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푹(POOQ)과 옥수수(oksusu)가 통합해 웨이브(WAVVE)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이날 웨이브는 최근 성장세를 이어 2023년 말 유료가입자 500만 명, 연매출 5000억 원 규모의 서비스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2023년까지 총 3000억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신규 가입자가 3개월간 월 4,000원에 베이직 상품(월 7,900원)을 이용할 수 있는 론칭 기념 프로모션도 시작했습니다.
웨이브는 온라인을 통해 방송과 영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입니다. 웨이브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이하 지상파)과 종합편성방송(이하 종편) 등을 실시간시청과 다시보기(VOD)를 통해 무제한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 통합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드라마와 예능 같은 주요 프로그램의 방송이 시작되면 바로 퀵VOD로 제공하는 편의성에 이용자 호응이 높은데요. 웨이브 주 소비층은 30대가 가장 많고, 20대, 40대 순입니다. 이처럼 웨이브는 이용 층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웨이브 이태현 대표와 함께 웨이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 웨이브가 만들어갈 미래
이태현 대표는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면서 “국내 OTT산업 성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며 콘텐츠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웨이브는 한국의 넷플릭스로 기대를 받고 있으나 규모면에서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푹의 연간 영업이익이 13억 원 정도인데, 넷플릭스의 연간 이익은 1조 원에 달합니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넷플릭스는 국내 이용자가 186만 명으로 1년 전 42만 명에서 4.4배 급증했습니다. 웨이브도 출범 전후로 상승세입니다. 모바일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9월 기준 월간 사용자 수에서 웨이브가 264만 명으로 넷플릭스 217만 명을 앞질렀습니다.
웨이브가 출범함에 따라 콘텐츠 강자인 CJ ENM과 종편채널 JTBC가 9월 17일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티빙을 기반으로 새로운 OTT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전략인 것인데요. 이처럼 웨이브는 국내 OTT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를 만나 웨이브가 만들어갈 국내 OTT와 영상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살펴봤습니다.
이태현 대표는 KBS 프로듀서로 재직하면서 교양과 다큐, 예능, 선거방송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콘텐츠사업국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콘텐츠 유통에 뛰어들었는데요. 이 대표는 “푹에서 OTT가 미디어 산업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웨이브 대표는 매우 무거운 자리다. 하지만 주요 미션을 성공시킨다는 확고한 의지로 도전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1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푹과 옥수수를 통합한 대규모 OTT를 출범시키자고 합의한 뒤, 5월에 대표로 취임해 조직을 정비하며, 웨이브 출범을 준비했습니다.
■ 지상파와 통신사가 손을 잡은 이유
그런데 푹과 옥수수가 통합되면 무엇이 좋을까요? 서로 다른 성격의 지상파와 통신사가 하나로 융합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이태현 대표는 “지상파와 통신사가 손잡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로의 장점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제작역량을 갖춘 지상파, 그리고 마케팅과 투자유치에서 막강한 역량을 보유한 통신사가 힘을 합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SK텔레콤 모바일 고객을 대상 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해 웨이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월정액 유료가입자가 많은 푹과 프로야구 같은 실시간방송에 강점이 있는 옥수수가 만났습니다. 기존 푹 서비스에 프로야구 멀티뷰, 가상현실(VR) 같은 5GX 콘텐츠도 추가했습니다. 월정액 기본상품에 영화, 미드 최초공개 시리즈, 오리지널 VOD 등을 포함하며, 고객유치를 위해 콘텐츠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OTT서비스는 단순한 플랫폼 사업을 넘어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로 이어지는 전후방 사업과 소비재, 문화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웨이브의 움직임이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가진 우리나라는 OTT 이용환경이 매우 좋아,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태현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은 무대가 전 세계라는 점에서, 이를 활용한 문화콘텐츠가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유통 플랫폼과 방송사가 제작투자와 해외유통을 위해 협업한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우리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넘어서 스스로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야, 이를 통해 국내의 더 많은 CP(콘텐츠공급자)들이 손쉽게 해외 이용자들과 만나고, 더 많은 수익을 통해 다시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웨이브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소비재까지 세계로 연결시키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 국내 OTT시장의 새로운 질서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글로벌 OTT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OTT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리지널 콘텐츠에 강한 디즈니플러스 같은 기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이태현 대표는 “웨이브나 CJ+JTBC 연합 등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OTT에 투자하는 추세에서 국내 주요 CP들이 대단위로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게다가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HBO 같은 주요 CP파트너가 경쟁자로 돌아서는 리스크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OTT 시장이 혼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 웨이브가 출범하면서 다른 OTT들도 규모화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에브리온TV나 텔레비 같은 업체는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작은 규모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현 대표는 “앞으로 대형 OTT가 통합으로 경쟁을 주도하며 시장을 키워갈 것”이라며 “웨이브가 콘텐츠 투자 경쟁까지 촉발시키며 방송사와 제작사까지 연관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넷플릭스·디즈니에 맞서는 웨이브의 전략
넷플릭스는 이미 세계시장에 진출, 대규모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웨이브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맞설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웨이브의 국내 콘텐츠 경쟁력에 해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태현 대표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와 기술 투자 등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웨이브는 국내 콘텐츠에 강점이 있다. 특히 매일 업데이트 하는 국내 인기 드라마와 예능 서비스는 글로벌 사업자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체 콘텐츠 선호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방송과 영화, K팝 등 문화콘텐츠 역량이 세계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초기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콘텐츠가 아무리 많아도 국내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드라마와 예능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국내 방송드라마를 공급 받으면서 국내에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크게 성장한 것으로 웨이브는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OTT성공에 로컬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이처럼 경쟁력 높은 국내 방송콘텐츠를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국내 방송콘텐츠는 OTT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해외에서도 유효할 것”이라며 “실제 지상파 드라마는 일본부터 중동지역까지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웨이브는 국가별 환경분석을 통해 필요하면 현지콘텐츠도 보강하면서 해외에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단순히 K콘텐츠의 인기만으로 웨이브가 진출에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인데요. 웨이브 vs 유튜브·넷플릭스·왓챠플레이·티빙웨이브는 국내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티빙 같은 서비스와 경쟁해야 할텐데요. 과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티빙의 CJ ENM 콘텐츠, 왓챠플레이의 평점 연동 서비스 같이 각 서비스가 가진 강점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이에 이태현 대표는 “유튜브의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유료OTT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며 유튜브와 경쟁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그는 “지상파+종편+해외시리즈 같은 메이저 CP 콘텐츠를 가장 풍부하게 보유한 웨이브의 경쟁력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며 “여기에 웨이브 오리지널 제작과 퍼스트런 시리즈 수급을 계속하면 확고하게 최고 자리를 굳힐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경쟁 업체를 의식하기보다 웨이브가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웨이브는 대중적으로 검증된 지상파와 종편 콘텐츠를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비교하면 ‘오리지널’ 콘텐츠가 매일 수십 편씩 생기고 있는 셈입니다. 또 다른 서비스는 채널별로 월정액 상품에 가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웨이브는 유일하게 통합패키지를 제공합니다. 한 번 가입으로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 대표는 “이용자 호응이 높은 통합패키지는 킬러서비스”라며 “올해 준비하고 있는 총 제작비 100억 원대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 같은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려가며, 콘텐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로코-녹두전’은 KBS 제작 프로그램이지만 웨이브가 100% 투자해, 100% 유통권한을 갖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로코-녹두전’은 OTT 중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유료콘텐츠 이용에 대해서 이 대표는 “아직 유료 OTT 시장이 개척기와 성장기 사이에 있다고 본다”며 “여전히 콘텐츠에 대한 비용 지불 의사가 낮은데, 그 이유는 세계 최저수준의 유료방송 요금, 불법 다운로드 같은 여러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웨이브가 목표한대로 성장해 나간다면 국내 OTT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앞으로 유료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글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3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N콘텐츠 바로보기
'상상발전소 > 칼럼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성있는 스토리로, 세계의 마음을 잡다!-토리아트, 윤영철 대표 (0) | 2020.04.13 |
---|---|
"K-POP의 장르는 세계의 장르"SM엔터테인먼트 인도네시아 한경진 대표 (0) | 2020.04.07 |
넷플릭스 진출부터 텐센트 1억 뷰까지! <좀비덤>, <시간여행자 루크> 제작사 애니작 (0) | 2020.03.30 |
아역배우의 좋은 연기를 이끌어내는 법, 9가지의 아역배우 촬영 수칙은? 아토 김지혜 대표 인터뷰 (0) | 2020.01.08 |
지자체 유튜브 스타는 바로 나! 충주를 키우는 공무원 유튜버 '충주시 홍보맨' (0) | 2019.12.03 |
우주대스타 펭귄의 탄생, 어른이 보는 교육방송 만들고 싶었던 <자이언트 펭TV> 이슬예나PD 인터뷰 (0) | 2019.12.03 |
피규어와 기부를 연결! 재미와 감동이 함께하는 (주)산타브라더스 서현기 대표 인터뷰 (0) | 2019.11.19 |
[이경혁의 게임으로 읽는 세계] 현대의 시작, ‘벨 에포크’ 를 조망하는 게임들 (0) | 2018.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