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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2화는 극장에서 만나자! <고스트메신저>

by KOCCA 2014. 3. 12.

▲ 사진1 <고스트메신저> 포스터


이번에는 저희 상상발전소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저번 2월로 저희 상상발전소 기자단 4기의 임기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물론 계속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활동할 수 있지만요. 아무튼, 늘 저희의 부족한 기사를 찾아 주시는 여러분이 있었기에 저희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한 편의 기사를 써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그동안 저희 블로그, 특히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부문의 기사를 유심히 지켜봐 오셨던 분이 계신다면 작년 7월에 올라온 "<고스트메신저> 전시회에 가다" (http://koreancontent.kr/1620) 라는 기사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인 <고스트메신저>에 관한 기사인데요. 만약 이 작품에 관해 들어 보신 분이라면 여기까지 보시고 나서 '그럼 2화는 언제 나오지…' 하고 생각하실 줄로 압니다. 저도 그러니깐요.

 

네, 그렇습니다. 이제 정말로 곧 2화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1화와는 다른 방식으로요. 바로 원래 OVA로 제작된 이 작품의 1화와 2화를 합쳐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고스트메신저> 2화가 거의 완성되었고 이제 곧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작사 스튜디오 애니멀의 조경훈 대표님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고스트메신저>에 관한 소개는 이미 위에 링크한 전시회 관련 기사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때 작품의 줄거리에 관한 소개는 하지 않았었죠?

 

 

▲ 사진2 강림(왼쪽)과 꼬마 강림(오른쪽)


◎ 1화+2화 줄거리

 

'고스트메신저(Ghost Messenger)'는 윤회의 흐름을 거스르고 개인적인 미련이나 원한 때문에 죽음 이후에도 현상계에 남아 악령화된 영혼을 포획하여 다시 명계(冥界)로 데려가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고스트메신저인 '강림'은 현상계의 서울에서 어떤 악령과 전투를 벌이던 중 실수로 자신의 소울폰(영혼 포획에 사용되는 휴대전화 형태의 무기)에 갇혀버리고 만다. 한편 서울에는 어렸을 적부터 영혼을 볼 수 있는 소년 '강림'(이하 꼬마 강림)이 있다. 우연히 어떤 휴대전화를 손에 넣게 된 꼬마 강림은 바로 그 휴대전화 속에 고스트메신저 강림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치기 어린 마음에 소울폰을 가지고 장난을 하던 꼬마 강림은 일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강림도령을 소울폰 밖으로 꺼내준다. 죽은 자를 명계로 데려가는 고스트메신저 강림과, 인간 꼬마 강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이 둘은 현실과 영혼의 세계를 넘나들며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데 한편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과연 강림과 꼬마 강림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조경훈 대표님과의 인터뷰

 

  

◎ <고스트메신저>의 탄생

 

Q) <고스트메신저>가 저승사자, 명계시왕, 윤회 등의 전통적인 죽음관과 강림차사본풀, 이공본풀이 같은 우리 옛 설화에 휴대전화라는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한 참신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런 소재의 접목을 생각하게 되었나요?

 

A) 옛날에 게임 <군주온라인>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의 작업을 할 때였어요. 투자자들을 만나서 투자 유치(피칭)를 할 때 "상품화할 수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 거예요. 왜냐면 이게 전통 세계관 기반의 판타지 대하 서사 액션 모험물이거든요. 제 생각엔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재미가 있는 작품인데 이걸 그대로 기획해서 여러 분들한테 이야기해 보니까 "완구든 뭐든 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군주>의 콘셉트에 메카닉을 붙일 수도 없고, 활이나 칼 같은 무기를 넣기도 어렵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나왔던 아이디어 중 하나가, 현대에 사는 초등학생 주인공이 과거로 가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현대인이 과거로 가게 되었을 때 가져갈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뭘까 상각해 보니까 휴대전화였던 거예요.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니까. 그러면 휴대전화가 그 세계에서 하나의 마법 같은 형태로 기능하면서, 이를테면 싸우거나 변신하거나 할 때 휴대전화를 매개로 할 수 있는 그런 방식들이 있지 않나 하는 고민을 잠깐 했었어요. 그래서 당시의 <군주> 기획안에 휴대폰이라는 요소를 접목해서 스토리텔링이나 이미지 같은 걸 좀 개발했었는데 이게 너무 억지인 거예요. 그래서 그냥 접었죠. 그 이후 저희가 다른 모바일 게임을 만들 때 만든 기획안 중 하나가, 신내림을 받는데 그게 사람이 귀신에 씌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가 귀신에 씐다는 세계관이었어요. 그래서 귀신이 일종의 소프트웨어처럼 휴대전화 안에 들어와서 운영체제로 작동하고 주인공이 우연히 휴대전화에 씐 귀신과 같이 살아가면서 귀신을 휴대전화 안에서 키우고, 또 이런 비슷한 신내림을 받은 것들이 있어서 그들과 싸우고. 마치 <유희왕> 같은데 카드가 아니라 휴대전화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싸우는 모바일 게임 하나를 기획했었어요. 그런데 이걸 구현하려면 아주 큰 규모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어요. 지금이야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잘 되어 있고 블루투스 같은 근거리 통신도 잘 되어 있죠.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구조의 게임을 만들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서 만들 수는 있어도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그냥 접어놨었던 거예요.

 

그렇게 결국 <군주>의 TV 시리즈에 대한 투자가 완전히 사라지고 더는 작품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어요. 3년 넘게 준비했던 게 엎어지면서 내부적으로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손실이 컸어요.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이제 뭘 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가 뭐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신규 프로젝트로 뭘 기획할까 하다가 우연히 옛날에 만들었던 그 모바일 게임 기획서를 열어보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걸 혼자서 가만히 보면서 갑자기 뭔가 하나가 팍 떠오르더라고요. 그게 바로 '저승'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저승과 관련된 사이트를 찾아보니까 콘텐츠진흥원에서 만든 문화원형에 관한 사이트(http://www.culturecontent.com/)가 나오더라고요. 가보니까 자세하진 않은데 뭐라도 단서가 있으니까 그걸 보면서 뭔가 하나둘씩 연결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거기에 덧붙여서 우리 전통의 저승 관련한 설화나 저승사자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도 찾아보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캐릭터와 세계관, 기본적인 이야기의 큰 틀이 담긴 A4용지 5장짜리의 <고스트메신저> 초기 기획서를 하루 만에 다 썼어요. 뭐 그게 사실 어렵진 않죠. 이미 여러 고민이 겹쳐 있던 상황에서 정리를 한 거니깐요. 그리고 기획서를 쓰면서 앞서 <군주>의 사례를 참고해서 이번에는 좀 더 애니메이션과 관련 상품과의 연결을 유기적으로 하기로 했어요. 이게 애니메이션이 원작이긴 하지만 나중에 게임이나 여러 가지 부가 콘텐츠로 제작될 때 확장성이 좋은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캐릭터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거죠. 제가 처음에 정리했을 때는 일본 점프 계열의 소년 배틀물 만화 같은 성향이 훨씬 진했어요. 그걸 지금 <고스트메신저>의 감독을 맡고 계신 구봉회 감독님에게 보여드리고 같이 해보자고 했어요. 구 감독님도 고민 끝에 그 안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또 감독님 자신이 이전부터 생각했던 여러 주제의식이나 표현, 스토리텔링을 기획서 안에 있던 기본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안에 녹여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시게 된 거였고, 그걸 중심으로 이제 <고스트메신저> 파일럿 영상 작업이 시작된 거죠.

 

Q) 그럼 그 파일럿 영상이 만들어진 건 언제였나요?

 

A) 그게 2007년이요!

 

Q) 저는 2009년에 그 영상을 처음 봤습니다. <고스트메신저>가 그 무렵에 많이 알려지기 시작해서 저도 그 때 나온 건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더 이전에 나왔던 거네요.

 

A) 네. 완성해서 경기콘텐츠진흥원 사이트(舊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http://www.gcon.or.kr/)에 올렸던 건 2008년 즈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파일럿을 만들었는데, <군주> 만들 때부터도 들었던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일본 스타일이다.", "작품이 너무 어둡다.", "대상연령이 높다."는 거예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실제로 구봉회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영역은 또 다른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저희가 하던 것처럼 대상연령이 높고 다소 어두운 작품이 완성된 거예요. 그런데 사실 저도 그 자체가 아주 좋아서 이걸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데, 제가 원하는 것도 사실 그런 스타일인데 이걸 들고 나가면 투자자들이 또 똑같은 얘길 할 거라는 거죠. 그래서 구 감독님에게

 

"이걸 가지고 나가면 또 비슷한 얘기를 들을 것 같아요. 여기에 맞춰서 뭔가 시장(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에서 요구하는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그런 식으로 좀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대상연령을 어린이로 하고, 화풍(그림체)을 약간 만화체로, 카툰네트워크 스타일로 뭐 이런 식이면 어떨까요?"

 

"음…."

 

이런 논의를 했었죠. 그래서 구 감독님은 어쩔 수 없이 스태프들에게 그런 작업을 시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기간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 <고스트메신저>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거죠. 그게 2008년이었을 거예요.

   

▲ 사진3 <고스트메신저>의 한 장면


 

◎ 불현듯 나타난 팬들, 그리고 생겨나는 용기

  

Q) 저는 <고스트메신저>가 디시인사이드 애니-한국 갤러리에서 2008년 말~2009년 초 무렵에 처음 알려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2011 애니메이션 산업백서>에 실린 관련 일화를 보니까 그곳과는 별개로 이 작품을 알고 스튜디오에 찾아오신 분이 계셨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A) 네. 임○○○○ 라는 사이트인데 거기 계시는 분들께서 캐릭터페어 홈페이지(http://www.characterfair.kr/)에 올라온 이미지라든지, 경기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파일럿 영상 같은 걸 보고 "이게 뭐냐? 한국 거냐?", "어디서 만든 거냐?", "우리나라에 이런 작품이 있었나?" 이러면서 인터넷상에 부분적으로 노출된 세계관이나 캐릭터, 파일럿 영상만 가지고 커뮤니티 상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었던 거예요. 저희는 그걸 전혀 몰랐고요. 어느 날 스튜디오에 전화가 왔는데 자기들이 고스트메신저 팬이라고 하는 소리를 전화로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소리야 싶었어요. 그렇게 자기들이 스튜디오를 찾아오고 싶다고 해서 그때 스물 몇 명 정도가 오셨어요. 그 분들과 얘기했는데 저희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이 작품이 아주 좋다.", "이대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거 언제 나오나? 나오면 사겠다." 라고요. 그 이전부터 <메디컬 아일랜드>, <지구방위고등학교>, <군주> 같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희가 단 한 번도 제대로 투자받고 제대로 만들어서 관객들과 소통해 본 적이 없거든요. 투자를 받은 적이 없으니 평가도 받아보지 못하고. 그런데 그때 자기네들이 원하는 게 이런 것이다. 너희가 원하는 것과 같으니 너희가 원하는 그대로 꼭 만들어 달라고 하는 주문을 팬을 자처하시는 분들에게서 직접 들은 거죠. 물론 그게 스물 몇 명밖에는 안 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어요.

 

사실 그 당시 저희가 스페인에 있는 한 제작사와 <고스트메신저>를 39부작 TV 애니메이션으로 공동제작하는 것과 관련해서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현금으로 오가는 돈만 15억 원 정도가 될 정도로 큰 계약이었는데 그 회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고스트메신저>는 우리나라의 세계관과 우리나라의 배경과 우리나라의 설화를 가지고, 작품 속 모든 것들이 한국 중심으로 설계된 작품이고 그렇게 진행하려고 하는데 그쪽에서는 자꾸 그걸 깨려고 하는 거예요. 그네들 입장에서는 당연하죠. "너무 한국적이면 좀 그렇다. 배경을 알 수 없는 도시로 하자.", "주인공의 국적도 더 다양하게 배치하자.", "저승 같은 세계관은 너무 어려우니 좀 더 단순화시키자.", "로봇이 나오면 우리는 무조건 트랜스포머로 이해하기 때문에 로봇은 안 좋다." 라고 하면서 자꾸 우리의 콘텐츠를 자기네들 잣대로 재단하고 뭔가 바꾸려는 의도를 강하게 느꼈어요. 내부적으로도 거기에 최대한 대응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고스트메신저가 고스트메신저가 아니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였죠.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걸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팬들이 온 거예요.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고민했죠. 그 일은 과연 우리가 하려고 하는 지점, 애니메이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사건이었고, 결국 저희는 거기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 거예요. 결론은 그거죠. "우리가 보고 맞는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보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지고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들고, 그걸로 공감하는 관객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거요. 소비자가 직접 저희를 찾아와서 우린 이런 걸 보고 싶다, 이대로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하는데 15억이 다 뭐예요? 그걸 받는 순간 우리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고 뭔가 안 맞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말 거라는 게 너무나 뻔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힘들더라도 이 작품을 올곧게 바라보는 이 사람들을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고스트메신저>를 OVA 형태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거죠. 아마 시작할 때 제가 구봉회 감독님에게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우리가 이런 결정을 한 순간 스튜디오 애니멀은 최소 5년에서 7년 정도는 엄청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로서도 각오하고 있고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진행해 봅시다."라고요. 그래서 고스트메신저 OVA를 진행하게 된 거죠.

 

※ 기자주: OVA란 순수 비디오 애니메이션이라는 뜻의 Original Video Animation의 약어로, TV방영이나 극장 상영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비디오나 DVD, 블루레이 등으로 출시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뜻입니다.

 

인터뷰 후에 따로 진행한 기자의 조사와 다른 이의 증언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 애니메이션-한국 갤러리에 <고스트메신저>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08년 10월 13일이었으며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서 만든, 고스트메신저를 포함한 신작 한국 애니메이션 관련한 자료가 루리웹에 퍼지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조경훈 대표님이 언급하신 커뮤니티에서 스튜디오 애니멀을 방문한 것은 2009년 2월 28일이었습니다. 

  

▲ 사진4 <고스트메신저>의 한 장면



◎ 왜 제작이 자꾸 늦어지는가?

 

Q) 지원사업이나 투자를 받고 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으셨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사실 <군주> 때부터 있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고스트메신저> 가지고도 초기 기획부터 해서 작품 제작을 진행하는 과정 중간에 많은 지원사업이나 투자자에 제안을 넣었거든요. 하지만 당연히 대부분 안 되었어요. 아예 답변조차 없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투자를 받으러 갔다가 "이런 거 왜 합니까? 제발 이런 것 좀 하지 마세요. 당신을 위해서 진정으로 조언을 드립니다." 이런 말까지도 들었어요. 마지막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진행했던 '애니 버라이어티 사업'에 선정되었는데, 그 사업이 되게 특수했던 사업이었죠. 좀 비주류나 특수한 장르 이런 것들을 지원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고스트메신저>, <라바>, <아기종벌레 포포>가 된 거 아니에요? 아무튼, 우여곡절이 많았죠. 지금도 힘들고. (웃음)

 

Q) 현재는 1화가 나온 뒤 3년이 지났는데 아직 2화는 나오지 않았어요. 1화가 나올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이 기대도 하시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하셨었는데 지금은 2화가 계속 안 나오고 있으니까 <고스트메신저> 얘기가 나오면 대부분 안 좋은 말씀부터 먼저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모두 왜 2화 제작이 오래 걸리는지 궁금해하는데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A) <고스트메신저>가 제작비가 좀 많이 들어요. 저는 지금 진행하는 퀄리티 기준이 준 극장판에 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반적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는 작품을 만들려면 한 20~30억 원 정도가 들어요. 제 생각엔 <고스트메신저>의 제작비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화와 2화를 합친 78분 분량이 11억 원이에요. 1화가 한 5억 원 들었다면 2화는 6억 원 정도 든 거죠. 사실 6억 원이라는 돈이 투자 없이 진행하기에는 쉬운 돈이 아니에요. 회사 대표이자 프로듀서로서의 제 임무는 필요한 제작비를 최대한 확보하고 내부적으로는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끔 해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정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계속 투자자나 지원사업에다 계속 투자 유치를 하고 기회를 만들어 나가려고 하지만 그게 계속 안 되었던 거고요. 그래서 결국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외주를 하는 거예요. 외주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면 2~3천만 원 정도의 돈이 남는다고요. 그 돈을 조금씩 모아 놨다가 "자! 우리가 이제는 외주작업을 하지 않고 고스트메신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고스트메신저 작업을 합시다." (웃음) 그렇게 하고 또 외주를 해서 돈을 모으고 그다음 고스트메신저 작업을 하고…. 결국 이런 게 반복되는 거예요. 그렇게 6억에서 7억 정도 되는 돈을 외주 이윤을 통해 마련하고 그걸 통해서 작업을 진행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던 거죠. 사실 저는 3년이라는 기간에 6~7억 원을 만들어서 이걸 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와중에 대표 이사진과 회사가 빚을 져 가면서 한 것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벌어서 진행했던 거죠. 그 과정에서 내부의 스태프들도 사실상 많이 희생하게 될 수밖에 없었고요.

 

Q) 말하자면 원래부터 생각하고 계셨던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었고, 투자가 없다 보니까 계속 제작비를 벌어서 만들고 벌어서 만들고 그러다 보니까 제작기간이 계속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군요?

 

A) 그렇죠. 객관적으로는 그런 상황이면 안 만들죠. 그런데 저희에게는 이 작품이 의미가 컸어요. 지금 팬들이 기다리시다 지쳐 안 좋은 얘기를 하기도 하고, 과거에 비해 뜨거움이 덜한 것에 대해서는 보면서도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욕을 하시더라도 나중에 저희가 만든 걸 보시고 다시 한 번 좋아해 주실 분들도 계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고스트메신저>라는 작품이 그냥 작품 하나로 끝난다기보다 저희 회사의 하나의 브랜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시장의 변화를 만드는 하나의 중요한 초석이 될 거로 생각하고요. 그때 그 브랜드가 저희 회사에게 큰 혜택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뭐 하면서 욕은 먹을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생각해 봐도 그렇거든요. 우스갯소리로 "고스트메신저 시즌1을 다 보려면 80세가 되겠네." 이런 말들이요. (웃음) 그런데 저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빨리 고객이 자기가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계속해서 서비스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저희 회사가 그런 서비스의 중심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나씩 해 나가는 것. <고스트메신저>라는 작품이 갖는 내적, 외적 의미는 그냥 작품 내부적인 재미 이런 걸 떠나서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Q) 뭔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그런 생각도 하시고 계신 건가요?

 

A) 저희가 <고스트메신저>를 통해서 시스템을 만들고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하나의 계기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계기라는 건 오로지 작품밖에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그거예요. 어디서 뭐 이런 작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아무 소용 없어요. 나와야 해요. 그것도 제대로 만들어서 나와야 한다고요. 그런 작품들이 모여서 단계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통해서 시스템이라고 불릴 만한 게 생겨나겠지요.

 

 

▲ 사진5 <고스트메신저>의 한 장면

 

◎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Q)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러면 지금 상황은 앞으로 3화가 나오기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A) 문제가 있죠. (웃음) 뭐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지금은 2화를 출시하면서 극장 개봉도 하고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다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다음 거기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제 생각에는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지금처럼 돈을 벌어 가면서 만드는 건 저희도 힘들고 팬들도 힘들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다시 한 번 하게 될 것 같아요.

 

Q) 그러면 어떡할지 결정하는 것은 1+2화가 나온 뒤 반응을 보고 결정하시겠네요.

 

A) 극장에서의 관객은 국내 스크린 환경상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하나의 홍보 차원이라고 생각해요. DVD만 가지고는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접근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고 여러 다른 매체에 서비스하기에도 카테고리가 없어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요. 그리고 1화와 2화가 하나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정리되면 해외 수출도 어느 정도 가능하거든요. 30분짜리 하나 있는 것하곤 이야기가 다르니깐요. 그런 종합적인 형태들에 대한 걱정을 다 해 보고 거기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면 그걸로 투자를 요청할 수 있고, 만약 돈을 좀 괜찮게 벌면 그걸로 다음 과정을 더 빨리 밟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그 부분에 있어 좀 더 영리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하고 있죠. 그래서 지금 소설과 게임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이제 고스트메신저라는 세계관과 캐릭터를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해 볼 예정이고 어쨌든 애니메이션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좀 더 빠르게 고객에게 서비스할 수 있겠느냐는 부분을 정리해보려고 하고 있죠.

 

Q) 1화 때는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애니메이션 관련 게시판에서도 광고를 볼 수 있었어요. 물론 <고스트메신저>가 마니아만을 대상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당시 1화를 홍보할 때는 여건상 마니아들에게 우선적으로 홍보를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극장개봉이라는 건 OVA와는 다르니까 일반 관객에게도 좀 더 알려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반 극장용 애니메이션 비슷한 광고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고스트메신저만의 색다른 홍보전략을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A) 일단 엄청난 P&A(필름 인쇄비 및 홍보비) 비용을 들여서 일반 대중들에게 공격적으로 알리는 방식은 현재 예산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저희 작품을 좋아해 줄 수 있는 핵심 대상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경로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생각이에요.

 

Q) 일본의 마니아 애니메이션이 개봉할 때면 거의 회사 홈페이지에 정보가 올라와서 사람들이 퍼 나르는, 입소문 식으로 퍼지는 것 같던데요.

 

A) <고스트 메신저>는 사실 입소문으로 시작된 작품이라 이번 극장 개봉에서도 SNS를 통한 바이럴(viral)이 상당히 중요할 거 같아요. 그동안에는 이야기할 거리가 전혀 없어서 그랬지만 개봉하기 전까지 그동안 묶여있던 정보들이 많이 공개되면 이런 입소문 역시 강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지요. 이런 웅성거림이 이후 개봉관을 잡고 극장에서의 좋은 시간대 상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Q) 그리고 요새 <파닥파닥>이나 <사이비>, 또 이번에 개봉한 장형윤 감독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처럼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이 개봉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스트메신저>도 홍보나 상영관을 잡고 하는 게 그런 작품이랑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이런 경우 보통 전국에 수십 군데 정도 있는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에서 상영하더라고요. 그렇게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독립영화 상영관이 흔치 않다 보니까 지방에 계신 분들께서 보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요. <고스트메신저>가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관객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생각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A) 일반적인 극장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데 접근성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안정성을 가지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 할 거예요. 예술영화를 기본으로 하는 상영관에 취지를 잘 얘기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근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지방은 그런 점에서 더 취약할 수 있거든요. 지금 배급은 <소중한 날의 꿈>이나 <언어의 정원>을 배급한 '에이원 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거기가 배급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대행을 하는 거죠. 거기와 연계를 해서 작품이 조금 더 노출되게 하고 지방에 계신 분들한테도 서비스할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거예요. 작품은 거의 다 만들었죠. 2월 초중반까지는 조금씩 다듬는 작업이 남긴 했지만. 심의도 2월에 들어갈 거고요. 아무튼, 그 역시도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까 지금 제일 골치 아픈 부분이에요. 작품은 다 만들어 놨는데 유통, 마케팅을 하려니 또 돈이 들어가니까요.

  

※ 기자주: 실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독립장편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개봉 당시 전국에 200개가 넘는 상영관을 확보하여 나름 크게 개봉한 편입니다. 이 인터뷰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개봉 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부분이었습니다.

 


 

▲ 사진6 <고스트메신저>의 한 장면

 

 

◎ 그 외 잡담

 

Q) 지금 <고스트메신저>에서 강림이 사용하는 소울폰이 피처폰 비슷하게 생겼는데 하필 이 작품이 휴대전화의 대세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즈음에 나와서 지금 사람들이 이 작품 얘기만 나오면 소울폰을 스마트폰 형식으로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해요. 심지어 어떤 분은 강림이 쓰던 소울폰이 어떤 이유로 파괴되어 새로 받았는데 그게 스마트폰이었다는 식으로 설정을 바꾸자는 제안을 하시는 분도 계세요.


▲ 사진7 강림의 소울폰은 피쳐폰?!

 

A) 바리가 쓰는 게 스마트폰이에요. 강림이나 이런 애들은 계속 그렇게 쓰게 하려고요. 강림 같은 경우에는 형사로 치면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말단이니까.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칼을 만들면 이상하잖아요. 잡는 거나 그런 걸 생각하면요. 그리고 소울폰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작동시켜야 하는데 그런 게 만약 현실에 있다고 하면 키패드가 맞을 것 같거든요. 휴대전화의 용도라기보다 전투 무기이기 때문에요.

 

Q) 저는 강림이 소울폰을 거꾸로 잡고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 신기했어요. 그리고 <놓지마 정신줄> 1화에서 온라인게임 <모두의 마블> 나오는 장면이 웃겼어요. 그것도 원작에 있었던 장면인가요?

 

A) 없었죠. 사실 이런 게 중요한 거죠. 우리가 느끼는 문화 자체가 애니메이션에 들어가 있는 것들. <모두의 마블>이나 <M 카운트다운> 같은 것들요. 요새 아이들이 즐기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애니메이션에서 나오게 하는 것들. 그런 게 <놓지마 정신줄>을 진행하면서 점점 많아질 거고 분명히 반응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고스트메신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으레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처음으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군에 다녀왔음에도 아직도 2화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자는 이전에 기사로 이야기했던 <소중한 날의 꿈>이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이 기획부터 실제 개봉이나 방영, 발매까지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 보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의견에 대해 딱히 할 수 있는 말은 없었습니다. 어느 한 작품을 가지고 이토록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게 결코 정상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고스트메신저>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바라는 것은 그저, 그동안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 인터넷 언론에 따르면 <고스트메신저> 극장판은 올 4월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아직은 확정이 아니라 예정의 단계이기 때문에 계획이 또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제작 막바지 단계였으며, 최근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이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출처

모든 이미지 출처: 스튜디오 애니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