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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2D와 3D 리얼리즘의 경계, 매트페인팅

by KOCCA 2011. 6. 10.

 

지난 2010년, 시장규모 3조원에 이르는 할리우드 영화 CG시장 진출을 목표로 (주)디지털아이디어가 출범했다. 현재 강제규 감독의 기대작인 ‘마이웨이’와 대형 CG프로젝트를 진행, 추진 중에 있다. 국내 최대 특수효과 및 VFX 영화 제작사로 거듭나고 있는 (주)디지털아이디어에서 매트페인터로 일하고 있는 유상일 씨를 만나 잘할수록 티가 안 난다는(?) 매트페인팅 작업의 세계를 들어보았다. 

 “매트페인터라는 파트가 자리매김한 게 얼마 되지 않습니다. 불과 5~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2D는 주로 합성작업을 많이 한다면 3D는 모델링이나 가상 세트 작업을 주로 합니다. 매트페인팅은 그 중간단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3D로 표현하기 힘든 원경이나 시간의 변화 등, 영화의 포괄적인 부분에 매트페인팅이 활용됩니다. 영화의 파이프라인상에서보면 2D와 3D 단계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캔버스에 즐거움을 담아내다 

2006년부터 일을 해온 유상일 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림을 좋아해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툴로서 다루게 된 포토샵의 매력에 빠지며 합성이나 매칭 등 디지털적인 느낌을 흡수하며 자연스럽게 디지털 붓을 들기 시작했다.
“그림을 좋아해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디지털적인 느낌이 주는 매력에 빠져 매트페인팅이라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학교 교수님께서 영화 쪽 일을 추천해주셨어요. 적성에 너무 잘 맞았습니다. 당연히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요. 흔히 직장인들이 앓는 월요병도 전 없었어요(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작업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설계해봅니다. 재미있는 작업을 만나게 되면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설레고 행복해요.”
 

 

매트페인팅 기법은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은 기법이기도 하다. 실사와 페인팅의 경계에 있는 아웃풋으로 인해 말들이 많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만큼 효율성이 좋고 장점이 크기에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매트페인팅에서 ‘매트’는 하나의 캔버스를 일컫습니다. 캔버스에 실제로 드로잉을 하는 것이지요. 논란이 되는 부분은 드로잉을 할 때 활용되는 소스 사진이 너무 지배적으로 작용할 경우입니다. 소스가 퀄리티를 좌우하는 경우에는 특히 더하고요. 좋은 사진이 가상의 공간 안에서 좋은 퀄리티를 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드로잉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소스여도 제 역할을 못해냅니다. 여기서 드로잉은 단순히 매트를 그리고 안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명암, 톤, 깊이 등이 가상의 공간에서 색감, 라이팅과 얼마나 적절하게 어울러져 보일 수 있는가 에요. 이것이 매트페인팅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 그가 작업 시 가장 유념하는 부분이 ‘디스플레이 매체와 얼마나 근접한가’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익히 보아오는 매체와 가장 근접하게 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 접근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모든 영화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특성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지금까지 썼던 매트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매트페인터가 그림만 그리는 작업자는 아닙니다. 그림이 가장 베이스가 되지만 가상의 공간 안에 이상적인 룩(Look)을 뽑아내는 것이 매트페인터의 역할이지요. 최근 추세는 3D의 투시나 퍼스펙티브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뷰’라는 프로그램을 접목해서 가상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 안으로 배우가 촬영한 부분을 끌어옵니다. 영화의 성격과 콘셉트에 따라 매트페인팅도 다양한 방식으로 아웃풋을 만들어 냅니다. ‘뷰’라는 3D 툴을 활용했을 때의 장점은 투시로 인해 발생되는 보정작업이나 수정을 피할 수 있고 여타 컨펌이나 가이드라인 제시를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매트페인팅 기법은 영화뿐 아니라 게임, 광고,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되고 있다. 규모나 다양성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그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매력에 강하게 끌린다고.
“매트페인팅은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하며 여러 시도를 하지만 여타 매체들은 영화처럼 스토리를 가지고 깊이감 있게 작업하기 보다는 시각적인 퀄리티에 중심을 둡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점이 스토리에요. 그리고 그 스토리를 담은 룩(Look)을 사람들의 눈에 익숙하고 편안하게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가장 현실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영화 매트페인팅 작업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조금은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유상일 씨는 오히려 반대라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매트페인터의 포지션이 자리를 잡지 못한 곳들이 있습니다. 매트페인팅 디자이너가 회사별로 많아야 1명~2명인 곳은 업무의 과부하로 힘들다는 편견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매트페인터들의 역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만 해도 매트페인터가 5명 정도 됩니다. 팀 플레이도 생기고 스케줄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요. 지루하고 힘든 파트라는 건 실제로 작업자들이 느끼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해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소스 제공이 아닌 크리에이티브한 작업 

지루하기보다는 되려 여러 파트와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협업이 강하고 커뮤니케이션 또한 활발한 파트이다. 2D, 3D 중간자 역할이기에 매트 쪽에서 콘셉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본인이 만든 그림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부분까지 디렉션이 가능하기에 단순히 소스를 제작해 제공하는 부분의 역할이 아닌, 상당히 크리에이티브한 파트가 바로 매트페인팅 작업이다.
“‘1번가의 기적’이라는 영화에 참여할 당시 놀이동산과 관련한 자료가 필요했었습니다. 당시에 확보된 소스가 없어서 놀이동산에 나가 직접 촬영해서 수급을 했었지요. 사진을 활용해도 직접 필요한 콘셉트로 촬영해서 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촬영한 소스를 활용해 제 스스로가 놀이동산에 관한 콘셉트를 잡아나갔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매트의 영역은 무게가 있기에 자랑할 거리와 재미 요소가 넘치는 작업입니다.”

 

    

 일 자체를 즐기는 그는 영화작업 이외에도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거리들을 찾아 즐기며 자기계발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항상 그림이라는 베이스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계발이라고까지 하기엔 거창하고요 2년 전에 매트페인팅 기법과 관련된 책을 출간했었습니다. 출간을 통해 배운 점들이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툴 공부 또한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요. 매트페인터라고하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3D 영역 또한 매트페인터의 범주에 들어왔기에 매트페인팅에 효율적인 툴을 숙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뷰’나 ‘지브러시’ 같은 프로그램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페인터들의 접근이 용이해서 제가 필요한 오브젝트나 텍스처를 만들어서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너무 한 가지 툴만 고집하면 경쟁력도 약해지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좋은 툴들을 활용해서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가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는 근 미래의 SF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장르이기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의 매력에 한껏 빠져있기에 현재의 포지션에 충실하고 싶다고.
“영화는 스토리가 존재하기에 너무 재미있습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스토리를 이해하며 초반부터 결말까지 내가 필요한 작업들을 영화 속 공간 안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영화의 큰 매력이에요. 먼 미래에 제가 어떤 모습에 도달해 있을지는 아직 상이 그려지진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매력에 빠져있기에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비전을 그려봅니다. 매트페인터들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좋아졌거든요. 작업에 집중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좋은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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