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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중장년층 대상 예능 콘텐츠의 부상

by KOCCA 2021. 10. 27.

 

 

중장년층 대상 예능 콘텐츠의 부상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젊은 층이 TV를 떠나면서 중장년층이 방송매체의 주 이용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9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의 32.9%, 20대의 47.1%가 TV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대 이하의 젊은 층의 경우 TV를 이용하는 사람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30대와 40대는 73.7%와 79.3%가 TV를 이용하고, 50대 이후 연령층의 TV 이용률은 90% 이상이었다. TV 이용이 50대 이후의 연령대에 집중되는 반면 20-30대의 젊은 층은 TV를 떠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송사들의 타깃 시청자층은 20-49 연령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광고주가 구매력 있는 젊은 층을 선호한다는 점과 젊은 이미지를 만들려는 방송사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2019년 방송사의 전략은 조금 달랐습니다. 주요 시청 층으로 떠오른 중장년층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국노래자랑, 출처 : 디지털KBS

 


예전에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 콘텐츠들이 있었습니다. <가요무대>(KBS),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KBS), <전국 노래자랑>(KBS) 등이 대표적인데, 공영방송에서 제작되고 주변 시간대에 편성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중장년층을 목표 시청자로 하고, 중장년층들의 취향을 반영하며, 중장년층만이 즐기는 콘텐츠들이었던 것입니다.


2019년에 편성된 중장년층 대상 콘텐츠들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여러 연령대에서 광범위 하게 즐기는 콘텐츠로 부상했습니다. 주변 콘텐츠가 아닌 중심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장년층이 주요 타깃이지만 전 연령대에서 고루 사랑을 받는 콘텐츠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남자의 자격>(MBC)과 <꽃보다 할배>(tvN)는 대중성을 확보한 중장년 콘텐츠의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은 중년 남성들이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 내용을 다루었으며, <꽃보다 할배>는 연예계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 대상 콘텐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예능감을 더한 참신하고 유쾌한 포맷으로 주목받았던 프로그램들입니다.

중장년층 대상 콘텐츠가 새롭게 부상하는데 기여를 한 것은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이다. TV 예능에서 경쟁력 있는 포맷으로 주목받는 ‘오디션 장르’에 ‘트로트’라는 중장년 취향의 음악 장르를 결합하여, 전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트로트의 주된 소비층이 아닌 젊은 세대까지 끌어들이면서 트로트 신드롬을 만들어냈고, 젊은 층의 문화로 치부되던 팬덤 열풍을 중장년층으로 확산시키면서 2019년에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미스트롯> 신드롬의 여파로 이후 <보이스트롯>(MBN).

 

최애엔터테인먼트 , 출처 : MBC

 


<최애엔터테인먼트>(MBC), <내게 ON 트롯>(SBS Plus), <트롯전국체전>(KBS), <트로트의 민족>(MBC), <트롯신이 떴다>(SBS) 등 트로트 예능 콘텐츠가 다수 제작되었습니다. SBS <불타는 청춘>도 주목할 만합니다.

 

<불타는 청춘>은 중년 스타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리얼리티 포맷으로,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그 안에서 이른바 ‘썸’을 타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젊은 스타들이 주로 출연했던 리얼리티 포맷 <패밀리가 떴다>(SBS) 혹은 <짝>(SBS)의 형식을 버무려서 중장년층이 주인공인 포맷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이밖에 중년 스포츠 스타들이 조기 축구에 도전하는 <뭉쳐야 찬다>(JTBC)와 낚시에 도전하는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채널A), 대한민국 남편들의 일탈기를 다룬 <궁민남편>(MBC)은 중년 남성에 의한, 중년 남성을 위한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불타는 청춘, 출처 : SBS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부부 예능 포맷도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TV조선의 <얼마예요?>는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돈과 숫자로 환산해주는 내용의 토크쇼인데, 주로 부부 출연자가 등장하면서 부부 간의 갈등을 유쾌하게 다루는 예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명인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SBS)과 <아내의 맛>(TV조선)도 부부 예능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중장년층 대상의 예능 콘텐츠가 다수 제작되고 주목을 받은 데에는 종합편성채널의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도입 초반에 뉴스 시사 장르에 주력하던 종편들이 첫번째 재승인 과정을 거치면서 예능 포맷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난 것입니다. 종편은 주요 시청자층인 중장년층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장년층 대상 콘텐츠 포맷을 기획하고 제작했으며, 이러한 도전은 지상파 채널을 비롯한 방송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장년층 대상 예능 콘텐츠의 부상이 갖는 의미는 단지 중년층에 의해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전 연령대의 대중에게 폭넓게 소비되는 점입니다. 예능 콘텐츠의 본질은 대상 시청층이 누구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우면서도 진정성 있게 우리들의 삶을 담아내는가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