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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 일렉트로닉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프랑스’

by KOCCA 2013. 8. 9.

이진섭 (브랜드 매니저/ 엘로퀀스 에디터/ 엠넷 팝칼럼니스트)

 

 

 일렉트로닉 음악계의 ‘변화의 씨앗’ 그리고 두 본류 ‘영국’과 ‘프랑스’


90년대 중반, 일렉트로닉 음악계는 ‘변화의 씨앗’이 움트고 있었다. 당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고전’이었던 80년대의 순수 ‘전자음악’과 '신스 팝', 산재한 프로덕션들은 90년대 들어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 만나면서 다양한 장르적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었고, 풍성한 음악적 과실 또한 맛볼 수 있었다. 필자는 이 시기를 조심스레 ‘일렉트로닉 음악의 르네상스시기’라고 말한다. 당시, 이런 변화의 기운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강하게 감지되었다. 특히, 영국을 근거지로 하여,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는 모던 락과 노이즈의 믹스쳐를, '언더월드(Underworld)'는 애시드한 전율을 녹인 하우스와 트랜스를, ‘골디(Goldie)’는 드럼 앤 베이스를 각자의 스타일과 특유의 음악적 문법으로 설파하고 있었다. 비슷한 기운은 프랑스에서도 감돌고 있었다. '기 마누엘 드 오맹 크리스토(Guy-Manuel de Homem-Christo)'와 '토마스 방갈테르(Thomas Bangalter)'가 뭉친 하우스와 펑키 사운드를 재치있게 구사하는 '다프트 펑크(Daft Punk)' 를 필두로, 베르사유 출신의 '장 베누아 뒹켈(Jean Benoit Dunckel)'과 '니콜라스 고댕(Nicolas Godin)'이 합심하여 만들어 낸, 우아한 무그사운드의 결정체 '에어(Air)’ 와 로우파이 사운드의 거칠지만, 이색적인 질감을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밴드 '피닉스(Phoenix)’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들은 일렉트로닉 음악계의 대동맥을 형성할 채비를 갖춰 나가고 있었다.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일렉트로닉의 고전적 문법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장르적인 활력소를 불어 넣은 것이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들이었다면, 자국 특유의 문화적 부유함과 우아함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부유하게 만들었던 것은 ‘프랑스’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렇게, 프랑스 일렉트로닉 음악은 변화의 기류 속에서도 ‘낭만주의’의 독특한 무언가를 풍기고 있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프랑스의 아티스트들은 고유의 아우라를 풍기며, 팬들과 독특한 일렉트로닉 에너지를 공유해나가기 시작했다.  ’

 


◎ 두 지존의 귀환 ‘피닉스(Phoenix)’와 ‘ 다프트 펑크(Daft Punk)’


최근 몇 년 사이 ‘덥 스텝(Dub-Step)’과 ‘콤플렉스트로(Complextro)’가 큰 흐름으로 자리잡아, 일렉트로닉 음악의 전반적인 사운드가 ‘더 강렬함’을 모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랜 기간 휴지기를 깨고, 대중 앞에 선 ‘피닉스’와 ‘다프트 펑크’의 귀환은 음악 팬들에게나 다른 뮤지션들에게나 반가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피닉스 프로필 사진

 

우선, 앨범 [Bankrupt!]을 발표한 ‘피닉스’의 경우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국, 일본, 한국의 문화와 음악에 대한 다층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사운드를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 재밌게 다가온다. 또한 ‘다프트 펑크’는 8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Random Access Process]에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와 ‘조르지오 모로도로(Giorgio Moroder)’, 프로듀서 ‘패럴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과 조우하여, 세대와 영역을 초월하는 라인업을 통해 음악적인 스케일을 넓혀 놓았다.


 다프트 펑크 프로필_앨범 사진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현재 일렉트로닉 씬에서 ‘피닉스’와’다프트 펑크’가 만들어 낸 사운드다. 이들은 음악에 단순한 기술적 진보나 역동적인 강렬함을 더한다기보다, 문화적 역사적인 본류를 찾아, 일렉트로닉 음악의 본질적인 의미를 가장 모던하게 풀어내었다. 


이들 음악에 미국, 유럽,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것과 함께 함께 많은 선,후배,동료 뮤지션들이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은 어찌 보면, 현재 일렉트로닉 씬의 중심축을 ‘프랑스’로 옮겨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마련해주었다.

 


◎ 우아함에 노련함을 더한 프랑스 일렉트로닉


운 좋게 매년 파리에 갈 기회가 생겨, 그들의 문화를 짧고 굵게 즐길 때마다 느끼는 것은 프랑스 문화의 저력은 ‘채움’과 ‘연마’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보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자국의 것으로 만들어 그것을 시의 적절하게 풀어내는 이들의 능력은 미술, 음악, 패션 문학, 건축, 도시 계획 등 생활양식 전반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현재 시점에서 우아한 일렉트로닉의 노련함을 더한 프랑스 일렉트로닉 씬 또한 그 연장선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