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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고스트 메신저>의 스튜디오 애니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자!

by KOCCA 2014. 3. 17.



스튜디오 애니멀의 조경훈 대표와의 또 다른 이야기!

지난 시간은 기대작<고스트 메신저>의 2화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스튜디오 애니멀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 2화 외에 준비하고 있는 것들

 

Q) 조금 전에 살짝 얘기를 듣긴 했는데 지금 극장 개봉 말고도 색다른 방식으로 고스트메신저를 접할 수 있게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A) 지금 <고스트메신저> 소설 <무제경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쓴 지가 꽤 오래되었어요. 1년 반 정도 준비해 왔던 건데요. 월간 <뉴타입> 2월호에도 기본적인 정보가 좀 나오긴 했는데 시점 자체는 1화와 2화 사이 비어 있는 2주 정도에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고, 주인공은 달라요.

  

▲ 사진1 <무제경전> 표지

  

◎ <무제경전>(霧堤鏡傳) 줄거리

 

상우는 거대 무속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다. 세습무이지만 천재적인 신기를 타고난 무당이며 굿을 하기 위한 거대 시스템을 운영하는 거물급 인사이다. 그런데 어느 날 상우에게 귀신에 씐 것 같은 소녀에 대해 축귀(逐鬼; 귀신을 쫒아내는 것)를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게 된다. 상우는 처음에 이것을 사소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소녀를 살펴보니 자신이 그동안 찾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상우는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본격적으로 소녀의 축귀를 맡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사용하던 제구(祭具: 제사할 때 쓰는 도구)가 부서져 버리고 만다. 제구를 다시 구하던 상우는 우연히 꼬마 강림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에서 꼬마 강림을 만나게 되고 소녀의 축귀 과정에 꼬마 강림이 개입하게 되는데….

  

Q) 꼬마 강림이 관여하게 된다면 휴대전화 속에서 팔 재생 중인 강림도 관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겠네요.

 

A) 네 그렇죠. 나중에 연결되는 고리가 있어요. <고스트메신저>라는 애니메이션이 저승사자에 관한 이야기라면 지금 소설은 인간과 귀신에 대한, 세계관은 같지만, 관점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게임은, 똑같이 고스트메신저를 하고 있지만 다른 주인공이 있고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시기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러니까 고스트메신저 애니메이션 줄기에서 또 다른 측면을 다루지만 사실 이것들이 나중에 연결에서 붙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Q) 인간 세계와 영적 세계가 관련된 큰 세계관을 생각하시고 계신가보네요?

 

A) 그렇죠. 저희가 <고스트메신저>를 가지고 아주 많은 것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준비한 것에 비해서 관객에게 보여준 건 아직 1화밖에 없는 거고 그 1화는 저희가 준비했던 고스트메신저의 100분의 1도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답답한 거죠. 1화에서는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던진 것밖에 없지요. 2화에서는 이런 캐릭터들의 관계가 좀 더 심화하고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기 위한 큰 목적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진행이 돼요. 그러기에 1화에 비해서 2화 분량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Q) 그럼 소설이나 게임 말고도 다른 준비 중인 것들은요?

 

A) 이미 피겨 USB 허브나 티셔츠가 출시되었고요. 사실 가내 수공업식으로 이런 상품을 만들어서 의미 있는 돈을 벌기는 어렵지요.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거고요. 다행히 상품 관련한 지원을 받아서 그걸로 평소 못 해왔던 것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는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후 간단한 문구 팬시 제품들은 작게나마 계속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 사진2 고스트메신저 관련 신상품들

 

이때 조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고스트메신저 관련상품들은 스튜디오 애니멀 자체 쇼핑몰인 염라샵(http://www.ghostmessenger.co.kr/shop/)을 통하여 판매가 시작되었으며 2014년 3월 2일 학여울 SETEC에서 열린 '케이크스퀘어' 행사 때 일반에 소개되었습니다.

 

 

◎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Q) 이 작품이 내용이나 소재에서 한국적인 부분을 가지고 작품 스타일이 다른 나라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에 가깝게 만들어진 것 때문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획단계에서는 정작 스타일이 한국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보통 '한국적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과연 이런 게 정말 중요한 건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가져야 할 색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한국 사람이 만들면 한국적이에요. 그런데 <고스트메신저>가 일본에서 나왔던 스타일이나 그림의 요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서 "일본 스타일이다."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저희는 제가 보고 우리가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고 이 정도면 좋다고 생각하는 어떤 지점을 최선을 다해 묘사한 거예요. 그게 약간 일본적인 요소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애니메이션적인 연출, 여러 가지 상황과 같은 것들은 일본 것과 너무나도 달라요. 일본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보면 자기네들 것과 너무 다르다고 싫어해요. 자기들하고는 안 맞는다고 해요. 오히려 우럽 사람들이 일본 것보다는 자기네들 느낌에 더 맞는다는 얘기를 한다고요. 저는 사실 어떤 게 한국적이다 일본적이다 유럽적이다 하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어쨌든 저희는 일본에서 만들어 왔던 감성, 코드 이런 것들을 좀 더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빌려서 쓰는 것뿐이에요. 그렇게 치면 <던전 앤 파이터>, <마비노기>는 일본 스타일의 게임이죠. <마비노기 영웅전>은 미국 스타일의 게임이잖아요. 그렇게 치면 안 그런 게 없어요. 게임 회사도 역시 마찬가지로 자기네들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일본적인 코드를 쓸 수도 있고 미국적인 코드를 쓸 수도 있고 유럽적인 걸 쓸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면서 왜 유독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만 자꾸 이런 잣대를 들이대면서 얘기하느냐는 거죠. 너무너무 웃기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게 쓸데없는 열등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여러 번 실패하고 관객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실망감만 주면서 거꾸로 생긴 열등감의 발로라고 생각하거든요. 괜히 뭔가 새로운 걸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도요. 받아들여야 해요. 솔직해야 한다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즐기는 것들에 대해 솔직해지고 당당하게 내 스타일대로 묘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K팝 스타>에서 출연자들이 R&B 부르잖아요? 왜 국악은 안 불러요?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 미국 스타일이잖아요? 왜 J팝 노래를 불러요? 국악을 불러야지. 우리나라식으로 노래 부르는 방식이 뭔데요? 규정 못 한다고요. 결국 문화라는 건 많은 것들이 섞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장점을 소화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고스트메신저>가 사람들에게 그래도 반응을 줬던 이유 중 하나가 그거라고 생각해요. 일본 애니메이션을 봐 왔던 수많은 사람,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코드에 대해 나름대로 정통한 사람들이 이 작품을 봤을 때 그들의 눈높이와 판단 기준을 <고스트메신저>가 어느 정도 충족해 준다는 거죠. 또 그렇게 충족시켜주는 한편 새로운 우리의 내용과 연출 같은 것을 그게 좋든 나쁘든 간에 같이 던졌다는 것. 그게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다시 <K팝 스타>예를 들면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넌 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부르나? 완벽하게 의미를 이해하고 그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 아닌 것 같다. 기교는 잘 부리지만 그게 아니니까 사람들이 감동을 못 받는다."라고 얘기하잖아요? 사실 애니메이션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스타일이건 간에 그 진정성을 이해하고 진정성을 갖고 자기의 새로운 것들을 더해서 관객들한테 어떤 식으로 던지느냐, 얼마나 자유자재로 그 코드를 갖고 노느냐 이게 핵심이라는 거죠. 일본 스타일이든 미국 스타일이든 절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것들을 제대로 재현하는 순간 상업성이 보장돼요. <쉬리>가 왜 성공했는데요? 구조적으로 봤을 때는 할리우드 영화예요. 되게 어설픈 할리우드 영화. 하지만 그 안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한국적인 요소들을 섞어서 던진 거예요. 그건 할리우드가 절대 던질 수 없는 거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반응한 거예요. 퀄리티가 할리우드 영화의 100분의 1도 안 됨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이게 바로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게 한국적이냐? 지금 이 상태. 우리가 평소에 보고 즐기고 익숙해지고 한 것들이 이미 한국 문화예요. 괜히 그것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금기시할 필요 없고 과도하게 앞뒤 안 가리고 흠모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Q) 특히나 상대가 일본이라서 더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A) 그렇죠. 우리나라 오타쿠들은 이중적인 형태로 콘텐츠를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반일 정서와 일본 작품에 대한 존경심이 같이 섞여 있다고요. 작품 자체는 좋아하지만, 작품 속에서 약간만 극우적인 게 나오면 난리가 나잖아요? 사실 그게 정말 잘못된 거거든요. 물론 그런 반응을 하는 건 맞아요. 그렇긴 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오타쿠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던졌을 때 만드는 이의 반응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저 옆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것들을 멀리서 쳐다보면서 그쪽에서 바라봐주지도 않는데 손뼉을 쳐 주는 꼴이라고요. 이게 오랜 시간 동안 하다 보면 되게 허망하거든요. 그래서 욕을 하면 제작사가 반응할 수도 있고, 작품에 대해 열광했을 때 이런저런 서비스를 더 해 줄 수도 있고, 이런 연결고리를 가지고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게 중고생 시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30대, 40대 넘어서 해도 떳떳할 수 있는 환경. 그런 걸 만들어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고스트메신저>를 만드는 이유가 어떻게 보면 그런 의미도 크다는 거죠.

 

Q) 그게 저 자신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두고 좋아하는 이유와 많이 맞닿아 있어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외국 작품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때가 있어요.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이나 습관, 배경 같은 거요. 그런 걸 볼 때마다 굉장히 친근하고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디 멀리 동떨어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삶의 모습이라는 걸 보게 되어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게다가 그 작품에 대한 반응을 인터넷에 올리면,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제작진이 그걸 보고 답변을 해 준다든지 따로 연락해 주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를 몇 번 겪다 보니 한국 애니메이션은 내가 작품을 보면서 반응을 하면 이걸 봐 주고 반응해 주실 수 있는 분들께서 만드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바로 지금처럼요.

 

A) 그게 바로 소통이고 콘텐츠가 대중하고 더 가까이, 같이 호흡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이 대중과 호흡을 잘 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나름대로 그냥 존재하고 대중은 대중대로 따로 존재하는 거예요. 그나마 <뽀롱뽀롱 뽀로로>나 <로보카 폴리> 같은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유아와 학부모를 상대로 그런 호흡에 성공한 거죠. 문제는 그게 하나의 대세가 되어 버렸던 거고, 투자자들이나 모든 사람이 이제 다 거기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더 어두워지는 것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는 암흑기가 찾아오게 된 거죠. 그게 앞선 5년간 벌어진 일이에요. 그러는 동안 지금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이 포화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이 시장에서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지요. 그래서 이제 와서 안 되니까 "아! 초등학생 시장이 된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서 이제 정부에서도 가족용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을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점점 상황이 변해 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최소한의 판단력과 개인의 취향 같은 것들이 형성된 초등학교 고학년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관객과의 접점을 갖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고객과의 반응과 호흡할 수 있는 경험과 힘이 대단히 많이 필요하다는 거거든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업 자체가 일의 성격상 파고들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뭔가 기획 단계나 그 외 여러 가지 단계에서 고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구조를 만들고 경험이 쌓여야만 이게 실제로 관객에게 던져졌을 때 올곧게 재미에 대한 원하는 지점을 찾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츤데레(ツンデレ)라는 캐릭터 성격이 있어요. 겉보기엔 새침하고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좋아하는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성격을 말하는 건데요. 이런 유형이 가진 여러 요건이 있어요. 그래서 그걸 충족해야 "아 얘가 츤데레 캐릭터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되는데요. 어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츤데레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정작 자기들이 츤데레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관객에게 던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관객 입장에서는 보면서 좀 이상할 거예요. 자기가 다른 작품에서 봐 왔던 것들을 뭔가 흉내 낸 것 같은데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오히려 관객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제작사가 이해하고 거기에다 뭔가 새로운 걸 더해서 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뭔가를 던져 줘야만 반응하는데 관객의 눈높이와 생각의 흐름을 제작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이걸 넘어서야 해요. 퀄리티는 제 생각에 지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돈이 많아서 퀄리티를 높이면 좋겠지만, 예산이 적더라도 관객이 갖고 있는 코드를 넘어서는 그런 걸 하나씩 제공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앞으로 10대 이상 대상의 작품을 만들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거라는 거죠. 심지어 애니메이션으로 막장드라마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저는 되게 재밌을 것 같거든요. 뭐 막장드라마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예를 들면 막장드라마의 복수나 배다른 자식 같은 코드를 갖고 와서 캐릭터는 동물과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되게 웃긴 게 나올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같은 거죠. 관객이 알고 있는 대중문화의 일반적인 클리셰를 애니메이션에 완벽하게 녹여서 대중에게 새로운 지점을 팍팍 찔러 주는 것들. 이런 것들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콘셉트 단계부터 시나리오, 연출 이런 단계까지. 저는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제작 능력은 꽤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완전 초고퀄리티를 하려고 하면 좀 부족하긴 한데 일반적인 수준의 어떤 시리즈물을 만드는 데 있어 우리나라는 굉장히 잘해요. 그래서 차라리 이런 엽기적인 기획, 재미있는 기획을 가지고 시장을 하나씩 열어 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놓지마 정신줄>이 어떻게 보면 하나의 시작점인 거죠.

 

 ▲ 사진3 <놓지마 정신줄> 로고


▲ 사진4 <놓지마 정신줄>의 한 장면

 

◎ 놓지마 정신줄

 

Q)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고, 스튜디오 애니멀에서 제작한 <놓지마 정신줄> 애니메이션이 얼마 전부터 KBS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50분에 방영을 시작했잖아요? 이것도 아까 말씀해 주신 '익히 알려진 코드를 가지고 새롭게 변형해서 만드는 것'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나요?

 

A) 그렇죠. <놓지마 정신줄>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코드가 굉장히 풍부한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스펙트럼이 정말 넓어요. 그래서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되게 만화적인데도 현실적인 요소들이 녹아 있고요. 우리가 사는 사회 뿐만이 아니라 기존 문화콘텐츠의 패러디적인 요소가 그대로가 아니라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의 방식대로 다 녹아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 캐릭터들이 움직였을 때 더 재미있을 만한 요소가 원작 웹툰 속에 많았기 때문에 저는 이 작품을 한 10화까지인가 15화까지인가 보고 바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원작자에게 달려간 거예요. 다만 좀 거칠긴 해요. 그리고 좀 취향을 타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호불호가 갈리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열광적으로 좋아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제작을 진행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것도 투자가 안 되어서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었어요. 그러다 마지막에 CJ E&M에서 용기 있게 투자를 해 줬고, 거기다가 작품의 기본적인 톤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법대로 하게끔 해 줬어요. 저희가 <놓지마 정신줄>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기본이 그거였거든요. "원작을 중심으로 간다. 절대 원작을 다른 방향으로 꼬아서 이상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 대신 작품에 살을 더 붙여서 좀 더 애니메이션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요소를 찾는다." CJ가 그래도 심의는 신경 써 달라고 주문하긴 했어요. 예를 들면 정신이가 엄마한테 두들겨 맞아서 이빨이 다 빠지고 하는 장면이나 두부 사러 갔는데 담배를 사고 이런 건 못 하는 거죠. 그 대산 대란 재밌는 코드를 채워 넣었는데 어떤 분이 보시기엔 좀 유치할 수도 있어요. 사실 이 작품의 주 대상은 초등학교 저학년생부터 중학생 까지거든요. 이들에게는 그 정도 수위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진행하고 있고, 또 그들이 봤을 때 이해가 안 될 불친절한 요소를 많이 뺐어요. 나중에 그런 걸 좀 더 블랙코미디 식으로 연령대를 높게 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좀 더 친절하게 그리고 심의상 문제가 덜 되도록 만들고 있는 거죠

 

Q) 그럼 <놓지마 정신줄>의 진면모를 보려면 세월이 좀 지나야겠네요. 7회에서 8회 정도?

 

A) <놓지마 정신줄>이 재미있는 게 뭐냐면 이게 옴니버스 스타일의 작품이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캐릭터들이 쌓여 나간다는 거예요. 이게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거든요. 이 작품이 굉장히 캐릭터성이 강해요. 원작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내용 자체는 가끔 좀 재미없을지 몰라도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는 천재에 가까워요. 제가 봤을 때는요. 굉장히 개성 있는 캐릭터를 쉽게 만들어내는데, 그게 에피소드 하나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에피소드가 하나씩 진행되어 가면서 완성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에피소드 각각은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재미없는 것도 있고 왔다 갔다 할 텐데 최소한 캐릭터성은 계속 쌓아 나가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고 보는 관객은 점점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런 애니메이션이 될 거예요. 그리고 수위는 나중에 가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이걸 KBS에서 방영하게 되었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사실 KBS 프로듀서분들도 고민 끝에 결정한 거예요. "이 작품을 선정한 것 자체가 KBS로서는 큰 성취다." 라면서요.

 

▲ 사진5 <놓지마 정신줄>의 한 장면


Q) 솔직히 이런 종류의 작품은 지상파 방송국 중에서는 SBS에서 많이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KBS에서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A) 시간대도 또 나쁘지 않아요. 토요일 오전. 이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성과가 좋고 이슈가 되면 앞으로 이것보다 더 센 걸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예요. 사실 <와라! 편의점>과 <안녕 자두야>가 있었기 때문에 <놓지마 정신줄>이 가능한 거였거든요. 특히 <안녕 자두야> 같은 경우 어린이용인데도 수위가 높죠. 시즌1에서 못 했던 것들을 시즌2에서 한다고요. 그렇게 만들어 놓아서 사람들 반응이 좋으니까 또 다음에 저런 걸 할 수 있고. 사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놓지마 정신줄>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중에 좀 더 성인 취향, 가족 취향의 작품을 <고스트메신저>와는 다른 스펙트럼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분위기를 봐서는 시즌 2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시즌 2에서는 예를 들면 밸런타인데이 때 <에반게리온>처럼 도시에서 차원의 벽이 열리고 커플 괴수가 '사도'처럼 등장하는데 정신과 친구 대덕후가 괴수하고 같이 싸워요. 괴수가 솔로들을 없애려고 공격을 하면 정신이가 "미연시의 벽!" 하면서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이 나오는 스크린을 쫙 펼쳐서 방어하고…. 그런 걸 지상파에서 할 수 있다니깐요.

 

Q) SBS라면 이해가 되는데 KBS에서 한다면 좀…. KBS는 애니메이션 심의가 센 편으로 알고 있어서요.

 

A) 그래서 <놓지마 정신줄>이 12세 관람가로 나오잖아요. 그걸로 많은 부분이 해결된 거예요. 1화 진행을 했는데 리테이크(다시 제작하는 것)가 하나도 없던데요. 그나마 '주의사항'이라고 해서 "남매의 폭력장면이 과도한 것 같으니 다음부터는 자제 바랍니다." 하는 정도….

 

Q) 또 한 가지 다행인 건 보통 지상파 애니메이션들 방영시간이 접근성이 안 좋은데 <놓지마 정신줄>은 시간대가 괜찮더라고요. 물론 저 같은 올빼미족한텐 좀 어렵겠지만 그래도 의지를 갖추고 일찍 일어나면 볼 수 있는 날이니까요. 1화 시청률은 0.9%가 나왔더라고요.

 

A) KBS에서도 다시보기 서비스 같은 데이터를 보면서 폭발력을 직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대상연령이 높은 다른 프로젝트도 KBS에서 방영하기가 수월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Q) 제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나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한국 애니메이션 관련 논의가 나오면 업계, 학계, 예술계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정작 저 같은 관객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어서 의아했었어요. 과연 한국애니에 있어서 관객이란 게 무슨 의미지 하고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한국 애니메이션 관련한 역사책을 봐도 관객 얘기는 거의 없어요.

 

A) 소비자가 왕이에요. 왕.

 

Q) 사실 어떻게 보면 저희(관객)도 잘못한 게 있어요.

 

A) 잘못한 거 없어요. 해 준 게 없으니까, 재미가 없으니까 반응 안 하는 거죠. 그건 되게 명확한 거예요. 그런데 이제 환경이 열악하게 변해서 재미있는 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못 받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결국 좋은 작품은 관객이 어떡해서든 알아줄 거로 생각해요.


◎ 출처

-사진 1 시드노벨

-사진 2 직접촬영

-사진 3,4,5 스튜디오 애니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