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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펭수', '십오야'… 인기 콘텐츠의 비결 '대중성을 갖춘 재미'가 답이다.

by KOCCA 2020. 1. 14.

숏폼 콘텐츠가 유행입니다기술의 발달과 개인화 기기의 보급은 지난날 거대 미디어 사업자들이 갖고 있던 향유 주도권을 마침내 시청자에게 돌려주었습니다21세기 들어 TV 본방송 시청률은 급전직하하고 있으며이를 기반으로 시장의 질서를 유지했던 미디어 산업은 바야흐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그러나 기존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토를 지배했던 거대 자본들은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빠른 상황 판단은 많은 기회를 창출 할 수 있지만큰 문제일수록 의결 과정과 검증에도 시간이 필요하며 실패에 대한 리스크 또한 크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그 가운데, ‘스낵 콘텐츠’, ‘MCN’, ‘웹드라마’ 등의 이름으로 성장해온 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파편화되는 고객 행태와 시청 편의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레거시의 헤게모니*는 흔들렸고이를 틈 탄 신생 장르와 뉴미디어 사업자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헤게모니(hegemony) 가장 통상적인 의미에서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 하는 것

 

 

■ 클리셰? Back to Basics

 

 

굳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최근 히트한 숏폼 콘텐츠의 소재나 플롯을 들여다보면 분명 어디서 본 듯한 상황과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전에 없던 독창적 장르나 방식을 매번 선보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이를 집어 클리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미디어 산업이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할 콘텐츠의 향유요소는 대중성을 갖춘 재미입니다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수의 공감을 얻어내고더욱 확산하여 인지도와 팬덤을 구축하며이를 통해 여러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됩니다. 콘텐츠의 대중적 재미를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인정되어 온 익숙한 요소들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등장했던 소재를 그때의 감성과 표현 방식 그대로 반복한다면 참신하지 않다는 피드백이 날아옵니다하지만 같은 소재라도 현재의 향유자가 살아가는 방식대로 표현해낸다면 그것은 최신의 것이 됩니다이 콘텐츠를 향유할 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고목표 고객층이 영위하는 언어문화생활 방식에 따라 콘텐츠를 맞춤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클리셰? Back to Basics

 

▲ 이미지 출처 : 자이언트 펭TV YouTube

우리나라의 방송사는 강력한 매체일 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콘텐츠 제작사이기도 합니다기존의 강자들이 새로운 고객 경험에 맞춰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단기간에 대단한 성과를 쌓을 수 있습니다그중에서도 EBS가 탄생시킨 2019년 최대의 히트 캐릭터 펭수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등장한 지 만 1년도 되지 않아 달성한 유튜브 골드버튼(100만 구독자 달성 시 유튜브 본사에서 이를 기념하며 수여함)은 물론그 향유 방식에서 기존의 히트 콘텐츠와 궤를 달리합니다. EBS는 자사 콘텐츠를 통해 펭수는 남극에서 온 10세의 황제펭귄이라고 주장하며, X-ray 등의 증거와 동물 권위자 등의 증언을 통해 이에 대한 증명을 시도합니다.

이 논의에 대한 진실성 여부를 떠나, 펭수가 현실 공간에 등장하는 순간 그 주변의 사람들은 펭수의 스토리월드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향유하기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행위하는 펭귄이 존재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향유자들은 펭수와 인간의 언어로 교감하며 눈앞의 그 존재를 10살짜리 성별 불명의 말하는 펭귄으로 인정합니다기존에 평면적가상적 매체에서 구현되던 상호텍스트성을 현실세계로 불러 낸 대단히 독특한 사례인 것입니다. 레거시 미디어그것도 대중성이나 유희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는 EBS에서 탄생시킨 이 매력적인 문화콘텐츠는 TV, 유튜브, SNS, 현실세계 등 전방위 영역에서 활발한 트랜스미디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랜스미디어 트랜스(trans)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로, 미디어 간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결합ㆍ융합되는 현상

 

EP.0 이수근, 은지원! 두 세끼가 보여주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또 다른 레거시 채널 tvN은 유튜브에 마련한 채널 십오야를 통해 팬덤과 제작진의 뉴미디어 상호작용이 불러일으킨 대단히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하였는데요바로, tvN의 인기 예능 <신서유기>, <삼시세끼시리즈의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 간 세끼사례입니다제작진은 최종화 종영 시점에 구독자 100만 달성 시 출연자를 달나라에 보내겠다는 과격한 공약을 내걸었는데최종화가 방영되기 전 이미 구독자 100만을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유튜브 측에서는 즉각 골드버튼을 배송하였고, tvN은 1인당 약 4,000억 원에 이르는 달나라 방문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제작진과 출연진은 유튜브 라이브, SNS 등을 통해 사과방송과 함께 초유의 채널 구독 취소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는데요. 각본으로 통제 불가능한 이 상황에서 채널 십오야는 최종화 종영 기준 99.9만명의 구독자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달나라 방문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었고채널 십오야의 구독자 수는 이후 단 하루만에 10만 명이 늘어났습니다. , 10만에 가까운 팬덤이 제작진의 읍소를 받아들여 구독을 유예해 준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한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재미요소가 잘 갖춰진 콘텐츠를 향유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새로운 방식을 통해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면 이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는 것입니다기술 기반의 주장을 펴는 일각에서는 진화’, ‘혁신’ 등의 이름으로 별 달라야 할 것만 같은 급진적 시도들이 논의됩니다하지만 낯선 경험방식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거나 전용 어플리케이션 설치기기 착용 등이 요구된다면 진입장벽이 높게 섭니다.

지금 세대의 향유자들이 어떻게 공감하는가를 살피지 못한 채 기술플랫폼 중심의 관점을 제시한다면 콘텐츠 분야에서는 전략적 성공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기술의 발달은 콘텐츠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향유자의 이용 행태와 습관에 영향을 미치며콘텐츠는 이처럼 변화된 향유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유연하게 공감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신기술이나 플랫폼이 제시된다 해도 향유자의 관점이나 향유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콘텐츠의 제공 방식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콘텐츠의 성공방정식, 증명된 바는 없지만…

새로운 미디어 산업환경의 경제 생태계가 다소나마 시장의 동의를 거쳐 정착하기 전에는 아마도 과거와 같은 (TV 편성모델 중심의) 포괄적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사업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색다른 방식의 콘텐츠 제작이나 플랫폼 개발은 새롭게 탄생할지 모를 사업적 화두의 선점을 기대하며 리스크를 감당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100% 동작하는 콘텐츠의 성공방정식이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세계 1위 콘텐츠 사업자조차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조용히 막을 내리는 작품들을 종종 만들어 냅니다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거장이나 블록버스터의 영역은 분명 공고하지만늘 어디선가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성공의 영역을 개척해 내곤 합니다. 콘텐츠의 성공이란 독점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목표 시청자를 정의하고,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파악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의 제작을 추진한다면, 그 확률이 조금은 오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지금도 세계의 크리에이터들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고객을 분석하고각자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시청자들의 공감 또는 외면그에 따른 시장과 자본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됨은 당연합니다. 그 가운데 콘텐츠의 진화란 ‘재미’있는 기획을 들어 향유자와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향유자와 지속적으로 공감하며 진화에 성공한 콘텐츠(또는 사업자)를 발견했다면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그리고 그 재미가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진화한 콘텐츠는 어떤 향유자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말입니다. 

 

 

 

 

 홍일한(와이낫미디어CSO)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방송트렌드&인사이트 21호
"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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