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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문화원형을 찾아서>옛 백제를 추억하는 부여의 이야기를 듣다. 세 번째 이야기

by KOCCA 2013. 12. 10.



백제의 찬란한 얼굴 – 국립부여박물관


▲사진2 국립부여박물관의 전경

     

부여읍 동남리에 1929년 설립된 국립부여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충남지역 특히 사비백제의 고고, 미술 관련 유물 1만 5000여 점이 소장되어 있으며, 그 중 1000여 점은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3,4 야외전시 유물

 

국립부여박물관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전시의 시작입니다. 입구에서 전시관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은 경사로 점차 상승합니다. 그 길의 주변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과 어우러진 석조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어 발걸음을 한 번쯤 멈추게 합니다. 저는 곳곳에 있는 정겨운 원두막에 걸터앉아 백제유물의 새로운 안식처가 주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부는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백제의 노래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진5,6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유물


전시관은 백제금동대향로와 군수리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한 유물에서 백제인의 따뜻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백제문화의 보고입니다. 특히 국보 제 287호 백제금동대향로는 사비백제를 대표하는 유물입니다. 부여나성과 능산리고분군 사이에 있는 능산리사지 서쪽에서 1993년 발견된 이 향로는 왕실의례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향로의 아래는 용을 받침으로 하고 있는데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듯한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그 위 몸체에는 연꽃을 중심으로 수중생물이 연꽃잎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뚜껑부분에는 산과 나무, 사람, 신선, 육지동물 등이 등장합니다. 자세히 보면 낚시를 하거나 머리를 감고 있는 작은 인물들이 보여 소소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정상에는 봉황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 5명의 악사와 5마리 새가 봉황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창의성과 조형성이 뛰어나고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종교의 복합성까지 보이고 있어 백제시대의 공예와 미술문화, 종교와 사상, 제조기술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입니다. 향로를 위해 따로 마련된 전시실에 한 꼬마가 유리막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 꼬마의 오늘 밤 꿈에 향로에서 본 백제인을 만날지는 모를 일입니다.


▲사진7 백제금동대향로

 

  옛 백제의 아련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정림사지와 궁남지, 낙화암을 지나왔다면 국립부여박물관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백제의 섬세하고 정교한 문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칫 아련한 분위기에 취해 놓칠 뻔 했던 백제의 찬란한 얼굴인 것입니다.

 

 

천리 강물에 역사가 흐른다 - 백마강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에서 발원한 금강의 물줄기는 쉼 없이 북쪽으로 흘러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부여로 스며듭니다. 부여에서 금강은 백마강이라는 새 이름이 붙어 이 땅의 어제와 오늘을 보듬어 줍니다.

 

▲사진8 구드래조각공원 조성비

 

백마강은 규암면 호암리의 천정대에서 세도면 반조원리까지의 물줄기로, 부소산성을 품고 있는 부소산을 반달처럼 휘돌아 흐릅니다. 강변에는 백제시대의 중요한 국사를 결정했다는 천정대와 조룡대, 자온대, 구드래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백제 역사가 서려있습니다.


▲사진9.10 구드래조각공원 전시물

 

사비백제시대 도성에 출입하기 위한 배가 드나들던 포구였던 구드래는 부여를 찾은 관광객을 위한 유람선의 선착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백마강과 어우러진 구드래조각공원이 위치합니다. 공원에는 꿋꿋이 서있는 풀들과 조각예술품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또한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둔치의 벤치들은 강을 향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낙화암에서 보는 백마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고, 누군가는 수북정에서 보는 백마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벤치에 앉아 보는 백마강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날이 맑은 밤에 달빛 젖은 백마강을 본다면 언젠가 들었던 오래된 가요 '꿈꾸는 백마강'을 흥얼거립니다.

 

▲사진11 강변 벤치에서 본 백마강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낙화암 그늘에 울어나 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면은/구곡간장 올올이 찢어지는 듯/그 누구가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낙화암 달빛만 옛날 같구나’

    

천리 강물의 역사가 흐르는 백마강에 노을이 지고, 그 풍경 속을 물새 한 마리가 날아갑니다.

 


◎사진 출처

-사진1-11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