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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게임

매일 야근해서 등대라 불리던 게임업계에도 워라밸이 시작됐다.

by KOCCA 2019. 11. 1.

 

세계 각국에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노동운동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에서는 주요 게임사인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가 작년 가을 잇따라 출범했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게임사 구분 없이 가입 가능한 산별노조 형태의 노동자 기구도 이미 설립된 상태입니다. 노동운동에 나선 게임사 직원들은 고질적인 고용불안과 업무 피로 등 다양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데요. 사용자 일각에서는 굳이 노조까지 만들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도 들려오지만, 게임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노사간 타협은 필수적일 듯합니다.

 

 

 

 

' 노조 활동 시작된 국내외 게임업계 ' 

 

 

▲ 이미지 출처 : 출처: SG길드(2018.9)

작년 9월 초, 국내 주요 게임사인 넥슨(Nexon)과 스마일게이트(Smilegate)에서 잇따라 노조가 출범했습니다노동운동의 불모지인 국내 게임업계에 1호 노조와 2호 노조가 사흘 간격으로 잇따라 발족한 것은 어떤 관점으로든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이슈였습니다. 노조 활동의 결과로 양사의 노동 여건이 바뀐다면 여타 업체들 역시 그 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게임업계 전반으로의 노조 확산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출처: Game Workers Unite(2019.6)

한편 해외에서는 산별노조 형태의 게임 노동자 조직이 유럽권을 중심으로 속속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GWU, 프랑스의 STJV, 스코틀랜드의 BECTU 게임노동자연합 등이 바로 그런 사례인데, 이런 조직들은 법무 지원과 컨설팅 등을 통해 정규직계약직프리랜서 등 계약 형태에 관계없이 게임 노동자 전반의 권익 보호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닙니다. 해당 단체들은 연합 웹사이트인 게임노동자여 단결하라(Game Workers Unite, GWU)’를 통해 전세계 동료들의 노조 결성이나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록 로고에 망치나 낫 대신 게임패드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단결의 이유나 명분은 지금까지 흔히 접해본 여타 노조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GWU 영국 독립노동자연합(Inde-pendent Workers Union of Great Britain, IWGB)의 게임 산별 노조이며 월조합비는 개인별 소득 수준에 따라 8, 10, 15 파운드로 차등 적용


*프랑스 STJV 조합비가 따로 설정돼 있지 않은 게임 산별노조. 소득이 적은 사람은 무료로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연간 순소득의 1%를 조합비로 기부


*스코틀랜드의 BECTU 영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노조의 산하 조직이며, 2019년 10월 30일 이전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1년간 월조합비 7.5 파운드로 모든 혜택을 제공

 

 

 

 

' 일자리 안정성 부재와 과중한 노동에 분노'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주요 불만사항 중 하나는 업계 내에 만연한 고용불안입니다. 게임 전문 미디어인 IGN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들은 어떤 이유로든 평균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일자리를 옮기고 있으며 그들 중 상당수는 게임업계에서 5년을 채 버티지 못합니다.
 


실제로 게임사의 갑작스러운 대량 해고나 감원 소식은 그리 드문 뉴스가 아닙니다. 일례로 작년 9월 미국에서는 텔테일 게임즈(Telltale Games)가 운영난을 이유로 돌연 문을 닫으면서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400명 가량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습니다. 또한 같은 달 캐나다에서는 연초에 이미 30% 감원을 겪었던 캡콤 밴쿠버(Capcom Vancouver)가 모기업의 사업적 판단에 따라 결국 폐쇄되면서 158명이 강제 방출됐고 그들이 진행하던 프로젝트 역시 모두 폐기됐습니다.
 


2019년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난 2월 말에는 <길드워(Guild Wars)> 개발사인 아레나넷(ArenaNet)이 전체 인력의 상당 부분을 감원할 예정이라 밝혔고, 바로 다음 달에는 EA가 인력의 4% 가량인 350명에 대한 해고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보다 앞서 2월 초 감원을 발표한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의 경우는 역대 최고 수준의 4/4분기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력의 8%에 달하는 775명을 돌연 정리해고하면서 동종 업계 노동자들의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출처: Game Workers Unite(2019.2)

 

게임업계 노조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소위 갈아 넣기나 크런치(crunch)’로 불리는 장시간 노동입니다. 사실 게임사들은 밤에도 불빛이 꺼지는 법이 없다는 뜻에서 등대에 비유될 만큼 연장 근무가 잦은 편이고특히 신작 출시가 임박한 때는 주당 노동시간이 무려 100시간에 달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일반의 관심 증대를 배경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포함한 몇몇 유명 업체들의 크런치 단절 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게임업계의 이 오래된 전통이 근시일 내에 개선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 외에도 근래 수년간 게임업계 내에서는 성차별성희롱인종차별,임금체불부당처우 등 다양한 종류의 노사간 갈등 요인이 수면 위로 부상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슈들은 어느 업계에나 있게 마련이지만,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경우는 그간 단체 교섭이나 단체 행동에 미숙했던탓에 어떤 사안으로든 회사를 상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어려웠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입니다. 참고로 북미 게임업계는 2019 5월에야 첫 파업 사례를 쓸 수 있었습니다.

 

 

 

 

' 지속가능성 확보는 게임업계 공동의 과제 ' 

 

 

게임업계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움직임이나 워라벨 요구에 대해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큰 반감을 표하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그러나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언제 어느 업계에서나 입장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아케인 스튜디오(Arkane Studios)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임 대표인 라파엘 콜란토니오(Raphaël Colantonio)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의 크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합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노동환경 개선의 당위성과는 별개로특별한 노력 없이는 특별한 결과물 또한 나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인데요실제로도 크런치는 게임업계 내에서 노사 양측 모두에게 오랫동안 필요악으로 여겨진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 한 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토리부터 각종 내부 시스템과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골고루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춰야 하는데요. 특히 PC나 콘솔 플랫폼의 전통적 주축인 하드코어 게임들의 경우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의 작품성 없이는 소비자의 눈길조차 끌기 어렵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예산과 스케줄이 여유로운 상황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사들은 개별 직원의 노동 투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무한 경쟁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그에 따른 일상적 연장근무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게임 개발자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비용쯤으로 인식됐습니다. 요컨대 게임업계의 런치 문화는 품질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 본연의 특성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게임사간 경쟁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고착화된, 일종의 구조적 문제였던 셈입니다. 다소 고압적이고 폐쇄적인 사내 문화가 여러 게임사에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은데요. 정해진 기간 내에기밀성을유지하면서 최상의 게임을 완성해나가는 강행군은 구성원 개개인의 자발적 열정 범위를 종종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 : <클래시 오브 클랜> 구글 플레이 스토어 캡처

 

그러나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배경으로 북유럽의 캐주얼 모바일 게임사들이 잇따라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노동 관행에도 저항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적으로 핀란드 수퍼셀(Supercell)의 오늘을 있게 했던 <클래시오브클랜>은 외형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크런치 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고, 그 후속작인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역시 프로젝트 기한이 따로 없고, 야근도 별로 없는 노동환경에서 개발됐습니다.
 
물론 이런 게임들은 어차피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실사 같은 그래픽’이나 ‘광활하고 자유도 높은 세계’ 등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 콘솔/PC 게임들과는 단순 비교가 곤란합니다. 그러나 북유럽 모바일게임들의 성공 사례는 여타 지역 노동자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게 하는 일종의 각성 촉매였고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환경 개선을 고려해야 할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임업계의 노조 설립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파생된 여러 사회문화적 변화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노동 시장 특성이 제조업 등 여타 산업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들려옵니다. 예를 들어 테이크투(Take-Two)의 스트라우스 젤닉(Strauss Zelnick) CEO는 최근 E3 행사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어조로 게임업계가 과연 노조 활동에 적합한 분야인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개진했습니다. 자사 직원들이 단체 협상에 나선다면 법에 따라 기꺼이 그에 응하겠지만게임업계는 임금이 적은 편도 아니고 일자리 수에비해 인력 자체도 늘 부족하기 때문에 노조가 실제로 큰 효용을 지니기는 어렵습니다는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의 설립 선언문 캡처

 

그러나 노조의 형태 혹은 유무에 관계없이 게임업계 노사간의 상호 이해 증진은 필수적이고, 그 책임의 비율은 당분간 사측에 더 많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게임사 경영자 대다수는 관념 속의 탐욕스러운 자본가와는 거리가 멀고, 그들 중에는 막대한 재정적 리스크를 짊어진 채 직원 이상의 노동량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단순히 상업적인 관점으로만 따지더라도 현재의 노동여건은 어느 정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개발자들의 이직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사내 팀워크가 원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게임 콘텐츠의 품질과 분위기 측면에서도 일관성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많은 수의 기대작들이 전작보다 못한 후속작’ 혹은 기대를 저버린 졸작’ 식의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게임업계 노동자 다수가 호소하고 있는 용불안은 게임의 근간인 ‘창의성’과는 본질적으로 상극이며, 게임사들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조건입니다. 물론 어느 업계에나 회사의 실적 부진이나 폐업에 따른 해고는 있게 마련이지만, ‘유명 개발사에 근무하며 급여의 절반 이상을 대도시의 비싼 월세로 지불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대책도 없이 백수가 됐습니다는 식의 계약직 해고 스토리는 당장 취업이 급한 젊은이들 입장에서도 결코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글로벌게임산업트렌드 2019년 9+10월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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