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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강원도 반월, 경남 무시미르, 전북 야물 - 재미있는 지역웹툰

by KOCCA 2011. 5. 2.
지난번 기사를 통해 총 7편을 소개했었는데요. (http://koreancontent.kr/23)
이번에는 마저 다루지 못했던 나머지 3편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월(judys / Renton) - 강원도



혼탁한 시대, 멸족에서 살아남아 해를 등져야만 했던 사나이 란.
어둠 속을 부유하지만 흐르는 달처럼 자유로운 방랑자.
기우는 달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달을 쫓을 것인가?


배경과 그림체만 보면 10편의 웹툰 중 가장 인상적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반월은 세도정치로 혼란스럽던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특정가문이 권력을 독점하고 삼정이 문란해지는 등 신분을 막론하고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대입니다.

여기선 '란'과 '아랑'이라는 두 주인공이 나오는데요. 각자 몰락양반과 천출 노비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특한 건 각각 남녀라는 것인데요. "남녀가 유별했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약간은 무리한 설정 같습니다.^^

양반남성과 노비여성이 친구 혹은 동료라는 것은 (아무리 만화라고 할지라도) 봉건사회 조선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처럼 '문제투성이'인 작품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였습니다.
현대 이전을 배경으로 한 웹툰이 드물었던만큼 이 만화를 접했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므시미르(김태형,백재환/김태형,백재환) - 경상남도 고성군


조선시대 공룡의 뼈가 발견된다.
세계적 공룡 유적지 한반도 경남 고성. 그곳에서 공룡의 베일이 벗겨진다.

학창시절 배운 과목 중 가장 지루했던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그 중 하나가 '국사'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배우는 국사란 정치, 경제, 문화로 나누어진 (구석기부터 현대까지의) (한)국사를 이해하고 암기해야하는 과목입니다. 그러므로 외우는 것을 싫어하고 실용학문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재미없는 과목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송논쟁(왕실의 의례 문제)'을 살펴봅시다. 우리가 상을 치르는 기간을 왜 외워야 할 것이며 (오늘날 관점에서) 무익하기 짝이 없는 소모적 논쟁을 왜 연구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도통 관심을 갖기 힘든 '예송논쟁'은 전혀 만화와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엔 두 가지 놀라운 반전이 존재합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예송논쟁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둘째, 공룡화석이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라고 황당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만화를 보고나면 그 놀라운 개연성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작가가 이 만화에 공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고인돌나라의 야물(김병수/김정수) - 전라북도 고창군



'고인돌 나라의 야물'은 청동기마을 '고차리'를 배경으로
지네신과 주인공 '야물'간의 투쟁을 그린 가족용 명랑극화로, '고창군' 일원을 주무대로
고인돌의 유래와 역사, 의미를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여러분, '한단고기'란 책을 들어보셨나요? 내용인즉, 단군조선의 역사뿐만 아니라 환인, 환웅의 역사를 담고 있어 그야말로 위대했던 한국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다만 내용의 신뢰성 문제로 학계에선 사료로 인정하지 않는데요. 그 근거로 시대에 맞지 않는 용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서(古書)라고 불리는 책에 '방사능'이 나오면 신뢰하기 어렵겠죠? 사극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겁니다. 이 작품은 고인돌을 소개하는 만화로써 '명랑극화'를 표방한만큼 쉬운 내용들로 구성돼있는데요.

문제는 팩션(faction)의 경계를 너무 넘어서서 교육만화로 보기 힘들게 됐다는 점입니다.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팩트(fact)라고 한다면 그것을 토대로 픽션(fiction)이 나와야겠지만 시대구분(신석기, 조선시대, 현대)이 모호해지면서 학습만화라는 본질이 흐려지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러모로 '더 잘 만들어질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글 ⓒ 한국콘텐츠진흥원 블로그기자단 / 류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