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온라인 플랫폼으로 영역 확장
지상파 방송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활발해졌습니다. 2000년대 중반 유튜브 이용이 확산하면서 본격화되었고, 페이스북, 네이버TV, V Live 등의 SNS와 OTT 서비스 활성화와 함께 보편화되었습니다.
지상파방송사는 과거의 인기 있던 프로그램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온라인 플랫폼에 진출할 콘텐츠의 양적 확보가 쉬운 편입니다. KBS는 KBS 아카이브를 공개한 유튜브 채널인 ‘옛날티비’와 ‘KBS COMEDY: 크큭티비’가 2018년 10월에, ‘KBS 엔터테인: 깔깔티비’가 2019년 5월에 시작했다. MBC는 ‘옛드: 옛날 드라마’, ‘옛능: 옛날 예능’ 등의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으며, SBS는 ‘스브스뉴트로’, ‘빽드-SBS 옛날 드라마’, ‘빽능-SBS 옛날 예능’ 등 의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습니다.
2010년대 일어났던 대중문화의 레트로 열풍을 타고 과거 인기작들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것은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측면도 있고, 검증된 과거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시청자들에게 지상파방송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유튜브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폭넓은 연령대의 이용자들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급변하는방송영상산업 환경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과거 작품만으로는 지상파방송사와 그 프로그램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돌려놓기 어렵습니다. 방송사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었던 드라마에서도 이젠 독립제작사와 기획사가 제작한 웹드라마가 OTT 플랫폼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 한 해만도 <남과 북>, <너 미워! 줄리엣>, <네 멋대로 하는 연애>, <에이틴 시즌2>, <인서울: 내가 독립하는 유리한 방법>, <다시만난 너>, <일진에게 찍혔을 때>, <리얼타임러브>, <7일만 로맨스> 등의 웹 드라마가 제작되어 유튜브, V Live, 페이스북, 네이버TV 등에서 서비스되었습니다. 지상파방송사가 보유한 방송 프로그램 아카이브에 의존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하는 중입니다.
지상파방송사뿐 아니라, 종편과 PP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진출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 JTBC 스튜디오 산하 사업부인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출범하여 스튜디오 룰루랄라, 룰루랄라 뷰티, 룰루랄라 뮤직, 룰루랄라 24, 룰루랄라 스토리랩, 다섯시오십구분(5:59) 등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CJ ENM은 기존 디지털 스튜디오인 홈베이커리와 스튜디오 온스타일을 합쳐 tvN D로 통합하고, 그 산하에 티비엔 디 엔터, 티비엔디 스토리, 슬라이스 디, 온스타일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텔레비전 방송 편성에 이은 후속 시장으로 간주했지만, 점차 온라인 플랫폼을 1차 시장으로 두고 텔레비전을 2차 시장으로 두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MBC의 <놀면 뭐하니>는 2019년 7월 27일의 첫 방송에 앞서 6월 12일에 유튜브에 먼저 올렸습니다. 네이버 계열사로 웹 드라마 제작 업체인 플레이리스트가 제작한 <인서울1>은 2019년 7월 29일 저녁 7시 네이버V오리지널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고, 8월 4일부터 JTBC에서 편성하였습니다.
방송영상 콘텐츠 포맷 수출 활성화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방송 프로그램 포맷 상품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2010년대 들어서 부쩍 높아져서 지상파방송사의 경우 포맷 수출액이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3,582만 달러, 5,120만 달러 규모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중반이후 중국의 한류 콘텐츠 규제정책(일명 한한령) 등의 영향으로 2017년에는 약 510만 달러, 2018년에는 약 32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PP의 경우에는 2015년 약 330만 달러 규모로 전년도 대비 59% 증가하여 2016~2017년에 비슷한 규모를 지속하다가, 2018년 660만 달러 규모로 다시 한 번 크게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포맷 수출은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지만, 포맷 수출이 방송 프로그램 수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아직 기대만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지상파방송사의 완성품 수출액은 약 1억 3천만 달러지만 포맷 수출액은 약 320만 달러 규모였고, PP의 완성품 수출액은 약 1억 4,520만 달러지만 포맷 수출액은 약 660만 달러에 머물고 있습니다.
2019년 프랑스 칸에서 열린 방송영상 콘텐츠마켓 밉주니어(MIPJunior)와 밉컴(MIPCOM)에서 MBC <복면가왕>, CJ ENM <너의 목소리가 보여>, JTBC <히든 싱어> 등 오락 프로그램의 포맷과 KBS <왼손잡이 아내>, SBS <황후의 품격> 등 드라마 스토리가 유럽에 수출됐습니다.1)
1) 파이낸셜 뉴스, ‘복면가왕’ ‘히든 싱어’ 포맷 유럽에 팔렸다(2019.10.18.)
https://www.fnnews.com/news/201910180847574802
<히든싱어>는 2013년에 시즌 1을 제작하면서 이미 중국, 베트남, 유럽, 미국 등 여러나라에 포맷을 수출했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2019년 9월 태국 방송사 워크포인트와 <더 팬> 태국판 제작에 합의했으며, 태국에서 <팬 워스(Fan Wars)>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복면가왕>을 리메이크한 폭스TV의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는 2019년 1월 방영된 시즌 1 첫 방송에서 당일 936만 명이 시청해 지난 7년 간 미국 전체 방송사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면서, 후속 시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복면가왕> 포맷의 미국과 유럽 판매는 그동안 한국 방송 콘텐츠 포맷의 수출이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어 왔던 점을 고려해볼 때 고무적입니다. 중국 시장은 외교적 관계에 기인한 제약이 언제든지 발생하기 쉬운 문제점을 안고 있어,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미디어 관련 조사 회사인 K7미디어에 따르면, 세계 포맷 수출 Top 100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게임 쇼-퀴즈(17.8%)이고, 뒤이어 게임쇼-챌린지(12.2%), 리얼리티 컴피티션-탤런트(10.3%) 순이지만, 한국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 포맷은 버라이어티(44%), 리얼리티(13%), 음식(9%) 순으로 인기 장르가 포진해 있어 글로벌 인기 장르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2)
2) 한국콘텐츠진흥원(2020), 세계를 겨누는 K-포맷! 글로벌 포맷을 위한 변화의 물결(2020.9.10.)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392062&memberNo=28980604&vType=VERTICAL
따라서 한국 시장의 정서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 외에도, 미국, 유럽 등의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타겟팅을 통한 프로그램 해외 공동개발 등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서 수출도 늘리고, 한국 방송 시장에 방송 포맷의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라이브/미디어 커머스 본격화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이커머스(e-commerce)의 신조어인데, 온라인 플랫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을 뜻합니다. 콘텐츠를 활용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를 의미하는 미디어 커머스는 미디어(media)와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합성어인데, 2018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도 미디어 커머스의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TV홈쇼핑과 달리 채팅창으로 시청자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며, 이를 이용해 상품에 대한 여러 가지 문의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신문, 잡지 등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가 주로 유명인을 모델로 채택하여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중점을 두었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온라인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을 통해 상품 소비의 경험을 들려주고, 팔로어(follower)와의 관계성을 중요시한다. 비싼 광고료 때문에 TV 광고는 엄두도 못 내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도, 라이브 커머스로 광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온라인 미디어의 보편화와 함께 진행되는 현상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인터넷 쇼핑몰 등은 라이브 커머스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네이버와 공동으로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티몬은 2017년부터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 ‘티비온(TVON)’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백화점은 2019년 12월부터 라이브 커머스 ‘100LIVE(빽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1인 미디어와 1인 마켓을 기반으로 많은 자원을 가지지 못한 중소상공인, 판매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가진 셀슈머(sellsumer)에게 보다 유용한 기회를 제공합니다.3) 라이브 커머스는 상품판매자의 경우 홈쇼핑처럼 심의나 규제가 없고, 유료방송 플랫폼에 지불하던 송출 수수료도 없습니다. 또한 주 소비층인 MZ세대4)를 공략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5) 유통업계에서도 판매 성과가 매우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최세정(2020), 라이브 커머스: 커머스에 재미와 신뢰를 더하다, <방송 트렌드&인사이트> vol. 23
4)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https://terms.naver.com
5) 브릿지경제, 지금은 라이브커머스 시대...유통가 ‘미디어 커머스’ 대전(2020.10.5.)
다.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01004010000232
글로벌 OTT 서비스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
2019년에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020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방송영상 산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12.7% 증가했습니다. 특히,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수출이 2018년 1억 5,550만 달러에서 2019년 1억 9,067만 달러로 22.6% 증가하며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해외 유통을 주도했습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비교하여 성장세는 약했지만, 지상파 방송 역시 2018년 1억 7,128만 달러에서2019년 1억 7,646만 달러로 3.0%의 증가하였습니다.
2019년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넷플릭스로 요약됩니다. 넷플릭스 측면에서 살펴보면, 2019년에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과 JTBC의 제이콘텐트리 등 국내 대형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넷플릭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디즈니, 애플 등 경쟁 기업의 OTT 서비스 시장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략과 맞물리면서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였습니다.
2019년에 <보좌관> 시즌1,2와 <나의 나라>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유통시킨 제이콘텐트리는 11월 25일에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3년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20편을 제작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스튜디오 드래곤도 자사 지분 일부를 넷플릭스에 매도하며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4.99%의 지분을 확보한 넷플릭스는 CJ ENM(51.92%), 네이버(6.26%)의 뒤를 잇는 3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지분 양도와 함께, 스튜디오 드래곤은 2022년까지 21편 이상 작품에 대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혹은 글로벌 방영권 판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것은 연간 7편 수준으로 콘텐츠 제공처를 확보한 것으로 수익 개선과 함께 해외 진출의 안정적 교두보를 마련하였습니다.
국내 제작사와 넷플릭스의 콘텐츠 공급 계약은 해외 진출에 소요되는 기회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유통망을 추가로 확대하는 기회로 평가되었습니다. 특히, 2019년이 디즈니 플러스 등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이번 계약으로 국내 제작사가 타 글로벌OTT 서비스로 외연을 넓히는데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 스튜디오 드래곤의 제작 역량이 연 평균 30편이라는 점에서 연 7편의 넷플릭스 공급 계약은 전체 제작역량의 18%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타 글로벌 OTT 서비스의 수요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작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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