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밑에 있는 서울 애니메이션센터. 6월 초의 어느 금요일 오후, 이곳에 전국 애니메이션회사의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바로 ‘SPP 2011’의 간담회 때문인데. 도대체 ‘SPP 2011’ 뭐기에 서울, 부천, 대전 등에서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찾은 것일까요?
::SPP(Seoul Promotion Plan)란?::
SPP는 국내외 바이어들을 초청하여 우수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회사들을 직접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및 관련 콘텐츠 전문 마켓입니다. SPP에 지원한 애니메이션 회사 중 결선에 진출하는 회사들은 자사의 신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피칭할 수 있는 기회(SPP 프로젝트 컴피티션)와 홍보 리플릿, 디렉터리 및 CD 제작, 행사장 로비 및 홍보 데스크에 홍보 영상 및 홍보물 배치, SPP 네트워크 이벤트 초대 등의 기회를 받게 된다고 하네요. 행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인 SICAF(시카프)의 일정 중 일부로 2011년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총 3일간 이루어지며, 컴피티션에 참가한 업체 중 총 5개 사를 선정하여 우수 기획상/ 우수 창의력상/ 우수 기술상/ 우수 작품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각각 수여합니다. SICAF 행사가 B2C(기업과 일반고객의 만남)라면 SPP는 B2B(기업과 기업의 만남)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SPP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니메이션은 제작사에서 만들어서 방송사(또는 배급사)와 계약을 하여 방영을 하고,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집니다. 애니메이션의 상품화 등 추가적 수익도 방영에 성공한 뒤에 인지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일단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가장 초기 목표는 방송사에 방영할 수 있는 방송판권을 따내는 일이라고 볼 후 있겠지요. 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비용과 비교하면 국내 방송판권으로 얻는 수익은 지극히 일부입니다. 드라마와는 달리 협찬도 미비하기 때문에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이 국내에만 방영될 경우, 거의 모든 제작비를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외 방송사(또는 배급사 또는 상품 관련)의 바이어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여 방송사를 늘릴수록 판권 매출이 늘고, 상품화를 통해 비로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으로 콘텐츠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칸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 마켓인 MIP JUNIOR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세계 각국의 제작사들이 참가하여 프로젝트를 홍보, 판매, 배급, 합작 등을 논의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도 우리나라 콘텐츠를 알리기 위하여 MIP JUNIOR 뿐 아니라 MIPCOM, MIPTV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서, 공식홈페이지에 MIP JUNIOR 2010의 하이라이트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지원이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출처 : http://www.mipworld.com/en/mipjunior/conferences-and-events/2010-highlights/
오늘의 간담회에서는 SPP 행사에 필요한 자료들의 설명과 행사에 대한 조언, 피칭 순서를 정했습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애니 팀 이광열 팀장님은 “SPP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국외 진출을 최대한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상 부분도 3분야에서 5분야로 늘렸고, 상금 금액도 올랐어요. 하지만, 단순히 수상과 상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행사에 참여했던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이뤄낸 좋은 결과를 참고하고 이를 통해 상승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및 SPP행사의 인지도를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이후 참여하는 업체들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노하우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팀장님의 말씀대로 각 업체 모두가 SPP를 통해 최대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SPP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SPP 담당자이시자 간담회를 진행해주신 서울 애니메이션센터 애니 팀의 이지훈 대리님께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SPP뿐 아니라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전문적 견해와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A. 서울이 굴뚝산업을 키우기가 어려운 환경이고 서울시의 산업 진흥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해 SPP 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을 바이어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시카프의 마켓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었는데 2004년도부터 SBA에서도 운영하게 되어 올해로 10회째가 되었고요.
한국이 콘텐츠 강국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국내 수요층이 인구 적으로 적고, 방송 환경도 외국에 비해 열악해요. 국내 콘텐츠들이 국내보다는 국외 개척을 목표로 해야 하는 환경이므로 SPP에서 그것을 지원하고 있고요, 그리고 국외 바이어들이 자발적 참여하여 아시아 콘텐츠를 보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마켓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예로, 프랑스의 콘텐츠 마켓인 MIPTV나 MIPCOM은 전 세계 바이어와 셀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콘텐츠 거래, 공동제작하는 마켓으로 성장하였는데요. SPP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콘텐츠 마켓으로 성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 SPP에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A. 스크리닝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을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밉컴의 밉주니어에 참여한 모든 애니메이션의 제작사가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DB에 올리면 국외 바이어들이 사이트에서 작품을 보고 평점을 매기고 연락처로 연락해서 온라인으로 연락하다가 밉주니어 행사장에서 만나는 형태가 되고 있는데요. SPP도 아직 국외 참여자의 규모가 밉주니어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 스크리닝시스템을 갖추기엔 미흡하지만 추후 참가 사 규모를 확대하여 좋은 작품들이 서로 거래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네요.
Q. 유력 바이어들이 방문하는데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A. 전 세계 약 30여개사에서 100명 정도의 바이어가 매년 방문합니다. 대표적으로는 프랑스 TV, 니켈로디언, 카툰네트워크 등의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아시아 쪽에서 저희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거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유럽 쪽에서 더 인기가 많나요?
A. 그런 면이 있기도 하지만 니켈로디언이나 카툰네트워크, 디즈니 등은 아시아 쪽에서도 케이블로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애니메이션은 국경이 따로 없고 유럽에서 만든 것이 세계적으로 실시간 방영이 되는 상태이고요. 따로 아시아 쪽 바이어가 별도로 특정되어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특정 대규모 방송사나 배급사가 전 세계적으로 마켓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Q. SPP 에 참여한 국내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작년 SPP에서 우수 기획상을 받았던 로이비쥬얼의 ‘로보카 폴리’는 그 후 ‘밉주니어 라이센싱 챌린지’에서 1위 수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완구회사 실버릿과 천만 불 규모의 완구 계약을 맺었고요. 올해 우리나라의 EBS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완구 판매도 5월의 경우 물량이 나오는 대로 실시간으로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띠띠 빵빵 구조대’는 재작년에 우수기술상을 받았던 작품인데 중국과 공동제작 중이고요. 국내에서는 방영이 끝났고 중국에서도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입니다.
Q. SPP 행사를 준비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A. 국내 업체가 국외 마켓에 나갈 수 있는 시간과 금전적 여력이 없어요. 저희가 국내 SPP를 통해 저희가 초청한 바이어와 미팅을 하고 통역을 지원해 드리는 것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고 실제 계약까지 이루어 졌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Q. SPP 행사를 준비하시면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A. 행사를 3일간 진행하면 아무래도 잠도 잘 못 자게 되니 신체적으로 피로한 점이 좀 있고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요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힘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외 바이어가 한국 시장에 대해 잘 몰라서 초청을 거절했을 때도 기운이 좀 빠지지요.
Q. SPP외에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주최하는 콘텐츠 지원 사업이 있나요?
A.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만화, 캐릭터, 게임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4개 산업분야에 제작지원사업과 마케팅지원사업,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고요. 애니 프론티어, 서울 루키 만화 스카우트, 해외 수출 기획만화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민행사로는 대학 만화 애니메이션 최강전 등이 있습니다.
Q.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일반 시민에게 콘텐츠를 홍보하는 행사도 있나요?
A. 5월 초에 10일간 로보카 폴리 구조대작전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습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였고, 무료 관람이나 체험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었습니다. 곧 개봉하는 소중한 날의 꿈의 시사회도 애니메이션센터에서 하고요. 그 외에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들이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A. 거의 폭발적이죠^^
Q. 만화 및 애니메이션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 있다면요?
A. 국내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은 있는데요, 기획단계부터 좀 더 머천다이징을 생각해서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방송판권만 가지고는 애니메이션산업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 세계적 경기 불황, TV 매체 외에 온라인 다운로드, 모바일, 게임 등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으니까요. 판권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내려가고 있죠.
Q. 우리나라 만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A. 국외 마켓에 나가보면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자급력에서 디즈니 등에 비해 뒤처져서 짧은 기간에 좋은 콘텐츠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인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인력의 기획력과 기술력이 좋아서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창의성 있는 기획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아지겠죠. 머천다이징에 필요한 상품 기획 같은 부분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욱 가능해질 것이로 생각합니다. TV용 애니메이션만 가지고는 시장에 한계가 있어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드는 추세이고요,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확대될 것 같습니다.
Q. 국내 극장용은 주로 유아용이 확대되겠죠?
국내 시청자 연령층이 주로 저연령층이다 보니… . 하지만 타겟을 10대 중후반으로 제작한 고스트메신저라는 애니메이션은 OVA로 나왔는데, 퀄리티가 좋았고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고스트메신저는 총 6편의 OVA 중 1편만 발매된 상태이며, 흥행여부에 따라 TV 애니메이션화 제작이 검토된다고 합니다.) 이런 작품을 봤을 때, 연령층도 다양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회사에서는 SPP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인디펜던스 사의 정일모 대리님께서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A.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한류 주류인 드라마나 영화보다 알려지지 않은 추세잖아요. 이런 기회를 통해 그래픽적인 콘텐츠를 알릴 수 있어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저희는 웹툰 원작인 와라! 편의점으로 참여하였는데, 이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당선이 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국외 셀링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이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특히 아시아권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바이어 분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뜻깊은 것 같고, SPP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인데 앞으로도 서울 외의 다양한 지역에서 이런 행사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제작업체들의 열정과 기술력에 이런 다양한 지원들이 있으니,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국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과 SPP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만화 전문 마켓이 되도록 기대해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지훈 대리님과 정일모 대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SPP 2010 사진 제공: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애니팀 이지훈 대리님
글 ⓒ 한국콘텐츠진흥원 블로그기자단 / 임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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