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남김 없이 가진 것을 탕진하라! 복합 문화장터 탕진시장

by KOCCA 2015. 6. 18.

 

'탕진'. 국어사전을 보면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앰 / 시간, , 정열 따위를 헛되이 다 써 버림'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이렇게 보면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듯한 이 단어를, 열정과 즐거움으로 바꾸어놓은 행사가 있습니다. '가진 것을 낭비하라'는 타이틀로 개최되었던 탕진시장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일요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음악 관련 물품들을 사고팔기도 하고, 공연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탕진의 즐거움을 함께했는데요. 공연과 마켓이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복합 문화장터, 탕진시장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인정 받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대중음악 1차 공연지원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탕진시장의 모습이 어땠는지 함께 돌아볼까요?

 



레이블 러브락컴퍼니가 주최한 행사답게, 러브락컴퍼니 소속 밴드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제작한 MD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밴드의 로고가 들어간 손수건, 실리콘 팔찌, 노트, usb, 물병에서 라이터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했는데요. 모두 소량씩 제작되었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기도 하고, 팬들이 제작한 상품이기에 팬들의 니즈(needs)가 직접 반영되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었습니다. 이날, 손수건을 제작해오신 김응경 님은 "이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마음 놓고 만들겠느냐"는 생각에 탕진시장의 상인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손수건을 거의 팔십여 장 준비했는데,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완판되었다고 즐거워하셨습니다.



누구나 셀러로 참여 가능했던 탕진시장답게, 아티스트 또는 레이블이 셀러로 나선 경우도 있었는데요. 가장 독특했던 판매상품은 바로 러브락 X-File이었습니다. 노트북에 러브락컴퍼니 소속 밴드 멤버들의 사진이 희귀사진부터 리즈 시절 사진, 야한 사진 등으로 분류되어 1,000원부터 4,000원까지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는데요. 노트북으로 사진을 구경한 후, 소장하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값을 치르고 해당 폴더의 사진들을 e-mail로 전송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뒤뜰에서는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광경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김목인 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캐리어에 책을 가득 담아온 김목인 님은, 행사 도중에 가족이 놀러 왔다며 연신 즐거워하셨는데요. 쏙 빼닮은 부녀의 무공해 웃음에,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또한 발길을 멈추고 인사를 하던 도중, 옆 부스에서 가위, 바위, ! 하는 흥겨운 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요. 바로 옆 부스에서는 '시와, 이아립, 강아솔을 이겨라!'라는 주제로 가위바위보가 한창이었습니다. 이아립 님은 아무리 집을 둘러보아도 팔 게 없었다면서, 우리의 손이라도 팔자! 하면서 3 2선승제의 가위바위보 게임을 기획하셨다고 해요. 사람들에게 이기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서 마련한 자리인데뜻밖에 자신들을 이기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  후끈함이 가득! 치열한 승부, 가위바위보 대결 모습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 공연이 빠질 수는 없겠죠? 뒤뜰의 뮤즈상회, 그리고 지하의 로큰롤장터 이렇게 두 곳의 스테이지에서는 번갈아가며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뮤즈상회에서 진행된 이아립 님의 공연을 관람했는데요. 기타 하나, 앰프 하나로 진행하는 공연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친근했습니다. 관객들이 삼삼오오 아티스트 주변에 둘러앉아 노래 소리와 기타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나른한 봄날, 서울 교외로 소풍을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어요. 또한, 무대 뒤편으로 보이는 울창한 나무의 모습과 어우러져, 한 편의 화보를 보고 있는 듯한 신비로움도 느껴졌습니다


이아립 님이 앵콜곡을 노래하던 도중, 시와 님과 강아솔 님은 노래 가사를 따라 하는 대신, 박자에 맞춰 "가위-바위-, 가위-바위-"를 외쳐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홍보 효과는 만점이었습니다! 이아립 님의 무대가 끝난 뒤에는, 가위바위보 부스 앞에 그 어느 때보다도 긴 줄이 이어졌어요. 뜻밖의 상황에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가위바위보 결과에 다 같이 기뻐하고 다 같이 아쉬워하면서, 뒤뜰에서는 그렇게 가족적인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지하 로큰롤장터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연이 진행되었는데요. 쿵쿵 울리는 드럼 소리에 계단을 내려가 보니, 로다운 30이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었어요. 강렬한 빨간색, 파란색, 자주색 조명을 배경으로 세 명의 멤버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막강했는데요. 지하에서 밴드셋으로 공연되다 보니, 익숙한 홍대 라이브클럽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객들 역시 음악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기도 하고, 몸으로 박자를 맞추며 공연을 즐겼는데요. 앞줄의 관객들은 흥겨움에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사실 이 날 탕진시장의 많은 부분은 유투브를 통해 생중계되었는데요. 중계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2층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던 비밀 영상이었습니다. 비밀 영상의 정체는 바로, 2013년에 녹화되었던 MNET <MUST 밴드의 시대>의 결선 무대에서 선보였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라이브 영상이었어요. 사실 이 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파워풀한 연주와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을 선보이며 영예의 1위를 거머쥐었는데요. 안타깝게도 녹화 다음 날, 멤버들이 대마초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고, 이에 따라 밴드 활동 중지를 선언하면서 이 영상은 영영 전파를 타지 못했습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1년여의 자숙 기간 끝에 활동을 재개하고, 이제는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영상을 보면서, 만약 이 영상이 방송되었더라면 정말 파격적이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반 방송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허가되지 않는 목마 타는 관객, 그리고 음악에 맞춰 서핑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이 그대로 촬영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방송 카메라로 촬영되어 깔끔한 음질과 화질,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공연 문화미친 듯이 열정적이었던 당시의 현장 분위기에 저는 완전히 압도되었습니다다만, 비밀 영상이 애초 계획보다 조금 길어지면서 영상 상영 시작이 조금씩 변경되었는데요. 사전에 공지된 시간에 맞춰서 2층 영화관으로 올라갔다가 허탕을 치고 다시 내려오는 관객들을 보면서, 상영 시간이 조금 더 정확하게 지켜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옥상에 있는 정육식당에서는 야외 바비큐 파티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탕진시장에 대해서 "소풍이나 MT를 온 것 같아서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고, "어두운 공연장에서만 관람하던 밴드 공연을 이렇게 만나니깐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무척이나 색달랐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홍대 밴드씬 전체가, 화창한 날에 야유회를 놀러 나온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다만, 모든 부스에서 현금 결제만 가능했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현금이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특히 요즘은 카드 결제가 일반적이다 보니, 사전에 현금을 넉넉히 준비하라는 공지가 있었거나, ATM 기기가 근방에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날, 탕진시장에서 제 지갑과 통장은 말 그대로 탈탈 털렸는데요. 스트레스 또한 모조리 탕진한 것 같아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페이션츠의 보컬 조수민 님은 탕진시장의 주최측 러브락 컴퍼니를 '소속 아티스트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씬 전체에서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특이한 포지션의 레이블'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인생은 사랑과 록뿐이라고 외치는 러브락 컴퍼니의 다음 움직임도 기대됩니다.


ⓒ 영상 출처

유투브 채널 owho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