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소식이 있는데요, 바로 서울 시립미술관과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과의 만남입니다. ‘스타’하면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콘서트장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미술관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서울시립미술관은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지드래곤과 국내외 작가들과 협업하여 <피스마이너스원 :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 Beyond the Stage)>(이하 피스마이너스원) 전을 열었습니다. 전시 제목 그대로 ‘무대를 넘어선’ 지드래곤의 예술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연예계 활동 외에 미술전시를 하는 스타들이 많은데요, 여기에는 지드래곤 외에도 영화감독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하정우,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 나얼이 있습니다, 그들의 반전매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데요. 지금부터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그동안 가수를 ‘아티스트’라고 불렀지만 ‘미술관’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현대에 와서는 미술의 개념이 단순히 ‘그림’에 그치지 않고 영상, 기술, 일상적인 물건들까지 다양해졌습니다. 한편으론 우리 주변의 친근한 소재에 다가가고 있지만 그만큼 너무 다양해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드래곤은 데뷔 이후부터 쭉 패션, 예능,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문화를 선도해가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그와 손을 맞잡는다면 이러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번 전시는 그 기대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시 포스터 디자인도 ‘지드래곤’하면 떠오르는 블랙컬러와 심플한 폰트가 눈에 띕니다. ‘피스마이너스원’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단어를 하나씩 뜯어보자면 지드래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인 ‘평화(peace)’와 한편으로는 그렇지 못한 우리 현실의 ‘결핍(minus)’을 뜻하는 말을 하나로(one)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의 앨범아트에는 ’평화‘를 뜻하는 마크가 있기도 하지요. 이번 전시는 이러한 그의 예술세계를 바탕으로 기획 되었습니다. 마이클 스코긴스, 소피 클레멘츠, 제임스 클라, 유니버설 에브리띵, 콰욜라, 파비앙 베르쉐, 건축사사무소 SoA, 권오상, 방앤리, 박형근, 손동현, 진기종 등 국내외 현대미술작가 12팀이 이 전시와 함께 했지요. 준비 기간 역시 약 1년으로 꽤 긴 편인데다 작품 수도 200여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시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살짝 정보를 알려드리자면 지드래곤과 현대작가들이 협업한 작품, 그리고 그를 주제로 다룬 작품들과 그가 직접 수집한 예술작품들도 있다고 합니다. ‘권오상’작가는 지드래곤의 무의식과 자아를 다룬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마치 두 명의 그가 싸우는듯한 모습입니다. 작품의 크기도 상당히 커 보이지요. ‘손동현’작가는 동양화를 주로 작업하는데요.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커다란 글씨 속에 힙합문화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피티’같기도 한 이미지가 눈에 띕니다. 동양화와 ‘힙합’의 만남이 매우 신선한데요.
▲ 사진 1 권오상, <무제의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
이번 전시에서 지드래곤은 작가 외에도 전시 전반을 기획하는 ‘큐레이터’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쯤 되면 ‘그가 직접 만들어낸 작품은 어디에 있느냐’하는 의견이 예상되는데요. 이번 전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화가들이 자신이 그림을 거는 진부한 개념의 전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은 ‘팩토리’를 운영해 자신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드래곤 그 역시 이번 전시에서 앤디워홀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사진 2 <힙합연대기> 앞의 지드래곤
지드래곤은 전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일반 관람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을 어렸을 때부터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는 누구나 쉽게 음악을 듣듯이 쉽게 오셔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친근한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피스마이너스원>은 제목처럼 현대미술과 대중과의 ‘연결’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전시에 참여하면서, 미술관의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일반 시민들도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전시에 대해 ‘미술관이 너무 상업적인 용도가 되어버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거는 것이 아닌,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가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그에게도, 다른 작가들에게도 모두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번 전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하정우’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이렇게 배우로서 큰 유명세를 얻은 그가 미술계에서도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에 방문해 보신 분이라면 어느정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요. 투썸플레이스는 그의 작품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독특한 머그컵, 텀블러 등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 가로수길점 ‘아트 오브 투썸플레이스’에서는 이러한 콜라보레이션 상품 외에 그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정우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는데요. 그가 직접 그린 20여점의 작품이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 사진 3 ‘아트 오브 투썸플레이스’ 내부
하지만 그가 영화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미술 관련 활동이 잦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오디션에 여러 번 낙방한 시절에 미술활동을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하는데요. 화가로서 이미 그는 100여점이 넘는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고, 개인전도 2010년부터 매년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그가 얼마나 미술에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의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그의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티프는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색채 속에서 어딘지 모를 쓸쓸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 시리즈 중 ‘피에로’가 이를 잘 말해주는데요. 그는 ‘피에로’는 내가 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영화 촬영 중 잠시 쉴 틈이 생길 때마다 피에로 그림만 집중적으로 그렸다. 촬영 중에도 이미지와 영감을 캔버스 위에 놓은 공간에 초상화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배우는 매번 다른 배역을 연기합니다. 어떻게 보면 각 작품마다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그에게서 그림의 의미는 각 배역의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자화상’을 드러내면서 많은 배역을 오가는 그가 원래 자신은 어떤 존재였는지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연기를 하는 중에 틈틈이 그렸기 때문일까요? 그는 출연한 영화 상영이 끝날 때쯤에 매년 개인전을 연다고 합니다. 서울 표 갤러리에서는 그가 출연한 영화제목과 같은 ‘베를린’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지요.
▲ 사진 4 하정우의 피에로 시리즈 중 한 작품
일부에서는 그가 배우로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인가 하는 의견을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배우’라는 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에서 그의 작품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하정우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월터위카이저 갤러리에서 핀란드 작가와 함께 2인전을 열기도 했었는데요. 이때 전시된 그의 그림 16점은 모두 판매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에서 유명한 아트페어인 ‘LA아트쇼’에서 도 현지인들에게 상당한 눈길을 끌었지요.
그의 작품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겉으로 보기에 그의 작품은 굵은 선이나 튀는 색채들이 발랄한 느낌을 주는데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피카소가 떠오른다고 하기도 하고, 강렬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인물을 표현한 작품을 보면 무언가 말을 걸어오는 듯 보이는데요. 고독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그의 작품을 보는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여기, 또 한명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브라운아이드소울’에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가수 ‘나얼’입니다. 그는 지난 4월에 서울 통의동에서 <콜라주얼-나얼의 방>전시를 열었습니다. 무려 9번째 개인전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가수로서 더욱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는 단국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2004년 2년에 한차례씩 개인전을 연, 꽤 오랜 경력을 가진 미술작가입니다.
▲ 사진 5 나얼이 선보인 콜라주 작품들
전시 제목처럼 그의 작품은 드로잉 외에도 여러 가지 매체를 혼합시켜 표현하는 ‘콜라주’ 작품들이 많은데요. ‘콜라주얼’은 ‘콜라주’에 자신의 이름인 ‘얼’을 합성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을 이루는 주 테마는 무엇일까요? 하정우의 작품이 ‘자화상’을 주 모티브로 했다면 이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시간과 기억’을 주제로 합니다. 그는 오래된 흑백사진, 낡은 물건들을 조합하는 등 독특한 작업을 하는데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쓸모가 없게 된 것들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다 보면 그 결과물이 사람 사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중후한 예술세계가 드러나지 않나요?
▲ 사진 6 나얼, <자마이카 연작>
그는 또 이번 전시에서 직접 음악을 고르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음악, 미술을 모두 아우르는 그의 능력이 부럽게 느껴집니다. 그는 “자신의 자존심이 더욱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음악보다 미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그의 미술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대학시절 전공을 살려서 꾸준히 전시회를 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지요.
◎ 예술세계가 충만한 그들을 보는 시선.
현대에 와서 ‘예술’의 개념은 확실히 이전보다 자유로워졌습니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에는 현실의 대상을 ‘잘 그리는’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미술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스타들의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나타내려고 했는지 가슴으로 와 닿지 않았나요? 물론 미술활동을 하는 연예계 스타들의 작품의 인기에 대해서 좋은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배우, 혹은 가수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고 충분한 인지도를 얻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하지만 지드래곤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서 사람들에게 예술을 더욱 친근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나얼과 하정우는 화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고, 연예계 생활을 하기 이전부터 미술활동을 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예술적 재능에 대해 배우 혹은 가수라고 하는 직업 때문에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타들이 전시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이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게만 여겨졌던 현대미술, 이제는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표지, 사진2 YG엔터테인먼트
- 사진 1 서울 시립미술관
- 사진 3 CJ 푸드빌
- 사진 4 동원 갤러리 공식 사이트
- 사진 5, 6 진화랑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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