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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색각이상자의 감성을 바탕으로 색채를 바꾸는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

by KOCCA 2014. 8. 26.


        



▲ 사진1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 어플리케이션이 실행된 스마트폰의 모습 

             


우리가 어떤 물체나 정보를 인식할 때 색은 그것을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물체의 형태와 크기를 구별하고 정의하며, 때론 그것들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기억시키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죠. 우리가 어떤 사진을 흑백프린터로 뽑아서 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각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은 우리의 인식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색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명확하게 구별하는 색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합니다. 바로 우리가 색맹이라고 부르는 색각이상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색각이상자들은 정확하게 어떤 사람들인 걸까요? 


우선 우리가 흔히 색맹이라고 부르는 표현은 틀린 표현입니다. 색맹이라는 표현은 색을 아예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하지만, 색각이상자들은 빛을 이루고 있는 삼원색인 적색, 녹색, 청색 중 특정한 색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거나, 제대로 구별하기가 힘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남성 인구의 5%, 여성 인구의 0.4% 정도가 색각이상자로 분류되고 있고, 색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색맹은 인구의 0.003% 전후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색각이상자들은 정상인의 눈으로 쉽게 구별이 가능한 색을 제대로 구별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색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가 가지고 있는 싱그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고,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 역시 제대로 된 색으로 볼 수 없죠.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버스나 지하철 노선에 표시된 노선의 색상 역시 제대로 구별할 수 없을뿐더러, 거리의 신호등과 초록색의 비상구 표시 등 색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적 시설물 역시 제대로 인식할 수 없죠. 자연의 현상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인 만큼 우리 의도대로 바꿀 수 없지만, 우리가 쉽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색상 정보 체계는 일반인들만을 위한 정보가 될 뿐, 오히려 색각이상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점은 분명히 해결되어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색인만큼 일방적으로 색을 바꿀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색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보도 있고, 우리가 색에 대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 역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색각이상자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색각이상자들의 문화콘텐츠 이용 편의성 확대를 위한 지능형 색채 변환 서비스 기술(이하 감성기반 색채변환 서비스)’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카이스트 인문과학융합대학 문화기술대학원의 우성주 교수와 박종욱 교수입니다.




▲ 사진2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우성주 교수와(좌) 박종욱 교수(우) 



◎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이란?

 

우선 색채변환이란 어떤 물체에 대해 우리가 보는 색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가령 노란색을 검은색으로 바꾼다거나 또는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바꾸는 것처럼, 각종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색채를 바꾸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색채변환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해보면 색각이상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색을 다른 색으로 대체하여 그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색채변환 기술은 인간이 느끼는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색을 바꾸기 때문에 그 효과를 제대로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성주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이란 우리가 색을 보면서 일상적으로 쉽게 느끼는 행복, 슬픔, 거북함, 친근함 등과 같은 기본적 감성을 색채변환 기술 개발의 ‘추가적인’ 기준으로 설정하여 개발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색을 볼 때 인지하는 색채들은 색채 자체의 왜곡은 물론, 그 색채들이 구현하는 색채 감성에 의해서도 왜곡이 일어나는데 그러한 왜곡된 반응까지 고려해 색채를 변환하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바로 색채변환이라는 기술에 인간이 색채를 통해 느끼는 ‘감성 반응’까지 결합된 것이죠. 



Q.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A. 우성주 교수: 구체적으로는 색각이상자들처럼 색을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색의 배치일지라도, 색각이상자들의 경우 색을 인지하지 못하는 ‘문화적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문화복지 차원의 접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색채변환 기술이 단순히 색과 색을 구별하는 ‘변별력의 증대’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진행됐고, 이 때문에 메시지와 정보의 일방적 전달만이 전부였습니다. 따라서 메시지와 정보가 제공하는 그 이상의 것, 즉 감성이라는 요소가 반영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감성의 풍요’와 ‘소통의 깊이’를 함께 제공하고자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 사진3 색각이상자들이 보는 무지개(우)와 버스 노선도에 표시되어 있는 버스 종류(좌)의 색 



이러한 색채변환 기술도 색각이상자들이 인식하는 정확한 색을 모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술 개발에 관한 과정을 물어보았습니다.


Q. 색각이상자들이 인지하는 색상 그 자체를 측정해내는 방법은?

A. 우성주 교수: 색각이상자들이 색상을 감지하는 것은 원추세포의 이상 때문입니다. 그래서 색각 이상의 유형과 정도를 측정하는 색각 이상 검사가 제일 먼저 실시됩니다. 색각 이상의 정도를 수치로 표시하고, 색각이상 검사의 정확성과 실제 정도에 따른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죠. 그러나 색상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도 다를뿐더러 각자의 취향이 분명하기 있기 때문에 감성은 수치로 쉽게 변환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감성을 수치화하고 싶지만,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기본적인 유형과 경향을 잡아내는 색채 감성 반응을 조사합니다. 색각정상인과 색각이상자들에게 특정한 색이나 개념을 물어보고 각각 어떤 식으로 느끼는지, 가령 가장 행복한 색을 물을 때 색각정상인과 색각이상자들은 어떤 색을 말하는지 알아보는 겁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색각이상자들이 편안하다고 말하는 색이나 안정감을 준다는 색 등을 수집하고 그 수치를 유형화하여 개발에 참고하는 거죠. 


또한, 이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소의 색변환 기술 개발을 위해 참여한 실험자보다 4배 정도 많은 실험자를 모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실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죠. 


추가로 말씀을 드리면 사실 이러한 조사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대상은 초등학생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처음 겪게 되는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이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조사를 위해 초등학교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생각처럼 호응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어려웠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성주 교수의 말처럼 대부분의 색각이상자는 이미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색들에 습관화되어 있어 색을 제대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인이 감지하는 색채를 일반 사람들이 인식하는 색상처럼 바꾸어 정보를 인식하고,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다 보니 색각 이상으로 인한 불편함을 넘어 이미 그러한 상황에 적응하고 습관화돼버린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자세한 연구를 위해 행복한 색, 친근한 색, 싫어하는 색 등을 알아보는 색채 감성 반응 조사를 다양하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 사진4 색각이상의 유형과 각각의 유형에서 색각이상의 정도를 구분하는 FM100 검사법의 결과지



Q.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은 언제쯤 만나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A. 박종욱 교수: 이 기술은 상업화를 위한 기술은 아닙니다. 즉 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술개발이 아니라는 것이죠. 색각이상자들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진행되는 연구며, 더 나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술입니다.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이 실제로 쓰이게 된다면 우리가 모니터나 TV를 볼 때 밝기와 명암, 색 온도를 조정하거나 시네마 모드, 드라마 모드 같은 다양한 영상 모드로 화면을 보는 것처럼 이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도 간단한 설정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색채변환 모드(가칭)를 설정하고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조정하기만 하면 각자의 감성에 맞는 최적화된 영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즉 디지털 기기에서 구현되는 색채가 제작자와 공급자에 의해 ‘제공’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감성적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변환’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되는 겁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진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은 현재 2차년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색채변환 알고리즘의 기존 기술에 대한 구현은 완료된 상태며, 감성요소를 가중치로 반영한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색각이상자들의 감성 반응을 임상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2014년 12월까지 완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15년 1월쯤 스마트 디바이스에 탑재하여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3개의 특허출원과 1개의 지적재산권을 취득한 상태입니다. 


이 변환 기술은 기술 혁신 차원에서 성과가 미흡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염려하고 숙고해 만들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은 아니어도 사용자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이 기술의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 사진5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에 사용된 색채 감성 심리에 관한 내용이 담긴 논문 


 

◎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기술 


우성주 교수가 저술한 ‘호모 이마고’라는 책에는 ‘형태와 색깔로 이루어진 이미지는 보이는 의미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의미, 즉 상징적이고 은유적 이미지까지 포함한다면 하나의 이미지에 내재된 의미는 무수히 많다고 할 수 있다.’ 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단순한 색채기술을 통한 색의 변환으로는 상징적이고 은유적 이미지 속에 숨겨진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주변에 위치한 색채 간의 조화를 인식하고 느끼는 감정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죠. 이러한 것처럼 ‘감성기반 색채변환 기술’은 단순하게 색을 변환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감성에 기반을 둔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기술 발달에서 감성에 대한 어필이 얼마나 깊이 있게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앞으로 중요한 연구의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앞으로도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 숨겨진 가치까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성기반의 기술들이 나오길 바랍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직접촬영

- 사진1  KAIST 제공

사진2~5 직접촬영


본 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개발실 <CT로 통하는 이야기(https://www.facebook.com/CreativeCT)>에서 발췌했으며 제3기 CT리포터가 작성한 내용입니다. ⓒ CT리포터 박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