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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기억에 오래 남는 낭독 독서법

by KOCCA 2015. 6. 1.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동안 읽는 책이 평균 10권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마음의 양식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부담이 되어 버린 탓인지 대한민국의 독서율은 점점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따로 할애할 시간이 나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는데요. 눈으로 읽을 시간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귀로 읽는 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와 독서와 관련한 여러 팟캐스트가 그것인데요.



▲ 사진 1. <책으로 행복한 12시, 문지애입니다> 사진


여기 11시간 동안 책을 읽어주는 라디오가 있습니다. EBS 라디오는 어학 라디오를 제외한 모든 시간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책으로 행복한 12시, 문지애입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 EBS>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에선 매회마다 재미있는 낭독과 대화가 이어집니다. 또한, 배우 최다니엘, 정찬 등이 참여 중인 <낭독 1~6>에서도 책 속 문장을 실은 목소리들은 온종일 쉴 날이 없답니다.


▲ 사진 2. 낭독 중인 배우 최다니엘


음악과 함께 깔리는 목소리들은 자연스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리는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오는데요. 낭독의 힘은 분석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문학을 편안한 즐거움으로 바꿉니다. 굳이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고 줄거리를 외우지 않더라도 문장 하나하나를 듣는 그 순간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데요. 목소리와 함께 들어온 책은 그저 눈으로만 읽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낭독은 한 구절 한 구절,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말 자체의 미감을 더욱 곱씹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데요. 그렇게 읽고, 들은 책은 기억에도 더 짙게 남아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점점 각광을 받는 낭독 모임과 행사 등도 이러한 이점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인 세르지오 밤바렌의 <돌고래 다니엘>을 낭독으로 접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네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이야기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 다시듣기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는데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EBS ‘반디’에서는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부터 예전에 낭독된 부분까지 자유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앞부분을 놓쳤더라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으니 긴 소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답니다. 또한,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여러 낭독 프로그램들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책과 함께하는 팟캐스트는 EBS 라디오 외에도 아주 많이 있다고 하는데요.



차분한 목소리와 귀에 쏙쏙 꽂히는 분석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평론가 이동진.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하 '빨간 책방')>은 그의 진행으로 벌써 100화가 넘게 자리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데요. <빨간 책방>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보면 좋을 책들에 이동진 평론가의 분석이 곁들어져 매주 한 번씩 청취자들을 찾아옵니다.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등을 쓴 소설가 김중혁과의 찰떡같은 호흡은 맛있는 책 섭취와 함께 얻을 수 있는 별미입니다.


▲ 사진 3. <라디오 책다방>을 진행하는 교수 김두식과 소설가 황정은


<빨간 책방> 외에도 귀와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줄 팟캐스트는 많이 있습니다. 독서 관련 팟캐스트는 414개에 달하고, 출판사에서도 이름을 건 팟캐스트를 하나씩 진행하고 있는데요. <교보문고 낭만서점>은 소설가 정이현과 평론가 허희에 이어 최근에는 재주소년 박경환의 목소리와 함께 들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 밖에도 창비 <라디오 책다방> 등 많은 출판사 팟캐스트, 벌써 700화가 넘은 터줏대감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등을 통해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부터 대중적인 소설까지 즐겁게 접할 수 있습니다.



책을 소개해 주는 TV 프로그램 <달빛프린스>가 두 달 만에 종영했을 때 많은 사람이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책과 관련한 방송은 항상 개설되는 필수과목처럼 요구되지만, 수명은 결국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의를 끄는 연예계 소식, 스펙터클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책'은 너무도 멀리에 있는 존재였으니까요.


수많은 매체 사이에서 이야기로서 책이 가지는 독창성은 점점 가려져 갔고, 책은 점점 재미있는 취미가 아니라 교양의 상징이 되어 갔습니다. 어렵다는 선입견이 담긴 수식어가 은연중에 붙어버린 책은 이렇게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는데요. EBS 김준범 PD는 그런 시대에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시작하겠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부정적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많은 사람이 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청취율도 올랐고 계속된 호평이 이어졌는데요.



퇴근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자기 전 불 꺼진 방안에서도 라디오는 쉽게 우리의 귀속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남는 건 있겠지만 보기는 힘든 존재였던 책은 이렇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매체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과정을 잇는 통로가 되는 것이 우리의 귀를 자극하는 라디오와 팟캐스트 등인데요. 귀를 자극하는 낭독과 북 토크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만나면서, 책은 가볍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책은 다 읽고 나서 마음속에 쌓아두는 지식이 아니라 읽으면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감성입니다.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적인 다른 삶의 이야기지요. 저도 매일 자투리 시간이 날 때, 자기 전 부드러운 한 줄의 목소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귀를 열고 책을 듣는답니다. 여러분도 한가한 저녁, 귀로 책을 읽으면서 그냥 즐겨 보세요!


ⓒ 사진출처

사진 1. EBS 라디오 공식 홈페이지

사진 2. 문예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사진 3. 출판사 창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