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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예능의 감각으로 드라마를 쓰다 - 예능 출신 드라마 작가들의 전성시대

by KOCCA 2015. 4. 9.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 그리고 세번째 시리즈의 제작을 앞둔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 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예능 프로그램 출신 드라마 작가라는 사실입니다. 방송 작가라는 이름 아래에서, 구성 작가와 드라마 작가의 길을 모두 밟은 것인데요. 오늘도 드라마 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예능 출신 드라마 작가들.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까요?





▲ 사진 1. 박혜련 작가가 집필한 SBS <피노키오>



현재 드라마 판을 누비는 작가 중에는 예능 프로그램 구성 작가 출신이 많습니다.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직업에 대한 고찰과 달콤한 로맨스를 적절히 섞은 작품을 여럿 집필한 박혜련 작가. 박 작가가 처음으로 시작한 방송 프로그램은 <장학퀴즈>였고, 그 후 오랜 기간 <논스톱>, <김치 치즈 스마일> 등 시트콤에서 활동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로 엄청난 문화콘텐츠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던 박지은 작가 역시 <사랑과 전쟁>, <멋진 친구들>을 비롯한 예능 구성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었는데요. <뿌리 깊은 나무> 등 사극에서 뼈가 굵은 김영현 작가도 <테마게임>, <사랑의 스튜디오> 등의 구성 작가 활동을 통해 방송 생활의 관록을 붙인 이력이 있습니다. 유행어 제조의 달인이자 로맨틱 코미디의 거대한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홍자매’, 홍정은 · 홍미란 자매 역시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진실게임> 등의 구성 작가 출신입니다.



▲ 사진 2. 박지은 작가 <별에서 온 그대> 등장인물 천송이(전지현 분)



예능 시절의 경험은 이들의 드라마 창작에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 현실에서도 톱스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매력녀 천송이(전지현 분), 중독성 있는 손짓과 명대사를 양산했던 까칠남 ‘주군’ 주중원(소지섭 분). 예능 출신 드라마 작가들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 분명한 캐릭터인데요. 이는 한 편 한 편마다 출연진의 특징을 잡아내 관심을 끄는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가졌던 경험이 크게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기획 단계를 제외하면 현장과 분리되어 작품을 집필 하게 되는 일반 드라마 작가들과 비교하면 예능 출신 드라마 작가들은 현장 중심의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를 바탕으로 배우, 제작 상황에 맞추어 발휘되는 순발력은 그들이 지닌 가장 큰 재능 중 하나인데요. 또한, 현장에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 역시 드라마에 무한한 재미를 부여합니다. 특히, 수많은 에피소드의 보고이자 예능과 드라마의 징검다리가 되는 시트콤에서의 경험은 드라마 집필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지요.





▲ 사진 3. tvN <응답하라 1994> 포스터



통통 튀는 캐릭터와 감칠맛 나는 내용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복고와 사투리 등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소재를 곳곳에 배치하여 대한민국에 다양한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는데요. 10%라는 케이블 채널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던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예능 출신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여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집단 창작'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 사진 4. tvN <응답하라 1997> 포스터



집단 창작은 말 그대로, 1인이나 2인이 아닌 여러 명으로 구성된 한 집단이 다 같이 의논하여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 시트콤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인데요. <응답하라>는 이러한 예능 창작 방식의 틀을 드라마에도 옮겨 놓습니다.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3~5인의 작가들이 예능에서 맞췄던 공동 창작의 호흡을 드라마에서도 발휘한 것입니다.



한 개인이 아닌 다수에게서 나오는 상상력은, 집단적 상상력을 모은 만큼 하나의 방향이 아닌 여러 개의 열린 방향을 두고 출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시청자의 호응도를 바탕으로 결말을 만들어갔던 <응답하라>의 진행 방향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 사진 5. tvN <응답하라 1994> 가이드



<응답하라>에서는 이외에도 여러 '예능적' 특징이 보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 자체로 완결된 에피소드들과 눈을 끄는 아이템들, 그것에 의한 시청자의 즉각적 반응 등이 중요시되는데요. <응답하라> 역시 줄거리의 큰 줄기는 두되, 연쇄적 사건보다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부르는 에피소드들의 배치로 이끌어가는 구성,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아이템 등 시청자의 공감 어린 반응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또한 1인이 고립되어 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 아래 작품을 쓰게 되는 집단 창작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사진 6. 홍정은 · 홍미란 작가 <최고의 사랑>



여러 가지 시도와 함께 자연스레 드라마 판에 녹아든 예능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대체로 통통 튀는 발랄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 많습니다. 이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시청자와의 ‘상호작용’과 ‘웃음’의 코드에서 나오는데요. 가령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의 혁신을 일으켰던 ‘홍자매’의 작품에는 시청자들이 따라 하는 것을 노린 듯한 유행어가 항상 등장합니다. 또한, 이전의 멜로 중심 드라마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웃긴’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오버스럽다가도 한없이 진지해지기도 하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켜 들었다 놨다 하는 그들의 작품들. 웃음과 감동과 설렘, 모든 것을 요구하는 현재의 드라마 판에서, 이를 모두 잡을 준비가 된 예능 출신 작가들이 날이 갈수록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판도가 아닐까요?




    ⓒ 사진 출처

사진 1. SBS <피노키오> 공식 홈페이지

사진 2. SBS <별에서 온 그대> 공식 홈페이지

사진 3. tvN <응답하라 1994> 공식 홈페이지

사진 4. tvN <응답하라 1997> 공식 홈페이지

사진 5. tvN <응답하라 1994> 공식 홈페이지

사진 6. MBC <최고의 사랑>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