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게임

지구를 살리는 좀 더 재미있는 방법

by KOCCA 2011. 6. 20.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를 위협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TV만 켜면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에 관한 각종 광고와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발자국', '푸드마일리지', '탄소중립', '저탄소 녹색성장' 등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어른들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린이에게 환경에 관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교육'이라는 어휘에서 이미 지루한 장면부터 떠오른다.

디지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능성환경게임 에코프렌즈(Eco Friendz) 프로젝트

지난 2월 친환경 기능성 게임 에코프렌즈가 출시됐다. 에코프렌즈는 어린이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개발된 게임으로 세계최초로 유엔환경계획(UNEP)의 인증을 받았다. 이 게임의 기획을 담당한 윤종원 한게임 PDM에게 에코프렌즈의 의미는 각별하다. "에코프렌즈 프로젝트의 시작은 200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게임, UNEP 한국위원회가 한자리에 모여 기능성 환경게임 제작에 관해 아이디어를 모읍니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의 든든한 후원이 뒷받침하고 있었고요."
 
윤종원 PDM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것은 2010년 3월. 그 전까지는 본격적 게임개발에 앞서 홍보와 캐릭터 개발 정도가 이뤄져 있었다. 에코프렌즈의 메인 캐릭터는 멸종위기에 있는 이라와디 돌고래를 형상화한 와디와 하프물범을 캐릭터화한 하티. 이들은 게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게임개발과 캐릭터 개발이 별도로 이뤄져도 큰 상관은 없단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유저이지, 캐릭터가 아니니까요. 와디와 하티는 MC로서 게임 진행하고 미션 설명을 하는 것이기에 캐릭터 개발과 게임 기획이 별개로 진행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에코프렌즈도 게임 사업이면서 동시에 캐릭터 산업으로도 활용됩니다. 지금도 와디와 하티를 이용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죠." 그리고 한게임에서 게임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 왔던 윤종원 PDM이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게 되면서 게임 개발은 급물살을 탄다. 


 
기능성과 게임성의 외줄타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재미와 교육적 효과의 균형을 맞춘는 일이었습니다."


게임으로서는 국내 제일의 한게임이었지만 '기능성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많았던 게 사실.

"기존의 기능성 게임은 기능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취지가 좋아도 사용자가 활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죠. 환경문제와의 접목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그 민감한 접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문화부에서 재미요소를 부각하기를 원해서 어렵지 않게 개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에코프렌즈는 타이쿤류의 캐주얼 게임이다. 타이쿤류는 기존의 재화를 가지고, 이를 투자해 더 많은 재화를 만드는 것. 거기에 대기오염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를 결부했다. 게임 제작에서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는 한게임도 '환경' 특히, '온실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막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UNEP에서 환경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는 모두 담당해 줘 큰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에 환경문제에 관한 여러 리포트를 UNEP 한국위원회에서 건네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가 아이템을 잡고 게임을 기획해 다시 제안을 올렸죠. 거기서 '온실가스'라는 아이템이 선정된 것입니다."


이처럼 게임 개발과정에서 있어 여러 기구가 긴밀하게 협력했고, 이것은 바로 게임의 질과 신뢰성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었다. "

제작자의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기능성과 재미 사이에서의 조율이었다면, 매니지먼트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참여주체가 많다보니 이들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문화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물론, UNEP 한국위원회에서만 검수를 받는 게 아니라, UNEP본부에서도 검수를 받다보니 의사결정 시간이 많이 지연됐죠. 1년 반의 개발 기간에서 그런 지연 시간은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담당자가 한 달 동안 휴가를 가 버리는 등, 그간 해 왔던 한국식 시스템과 달라 적응이 잘 안 되더라고요." 


 
게임과 현실의 절묘한 오버랩

게임 룰은 간단하다. 와디와 하티의 도움으로 온실가스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그 방법은 나무 심기, 건물 짓기, 코인 획득하기, 친환경 업그레이드, 벌목꾼 퇴치하기 등이며, 중간 중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환경퀴즈 풀기나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 건물을 친환경 건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추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포인트와 함께 온실가스의 위험을 체득하고 줄이는 방법 또한 자연스레 획득할 수 있다.

"게임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독성도 있지요. 이제껏 단점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런 점에 조금의 아이디어만 접목하면 게임은 충분히 좋은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수십 권의 책보다도 더 효율적인 교육 자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죠."

 
일반게임과 기능성게임의 차이

제작 과정에서 참여주체가 많다는 것, 그리고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환경변화나 기후 변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불어넣어주고, 친환경적 삶을 살 수 있게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는 미션이 분명했다는 점을 빼고는 일반적 게임과 큰 차이는 없었다. 게다가 게임의 재미에 대한 각 기구의 요구가 맞아떨어져서 한게임만의 장점을 발휘하는 데도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에코프렌즈에서는 모든 게임이 갖추고 있는 게시판 등의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의 메인 타깃은 14세 이하 어린이인데요, '14세 미만 어린이 정보보호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파급된 것인데요, 이 법에 의하면 14세 이하 어린이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하려면 부모동의를 무조건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운영센터가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에코프렌즈가 글로벌 서비스다 보니 이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고객센터 운영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고객센터 없이 진행하는 방법을 택했죠. 그러나 국내의 경우,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한 어머니들의 리뷰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게임

"닌텐도의 목표가 '어머니에게 미움 받지 않는 게임을 만들자'였다죠"라는 말로 운을 뗀 윤종원 PDM은 이번 게임 개발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능성 게임의 목적은 누구나 쉽게 즐기면서,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각 게임 자체의 목적도 쉽게 달성하는 것이고요. NHN에서도 한자마루의 성공 이후 기능성 게임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사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게임사가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에코프렌즈를 통해 게임의 순기능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합니다. 특히 이번 에코프렌즈는 국가 기관인 문화부의 투자를 얻어 진행한, 전 세계적인 프로젝트였던 만큼 NHN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가 있죠."
 
에코프렌즈는 현재 한국어와 영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향후,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임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환경교육에 활용되는 것. 글로벌 배포는 UNEP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UNEP에 자국어로 개발해 달라는 각국 NGO들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사전 공개돼 각국 정부와 NGO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토종 캐릭터 '뽀로로'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와디'와 '하티'가 합류했다. 어쩌면 이 두 친구가 아이들의 힘을 빌려 이 지구에 산적한 환경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에코프렌즈의 놀라운 효과를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 이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됐을 때 쯤 이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와디'와 '하티'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테니.

글 ⓒ 한국콘텐츠진흥원 > 콘텐츠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