진 7. <시간의 나이>의 컨셉사진. 

나란히 서 있는 인물들 간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공간이 공존함을 볼 수 있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은 이 시기를 '한국 내 프랑스의 해'로 지정하고, 프랑스는 '프랑스 내 한국의 해'로 지정해서 양국간 활발한 문화 교류가 진행될 예정인데요. <시간의 나이>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이자, '프랑스 내 한국의 해'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뜻 깊은 작품입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뒤에는, 6월 16일(목)부터 24일(금)까지는 샤요국립극장에서 '포커스 코리아'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프랑스 관객들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해요. 3월 23일 수요일부터 27일 일요일까지 5일간 공연하는 <시간의 나이>, 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무용 작품에 상상발전소 독자 여러분 또한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시간의 나이> 공연티켓 예매: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5007603


ⓒ 자료 제공: 국립극장

ⓒ 사진 및 영상 출처

사진 1, 3. 위키피디아

표지사진 & 사진 2, 5, 6, 7. 국립극장 제공

사진 4. YouTube 채널 homeproject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