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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4월, 봄과 함께 피어나는 영화가 된 소설들

by KOCCA 2015. 4. 17.

 영화 <마담 보바리> 스틸컷    


최근 9일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마담 보바리>, 올해 봄은 원작소설을 가진 영화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영화와 소설은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요. 글자 그리고 이미지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하지만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개봉한 영화 <화장>과 더불어 영화화된 소설에 대해 알아보고, 왜 소설이 흔히 영화화되는지에 대해 함께 살펴볼까요?



 

사진1. 영화 <마담 보바리> 포스터                             사진2. 영화 <화장> 포스터


문학상을 받았거나,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이 영화화됐다는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안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문학상을 받거나, 흥행함으로써 작품성이나 흥미 요소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대중의 공감을 이끌기에 좀 더 수월한 것입니다하지만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이 마냥 안전한 길, 쉬운 길을 가는 것은 아닙니다. 감독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시간, 공간의 제약이 없던 글자들의 세계를 어떻게 화면에 옮겨놓을 것인가의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독자에게 상상력의 지분을 많이 할애하게 하는 소설과는 다릅니다. 제작비, 제작현장, 배우 등 소설을 실체화시키는 것에 대한 많은 어려움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제각기 상상의 나래로 펼쳤던 소설의 이야기를 또 한 명의 독자인 감독이 어떻게 표현해내는지가 관건입니다여기서 대개 두 가지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원작소설을 그대로 따르거나 혹은 스토리라인이나 소설의 몇몇 구성요소만 빌려온 채 전혀 다른 영화가 됩니다. 무엇이 더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의 방법 다 성공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3. 영화 <마담 보바리> 스틸컷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를 영화화한 영화 <마담 보바리>의 한 장면입니다. 마르탱(파브리스 루치니)이 젬마(젬마 아터튼)에게 <보바리 부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영화에서 원작소설이 직접 등장합니다. 보통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점입니다.

 

이러한 점은 원작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소설에서도 '소설'이 등장하게 됩니다. 보바리라는 인물이 결혼에 대한 환상, 사치, 이상적인 남자 등 허상에 가득 차 있는 소설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바리 부인은 소설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현실에 대입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소설의 주인공 같은 일상을 꿈꿉니다. 그러다보니 허영 가득한 몇 마디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 비극을 맞게 됩니다.

 

영화와 소설의 큰 틀을 가져온 것 같으나 거의 다르다고 봅니다. 마르탱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뤄진 또 다른 세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영화 <마담 보바리>에서 보바리 부인의 이야기는 많이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보바리'라는 인물의 탄생, 영화에서 소설 <보바리 부인>을 만나며 반가움을 느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사진4. 영화 <화장> 스틸컷

 

올해 여든 살의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102번째 영화로 소설 <화장>을 선택했습니다. <화장><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소설로도 유명한 소설가 김훈의 단편소설입니다.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화장>化粧: 화장품 등으로 곱게 꾸밈’, ‘火葬: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 지냄.’의 두 가지의 중의적 의미를 바탕으로 병들어 아파하는 자신의 부인과 매혹적인 젊은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립니다.


사진5. 영화 <화장> 제작보고회, 왼쪽부터 차례대로 배우 안성기, 감독 임권택, 소설가 김훈

 

소설 <화장>은 김훈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마음으로는 가까이 다가가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이성과 감성 사이, 삶과 죽음 사이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의 표정은 결연하면서도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영화 <화장>은 결과적으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순서 혹은 자질구레한 사건이 추가되었을 뿐 소설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좀 더 적극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서로간의 직접적인 교류가 별로 없었던 소설과는 다릅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의 감정에 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사실적이고, 꽤나 더 자극적입니다. 데뷔한 지 각각 52, 58년 된 임권택 감독과 안성기라는 배우의 힘이기도 하며, 시각적 이미지의 힘입니다. 영화속에서 큰 감정 동요는 없지만 어느새 남자의 삶과 감정에 이입하게 됩니다.



영화는 소설이 되기도 하고, 소설은 영화가 되기도 합니다. 이 두 장르는 엄연히 다르지만, 우리에게 새롭거나 혹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책을 읽을 때면 글자 사이사이의 여백에서 오는 쉼을 느껴보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엔 배우의 현실감 넘치는 표정에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입니다. 무엇이 나은지에 대한 답은 내릴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책은 책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우리에게 다른 감정을 선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듣지 못한 이야기가 많고, 세상에는 아직 더 들어야할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중 어느 것 하나에 편중된 것이 아닌, 글자로 읽을 땐 글자로, 이미지로 볼 땐 이미지로 경험하며 이 두 문화장르에 변함없이 관심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사진네이버 영화 <마당 보바리>, <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