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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영화계의 대목, 추석 <2011~2014 추석 개봉 영화를 보다>

by KOCCA 2014. 9. 5.




영화계에서도 추석은 대목입니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찾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개봉일을 정하는 입장에서는 이때 상영하는 영화의 장르, 특성에 따라 흥행 여부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최근 3년(2011~2013년) 간의 추석 개봉 영화를 살펴보고 올해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는 추석에 개봉하는 영화들을 그 해에 흥행한 흥행작들, 온 가족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그리고 기타 장르의 영화로 구분해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추석에 개봉하는 영화를 말할 때 코미디는 빼놓을 수 없는 장르입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는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는 언제나 코미디 영화가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조폭 마누라>(2001), <가문의 영광>(2002), <귀신이 산다>(2004), <웰컴투 동막골>(2005)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의 웃음을 유발하고 결말부에서는 공감을 이끄는 전형적인 한국 코미디 영화의 플롯이 추석 연휴에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6년 추석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680만 명 관객을 동원한 <타짜> 이후, 추석 박스오피스 1위를 코미디 외 장르 영화 순위권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추석 흥행작은 '사극'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적 경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그림1 <가문의 영광4> 포스터           ▶ 그림2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 그림3 <관상> 포스터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두사부일체>와 함께 한국에서 코미디 시리즈로 명맥을 잇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지만, 안타깝게도 2011년에 개봉한 4편 <가문의 영광4-가족의 수난>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흥행에서의 의의를 찾는다면, 개봉 시기를 코미디 영화에 대한 수요가 있는 추석 연휴로 잡아 관객몰이를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2012년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광해군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가들에 의해 다양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었지만 왕 대신 광대를 왕으로 앉힌다는 설정과 이병헌 배우의 뛰어난 연기, 무엇보다 스토리를 통해 전해지는 ‘왕이 된 자의 도리’, 즉 도덕성이라는 메시지가 많은 관객들에게 흥행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2013년에는 계유정난의 뒷이야기에 관상쟁이가 있었다는 설정의 사극 팩션 영화 <관상>이 가장 흥행한 작품이었습니다. 개봉 이전부터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등 쟁쟁한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는 그 관심에 걸맞게 9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특히나 역모를 꾀하는 자로 등장하는 수양대군 역을 연기한 이정재는 이 영화를 통해 톱스타로의 자리를 확실하게 굳히며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올해 역시 이미 천만 관객을 가뿐하게 돌파한 영화 <명량>이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해적>이 장기간 상영하여 추석 박스오피스까지 노리고 있다 하니, 최근 추석 연휴에 사극이 각광받는 것은 이제 하나의 추세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온 국민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내놓아야 하는 명절의 특성과 우리 국민 정서를 고려한 정서와 역사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 <광해> 속 ‘광대’나 <관상>에서의 ‘관상’이라는 색다른 소재의 차용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흥행 측면에서는 다른 장르에 밀렸지만, 코미디 장르는 역시 추석 연휴에 빼놓을 수 없는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입니다. 여전히 추석에 웃음과 감동을 찾는 가족 단위 관객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인지 명절 시즌을 겨냥하여 꾸준히 코미디 요소를 담은 영화가 개봉하고 있습니다.


 

▶ 그림4 <점쟁이들> 포스터                                               ▶ 그림 5 <스파이> 포스터

 

먼저 2012년에는 <점쟁이들>이 개봉하였습니다. 이재훈, 김수로, 강예원 등의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 영화는 마을의 미스터리를 점쟁이들이 풀어나간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귀신이나 점술, 무당 등의 소재는 기존의 음산한 이미지를 탈피하여 코미디 영화에까지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네 마술사라고 할 수 있는 점쟁이와 코미디의 결합은 우리 것을 찾게 되는 추석 연휴에 딱 맞는 조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2013년에는 <스파이>가 있었습니다. <오아시스>(2002)에서 관객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었던 설경구, 문소리가 코믹한 커플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스파이로 활동하던 철수(설경구 분)가 현장에서 아내와 라이언(다니엘 헤니 분)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하고 겪게 되는 에피소들의 흥미진진함과 더불어 결혼생활을 해 나가는 중년층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기혼자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최근의 코미디 영화들이 흥행 면에서 약세에 처해 있습니다. <스파이>의 경우 웰메이드 상업영화라 칭해지며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몰이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추석연휴에는 이렇다 할 코미디 영화는 찾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 코미디 영화의 부진에 대한 해결책은 영화 하나하나의 완성도보다는 한국 코미디 영화 자체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방향을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흥행 영화들은 대부분 12세 관람가 혹은 15세 관람가이기 때문에 추석에 가족단위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가족이 함께 관람하는데 난감할 수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역시 추석 연휴에 많이 개봉하고 있습니다.

 


▶ 그림6 <메리다와 마법의 숲> 미국판 포스터   



▶ 그림7 <수퍼배드2> 한가위 특별 포스터                              ▶ 그림8 <몬스터 대학교> 포스터

 


2012년에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 개봉하였습니다. <라푼젤>, <겨울왕국>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애니메이션에서 공주 혹은 여성은 단순히 왕자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로 등장합니다. 메리다 역시 스코틀랜드의 공주이지만 말을 타고 활 쏘기를 좋아하는 공주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실수로 어머니가 곰으로 변하자 스스로 어머니를 구하러 나섭니다.

 

최근 애니메이션이 공주에게서는 능동적 측면을 조명하기 시작했다면, 애니메이션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악당에게서는 오히려 코믹하고 순진한 이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13년 추석 연휴에 개봉한 <수퍼배드 2>와 <몬스터 대학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2010년 추석 연휴 <수퍼배드> 이후 영화에 등장하는 ‘미니언’ 캐릭터 열풍에 힘입어 <수퍼배드2> 역시 함께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습니다. <수퍼배드>가 소녀들과 생활하는 악당 그루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2013년에 개봉한 속편에서는 거대한 악에 대항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악을 아는 자, 즉 악당이어야 하며 그렇기에 그루의 활약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몬스터 주식회사>의 속편 <몬스터 대학교> 역시 아이들에게 악몽을 선사하는 괴물들의 귀여운 대학생활을 보여주었습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수퍼배드>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타깃으로 제작되었으나 두 영화가 시사하는 메시지는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연휴에는 아이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새로운 감동을 느끼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그림9 <우리 선희> 포스터                                               ▶ 그림10 <컨저링> 포스터  

 

추석 연휴에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집에 홀로 남겨진 이들이 있습니다. 또한,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석 연휴는 취향에 맞는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영화관에서는 해마다 이러한 수요층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다양성 영화, 장르 영화 등의 작품을 준비하여 스크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2010년 <옥희의 영화>를 비롯하여 2011년 <북촌방향>, 2013년에는 <우리 선희>를 연이어 추석 연휴에 개봉하였는데요. 특히 <우리 선희>는 약 6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국내 다양성 영화로는 놀라운 흥행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지질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키워드로 흔히 설명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극영화에 등장하는 희망적이고 이상적인 주인공보다 현실에 가까운 주인공들의 행동이, 추석을 홀로 보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위로를 건네고 공감대를 형성했던 건 아닐까요.

 

9월 중하순에 걸친 추석 연휴에, 아직은 여름을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한 시원한 호러 영화도 간간이 보입니다. 2011년에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가 개봉하였으며, 2013년 <컨저링>은 그 해 개봉한 공포영화 중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공포 영화’라 불리는 이 영화는 관객의 청각 등 심리적인 부분을 잘 이용했다는 평을 받으며, 호평에 힘입어 올해 가을에도 스핀 오프 작인 <에나 벨>의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 그림11, 12 <타짜-신의 손> 포스터



▶ 그림13 <루시> 스틸컷

 

2014년 추석 연휴에도 매해 추석 연휴에 볼 수 있었던 흐름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박스오피스 1위를 노리는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에는 허영만 만화가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타짜: 신의 손>, 조로증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두근두근 내 인생>, 최민식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로 화제가 된 영화 <루시> 등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꿀벌을 소재로 한 <마야>와 이미 인기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아프리카 모험>이 있습니다. 기타 연인들이 즐겨볼 수 있는 <안녕, 헤이즐>, <비긴 어게인>이나 어김없이 등장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자유의 언덕> 등이 추석 연휴 영화 라인업에 있습니다. 다만 코미디 영화의 흥행 약세 때문인지 올해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찾기 힘든 것은 예년과 다른 특이한 점입니다. 


'영화의 답은 언제나 관객이다.' 

2014년 추석 영화의 흐름 역시 장르와 소재를 넘어서, 관객들의 사랑과 지지에 따라 또 하나의 기류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추석 영화의 풍년을 기대해 봅니다.

 

 

◎ 사진 출처

-표지  싸이더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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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CJ 엔터테인먼트

-그림3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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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CJ 엔터테인먼트

-그림6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그림7 UPI 코리아

-그림8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그림9 (주)영화제작 전원사

-그림10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주)

-그림11, 12 싸이더스픽쳐스

-그림13 UPI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